YB 윤도현이 뮤지컬 배우로 거듭났다. 뮤지컬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무대에 오를 만큼 ‘광화문연가’는 그에게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윤도현은 18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광화문연가’ 화상 인터뷰에서 뮤지컬 ‘헤드윅’ 이후 5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 소감에 대해 “오랜만에 하니까 재밌다. 마음가짐도 다른 것 같다. 뮤지컬 안 한다고 하다가 다시 시작했으니 더 열심히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다 보니 재미가 생겼다. 2011년 ‘광화문연가’ 초연 때도 했다. 배우들한테 창작 뮤지컬 초연을 했다는 건 같이 만들었다는 자부심과 의미가 있다. 뮤지컬 배우 윤도현으로서는 오리지널리티가 부여된 뮤지컬이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도현은 ‘광화문연가’에서 엄기준, 강필석과 함께 주인공 명우 역을 맡아 극을 이끌고 있다. ‘광화문연가’는 故이영훈 작곡가의 주옥 같은 명곡들로 꾸려지는 주크박스 뮤지컬인데 죽음까지 단 1분을 앞둔 명우가 월하와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 이야기를 다룬다.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붉은 노을’, ‘옛사랑’, ‘소녀’,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애수’ 등이 담겨 있다.
윤도현은 자신의 로커 이미지에 관해 “아티스트 윤도현에게는 좋은 브랜딩이지만 뮤지컬 배우 윤도현에게는 걸림돌이다. 그래서 노래 연습을 더 많이 했다. 워낙 부르던 노래 스타일이 있어서 ‘광화문연가’에 맞는 창법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딕션과 가사 전달을 위해 두성 창법을 자제하고 힘을 빼고 노래하는 연습을 했다. 저에 대한 이미지가 대부분 로커다. 최대한 다른 걸 표현하려고 제가 하던 스타일을 많이 바꿨다. 깨끗하고 맑게, 두성을 자제했다. ‘그게 나였어’, ‘붉은 노을’ 때 진성으로 부르는 것 이외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YB 노래에 대한 자부심은 컸다. 그는 “YB 노래들로 꾸려진 뮤지컬 작품을 상상해봤나”라는 질문에 “몇 년 전 저희 곡으로 뮤지컬 제작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제작가에게 곡 승인을 다 내드렸다. 한번 만들어보시라 했는데 중간에 잘 안 됐다. 내용도 재밌었는데. 좋은 시나리오를 만난다면 충분히 만들고 싶다. 누군가 만들어 주신다면. 주크박스 뮤지컬은 알려진 곡들 위주로 해야 하니까. ‘사랑투’, ‘나는 나비’, ‘잊을게’, 이런 곡들이 들어가지 않을까”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광화문연가’는 지난달 16일 코로나19 시국 속 조심스럽게 개막했다. 하지만 앞서 출연 배우인 차지연과 김성규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제작발표회가 취소 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때문에 연습도 중단됐다고. 다행히 차지연과 김성규가 무사히 완쾌 돼 무대로 돌아왔고 더욱 철저한 방역 속에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윤도현은 “시대가 암울하고 진흙탕 같은 순간에도 꽃피운 게 문화예술이다. 인간 자체가 감정과 감성이 있으니까 마음을 잘 추스르고 터치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실제로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목말라 하고 있고 메말라하는 정서에 힘들어하는 이들 많더라. 눈에 보이는 아픔도 있지만 정신적인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게 문화예술 아니겠나”라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리고는 “연습 때 확진자가 나와서 다들 위축돼 있었다. 연습도 중단됐다. 코로나 때문에 YB나 솔로 공연을 못하게 된 경험이 있어서 무대 못 오를까 걱정했다. 그래도 뮤지컬은 가수들 공연과 달리 여건이 돼서 공연 올렸다. 너무 감사하다. 마스크 쓴 관객들을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장소까지 찾아오고 노심초사 하셨을 텐데 열심히 해야겠다 감사한 마음 뿐”이라며 ”생활이 메마르고 건조하다고 생각이 들면 ‘광화문연가’를 보시길.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지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사랑이란 감정으로 채워진 뮤지컬이니까”라며 활짝 웃었다.
/comet568@osen.co.kr
[사진]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