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시장의 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다. 불과 몇년전까지 올레와 B TV, 유플러스 등 토종 IPTV에 눌려 존재감이 미미했던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채널이다. 세계 1위가 결국 한국에서도 정상에 오른 경우다. 코로나로 인한 ‘집콕’ 문화와 함께 초고속 성장이 가능했다.
넷플릭스의 약진에는 국내 IP TV와 OTT업계의 싸구려 상술이 한몫 크게 거들었다. 넷플릭스는 1만원 가량 월정액을 내면 어떤 콘텐츠든 무한 소비다. 추가 요금이 없다. 국내 서비스 대다수는 넷플릭스 몇 배의 월정액을 내고도 볼만한 콘텐츠는 속된 말로 ‘어마무시’한 추가 과금을 해야한다. ‘삐’ 티비 보고 요금 폭탄 맞읍시다 올레!!
철 지난 드라마 한 시즌을 토종 IP TV로 정주행했다고 치자. 미드의 경우 첫 시즌 보고 마음이 끌려서 시즌 몇 개 추가하면 돈 10만원 결재는 우습다. 한국 드라마들은 각 제작 주체(지상파나 케이블, 종편)별로 별도 과금제에 묶여 있거나 역시 개별 과금이 필요하다. 월정액 고객들은 호갱이라지만 바가지 수위가 선을 넘은 느낌이다. 여기도 결재, 저기도 결재 에헤라디야.
그뿐인가. 비싼 돈을 추가로 낸 콘텐츠를 보면서도 앞 뒤로 광고를 봐야 한다. 자칭 공영방송 KBS에 세금이나 다름없는 시청료를 꼬박꼬박 물면서 광고에 PPL 덤인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는 자체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공급하면 제작사 운운하는 MBC까지 시청료 지원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시청자는 봉인 게 확실한 거죠? 그렇죠?
기자의 경우 왓챠 등 넷플릭스 과금 방식의 토종 OTT 서비스가 제 자리를 찾으면서 IP TV 구독은 싹 정리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와 예능, 영화 콘텐츠를 대폭 확충한 것도 호기였다. 흑우와 호갱 탈출은 빠를수록 좋다고 합니다. 광고라도 없애시던가.

국내 서비스 초기부터 넷플릭스를 꾸준히 애용했다. 슬슬 콘텐츠 구성에 하품이 나는 권태기에 들어섰다. '킹덤' 등 소수 킬러 콘텐츠를 빼고는 빨간색 ’N’ 마크를 낙인처럼 크게 찍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믿고 거르는 중이다. 원가 주고 납품 받는 방식의 콘텐츠 찍어내기가 가진 한계다. 거기에 HBO, 디즈니 등 콘텐츠 명가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여러 개 콘텐츠 분류를 수 십분 뒤져도 마음 가는 제목 하나 찾기 힘든 배경이다.
무엇보다 무수한 콘텐츠들 가운데 뭘 볼지를 판단할 도구가 넷플릭스 안에 거의 없다는 현실이 가장 불편하다. 얼마전 넷플릭스식 ‘오늘의 톱 10’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 나물에 그 비빔밥이다. 순위 믿고 혹시나 하고 클릭했다가 역시나 실망하고 나오기 십상이다. 그래도 소비자 원성에 귀를 막고 사는 누구들 보다 성의는 가상합니다.
모두 공짜니까 앞에 보다가 재미없으면 그냥 나온다? 몇 번 반복하니 시간이 아깝고 품은 고되다. 결국 인터넷으로 리뷰들을 검색해서 볼까 말까를 결정하는 수고가 더해진다. 주요 포털의 검색어 완성 서비스에서 넷플릭스를 치면 ‘OOO 추천’이 맨 앞에 뜬다. 넷플릭스 이용자 가운데 뭐 볼지 고민하는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다. 그 리뷰에서조차 어쩌다 맨 마지막에 '소정의 원고료' 운운하면 김이 팍 샙니다.
네티즌 별점이 객관성 문제로 채택하기 어렵다면 IMDB나 메타크리틱, 로튼토마토 등의 지표를 첨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냥 떠 먹여주는 거 알아서 보라는 강요는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 별점 테러에서 제작자를 보호하려는 속 깊은 의도? 그렇다면 시청자 시간은 헌신짝 취급해도 만만한가요.
넷플릭스 칼럼을 쓰다가 배달업체의 악성 리뷰 피해로 인한 별점 폐지 여론이 떠올랐다. 무개념 악플러가 엉뚱한 글도 남기겠지만 많은 소비자가 앞선 이용자들의 리뷰를 선택에 참고하고 있다. 기자부터 ‘별점 낮은 순’ 리뷰부터 읽으면서 의도적인 듯한 악성 댓글을 거르고 주문 여부를 결정한다. 음식점 사장님들의 고충이야 이해하지만 서비스 업종은 말 그대로 고객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정상 아닐까 싶다. 넷플릭스 들으라고 한 소리에 음식점 얘기, 죄송합니다.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