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큰 것은 좋은 작품에 나오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배우 이유미(28)가 19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안달이 나 있었다”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일상에서 만나면 해맑고 순수하게 보이지만, 스크린에서 본 그녀는 다소 강렬하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부끄러운 듯한 미소 아래로 다양한 캐릭터의 이면이 드러난다.

이유미는 이환 감독의 영화 ‘박화영’(2018)과 ‘어른들은 몰라요’(2021)를 통해 파격적인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력을 과시했다.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로 등극한 것. 기대감을 높인 그녀는 새 영화 ‘인질’(감독 필감성)에서도 11년간 쌓아온 내공을 발휘했다. 그녀의 데뷔작은 영화 ‘황해’(2010).
어른에 대한 불신과 반항심으로 가출했던 소녀 세진 역할로 관객들과 마주했던 이유미는 이제는 납치된 알바생 소연으로 분한 채 다시 스크린 앞에 섰다. 이유미는 또 다른 얼굴로,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이유미는 “일(촬영)이 있을 때 촬영만 했고 일이 없을 때 소연처럼 카페 알바를 했었다. 쉬지 않았다”라고 자신의 20대를 되돌아봤다. 올해로 28세가 된 그녀는 아직까지 교복을 소화할 만큼 앳된 얼굴이다.

“어떤 역할이든 내가 이 작품에 필요하다는 게 좋아서 쉬지 않고 촬영을 계속 했다. 심심할 때는 제가 그동안 무엇을 찍었는지 보는데 ‘조금씩 발전하고 있구나’ ‘앞으로도 잘 버티면 되겠구나’ 싶다.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는 의미부여를 하고 있다. 나이를 먹는 것에 겁이 나진 않는다. 저 스스로를 더 알게 되는 느낌이다.”
이유미가 분한 영화 ‘인질’(배급 NEW, 제작 외유내강 샘컴퍼니)은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황정민 분)을 그린 리얼리티 액션스릴러.
오디션으로 소연 역을 따냈다는 이유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디션에 임했는지 알지 못했다. 연습실에서 상대역을 해주시는 배우도 계셨다. 같이 맞춰 보면서 오디션을 봤다. 내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걸 알고 마음을 비웠다”고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잊고 있을 때쯤 연락을 받았다. 회사 식구들과 ‘이유미 됐다’고 환호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너무 기뻐서 부모님도 얼마나 기뻐하실까 싶었다. ‘황정민 선배님과 영화를 하게 됐다’고 얘기했는데 엄마는 저녁 밥 준비에 집중하시더라. 생각보다 반응이 없었다. '안 기쁜가?’ 싶어서 너무 당황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모들에게 전화해서 자랑했다더라.(웃음) 그제야 그 순간 티를 안 냈던 거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소연을 소화한 그녀는 “감독님에게 디렉팅을 받은 것은 시나리오에 안 나온 부분이다. 그녀의 꿈과 일상 이야기였다.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아니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하고 특별한 상황이 무엇인지 얘기를 나눴다”고 답했다.
소연에 대해 이유미는 “20대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카페 사장님과의 관계, 왜 잡혔는지에 대해 감독님과 폭넓게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전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추상적이지만 다양한 얘기를 했던 거 같다”고 회상했다.

이유미는 “(소연의 등장부터) 묶여 있었지만 저 혼자서도 쉽게 풀 수 있게끔 만들어 주셨다.(촬영을 쉴 땐) 앉아서 존 적도 있을 정도였다. 자세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제 체력이 좋은 줄 알았는데 계속 달리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정민 선배님과 같이 달렸는데 저 때문에 속도가 느려져서 죄송했다. 선배님이 ‘운동을 하라’고 하시더라.(웃음) 허벅지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해아겠다”고 다짐하기도.
실제로 납치된 경험이 없는 게 당연했기에 그녀는 촬영장에서 많은 걸을 느끼고 배웠다고. “현장에 가서 많이 배웠다. 초반에 많이 어려웠지만 정민 선배님이 옆에서 얘기해 주시고 같이 고민해 주셔서 헤쳐나갈 수 있었다. 진짜 인질처럼 보이고 싶었다”라고 얘기했다.
황정민이 어땠느냐는 물음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촬영이 일찍 끝나면 함께 저녁을 먹으며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가장 먼저 도착해서 계셨고 오기 전에 운동까지 하고 오셨다고 하더라. 너무 대단하시다. ‘나는 그동안 뭐했지?’ 싶었다. 매니저 오빠에게 ‘조금 더 빨리 가자’고 했을 정도다.(웃음) 선배님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선배님은 촬영장에서 섬세하고 폭넓게 바라보는 센스가 있다.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말씀 해주셔서 제가 놓치지 않고 표현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완성본을 보지 않았을 때 관객의 입장에서 궁금했다. 기대가 됐다”며 “다같이 모여서 언론시사회를 했을 때까지 기대했다. 그때까지도 저희는 아무 얘기하지 않고 영화를 기대하며 보았다. (개봉 이후)후기를 찾아봤는데 칭찬 밖에 못 본 거 같은 느낌"이라고 만듦새를 자신했다.
“‘인질’은 제게 배움을 준 영화다. 어떻게 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교과서 같은 배움을 얻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애절한 소연과 달리, 현실의 이유미는 연기가 마냥 좋은 성숙한 스물 여덟이었다.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느냐는 물음에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 안 해본 역할들도 아직 많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전사 캐릭터를 하고 싶다. 귀엽고 착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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