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안 찾는 세상 오길" 이수정 교수, 범죄심리학 30년의 쓰임 ('마이웨이') [어저께TV]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1.08.23 06: 55

"굳이 저를 찾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렇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가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 남다른 소신을 밝혔다.
22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약칭 마이웨이)'에서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출연했다. 
이수정 교수는 사회심리학자이자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전자감시 제도'를 도입하고 '스토킹 방지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이는 등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수정 교수는 지난 2019년에는 BBC '올해의 여성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하며 세계적으로 명망을 높였다.

특히 그는 범죄 심리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제도화를 위해 방송 출연을 결심한 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이와 관련 이수정 교수는 "방송을 하는 이유는 제가 주목하는 사건들에 대해 코멘트 할 기회가 보장되기 때문"이라며 "방송을 하는 게 제가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한다"라고 방송 출연 이유를 밝혔다. 
실제 그는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범죄 사건들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혀 대중의 호응을 얻어왔다. 이밖에도 그는 1999년부터 근무한 경기대학교에서도 교수로서의 업무는 물론 인재개발처장으로, 동시에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의 수사 협조 회의에도 자문위원등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었다. 이에 이수정 교수는 "24시간이 넉넉하진 않다. 여유롭지는 않다"라며 빈틈 없는 일상을 소개했다. 
정작 주위에서는 이수정 교수가 범죄심리학자의 길을 걸을 줄 몰랐다고. 연세대학교를 함께 졸업한 수십년 절친들도 이수정 교수에 대해 "부잣집 딸이라 그냥 시집 잘 가고 평탄하게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범인들을 만나고 범죄심리학을 한다고 하더라", "전혀 예상은 못했는데 지나고 보니까 범죄심리학자의 얼굴이 나오더라"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다. 
이에 이수정 교수는 "제가 대학교 1, 2학년 때 고아원 봉사를 했다. 고아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외 서클을 했다. 그때 대부분이 아이들이 학대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그 중 일부는 입양을 갔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심리학을 연구자가 아니라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런 경험들이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결혼 초, 남편 이은재 변호사 또한 이수정 교수가 일하는 것을 반대했단다. 이에 이수정 교수가 일주일의 단식 투쟁 끝에 남편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오랜 유학 생활 사이 부모님이 두 아이들을 봐주시며 전폭적으로 지원해줬고 무사히 유학을 마치고 강단에 설 수 있었다고. 
다만 가족들은 이수정 교수의 방송을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이수정 교수의 시아버지는 "안타까워서 그렇다"라며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는 며느리에 대한 걱정과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수정 교수는 "다행히 우리 가족들이 정신력이 튼튼하다. 그게 저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라고 화답했다. 
더불어 이수정 교수는 염색을 하지 않는 나름의 이유도 고백했다. 바로 눈 건강 때문이라고. 이수정 교수는 "2018년에 망막박리로 오른쪽 눈이 실명될 뻔했는데 응급으로 수술을 해주셨다. 지금은 시력 차이가 너무 나는 양안 부등시가 됐다. 수술 한 눈이 오히려 시력이 좋고 수술 안 한 눈이 시력이 굉장히 나쁘다"라고 했다. 여기에 염색이 자칫 눈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에 염색을 하지 않고 흰 머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이수정 교수는 "젊게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없지 않지만 한번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아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강을 뒤로하고 범죄심리학에 힘쓴 결과 이수정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이에 마찬가지로 범죄심리와 범죄과학을 연구하는 표창원은 이수정 교수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손꼽을 몇 안 되는 전문가 동료다. 30년 가까이 일을 해보면서 참 힘들고 어려운 범죄와의 싸움, 끈끈한 동지애가 많이 깊어졌다.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는 깊은 연구 열정, 참 범죄심리학자"라고 호평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이수정 교수의 모친 또한 흐려져가는 기억 속에도 딸에 대한 자부심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수정 교수의 모친은 "딸이 TV에 나오면 좋다. 키운 보람이 있다"라며 "남들 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리고 또 자기가 의젓하게 잘 한다"라며 뿌듯함을 드러냈을 정도. 
이 가운데 이수정 교수는 "여성을 대하는 폭력은 제도적인 미비점이랑 연관이 깊다고 본다. 그런 제도를 조금 더 촘촘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면 어떤 일이라도 할 생각이 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나아가 그는 "누군가가 힘이 들고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가 쓰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세상이 되면 제가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는 거다. 서로서로 도울 수 있고 문제가 해결이 되면 굳이 저를 찾지 않아도 될 거다. 그렇게 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해 울림을 더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TV조선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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