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련하다. 저의 한 시절을 보내준 거 같아서 좋다.”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방민아(29)가 24일 오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강이를 연기하기 전에 ‘이 캐릭터를 맡으면 내가 힘들고 아팠던 것들이 정리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하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이같이 심경을 전했다.
내달 1일 개봉하는 영화 ‘최선의 삶’(감독 이우정, 제작 마일스톤컴퍼니 모토, 배급 엣나인필름)은 열여덟 고등학생 강이(방민아 분), 아람(심달기 분), 소영(한성민 분)의 일상을 그린다. 방민아가 데뷔 후 처음으로 장편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이강이 역을 소화한 방민아는 “저는 중고등학교 때 강이와 비슷했던 거 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조금 다른 건 강이보다 밝은 아이였다. 그렇지만 저의 의견을 앞세워 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강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공감을 하게 됐다”라고 자신의 성격과 비교했다.
이어 민아는 “제가 (대중 앞에 나설 때) 우울한 모습보다 주로 밝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던 거 같다. 굳이 우울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제가 강이를 연기하면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과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저도 혼자 있을 때는 (매 순간 밝지 않기 때문에)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서 강이를 더 연기하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최선의 삶’은 여고생들이 서로를 지키고 싸워가며 성장하는 이야기. 가출 청소년 문제, 학업 스트레스, 진학 문제, 교유 관계 등을 전면에 내세움과 동시에 어른의 부재, 학교의 무관심과 안일함을 과감하게 다뤘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재탄생 했다.

청소년들이 느끼는 억압과 상처 속에서 발견되는 성장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공감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방민아는 “당연히 저도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받았던 상처가 있었고 시나리오를 읽으며 생각이 났다. 촬영하고 준비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났었다”라며 “(예를 들면)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다. 저와 매일 하교하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친구와 집에 가는 걸 보고 상처받았다. 그날 혼자 집에 가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지만, 저도 모르게 기억에 남았던 것들을 꺼내어 캐릭터에 녹여냈다”고 전했다.
민아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소환하며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제가 밝긴 하지만 소심했다.(웃음) 근데 겉으로는 또 밝은 아이였다”며 “어릴 때는 친구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학기 초엔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일일이 악수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저는 수직관계에서 밑에 있던 사람이었다.(웃음) 그 친구들에게 밉보이지 않는 게 저의 최선이었다. (웃음) 저는 ‘아싸’ 친구들과 놀았다. 제 친구들과 잘지냈다”라고 회상했다.

‘강이를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느냐’고 묻자 “감정선 변화에 있어서 (극중) 아저씨를 만났을 때나, 소영이에게 배신감을 넘어선 큰 감정을 느꼈을 때다. 제가 생각해 보지 못했고 해보지 않았던 선택이라 상상으로 만들어냈다”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강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고민을 반추해가며 영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강이가 소영이에게 느낀 감정은,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좋아한 게 (여자가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다가가기 쉬웠다. 그렇게 다가가니 큰 거부감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 영화를 통해 방민아는 제20회 뉴욕 아시안 영화제(2021 NYAFF)에서 국제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했다. 배우 김고은, 류준열, 이주영에 이어 네 번째 수상이다.

이날 민아는 자신의 수상에 대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다. 드라마 촬영 후 정신이 없었는데 회사 대표님이 제게 전화를 해서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다. ‘이게 꿈인가?’ 싶었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너무 기뻤다. 바로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좋아하셨다.(웃음)”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아는 “(수상 소감으로) 내가 왜 계속 ‘라이징 하고 싶다’고 했을까 싶더라.(웃음) 다시 생각해보면 연기 분야 말고도 제 인생 전반에 있어서 계속 라이징 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첨언했다.
“이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그간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걱정을 덜어내고자 (촬영 전후로) 집중했다. 촬영하면서 느낀 것은 제가 그간 안 해봤던 것들을 하면서 나름의 루틴이 생겼다. ‘다음에 도전할 때 틀 없이 이것저것 도전하고 시도해볼 수 있겠구나’ 라는 용기가 생겼다.”

걸그룹 걸스데이로 2010년 데뷔한 민아는 올해 활동 11주년을 맞이했다.
드라마 ‘미녀 공심이’(2016) ‘절대그이’(2019)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최선의 삶’ 이전에도 단편 ‘좋은 말’(2019)과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2014) ‘홀리’(2013)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이제는 연기가 더 재미있고 할수록 궁금하다는 그녀다.
최근 뮤지컬 장르에도 도전한 그녀는 “(뮤지컬 무대는) 노래와 연기와 또 다르더라. 제가 무대에 오른 적이 있으니, 물론 다르지만, 비슷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말 많이 다르더라.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다. 한 지점에만 갇혀 있는 게 좋지 않은 거 같다”라고 밝혔다.

가수로 데뷔해 배우로 자리 잡고 있는 민아. 하지만 자신을 가리켜 “아직은 익어가는 중이다”라고 말한다.
“한 번씩 ‘어? 뭐지?’ 이렇게 느낄 때가 있다. 그게 연기적인 게 아니라 저 스스로에 대해 (몰랐던 것을 발견해) 느끼는 거다. 그럴 때 제 자신에 대해 흥미롭게 느끼고 있다. 저는 해보고 싶은 게 많다. 물론 (경력이 쌓인 후에) 조금 더 나중에 해보고 싶은 것들도 있고…그러려면 꾸준히 하는 배우이자, 사람이어야 할 거 같다.”
처음 마주한 감정이 휘몰아치는, 설명 불가한 10대 시절을 겪은 이들이라면 ‘최선의 삶’을 마음 한켠에 오래 오래 기억하고 간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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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엣나인 필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