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28, 토트넘)의 '조용한 반항'은 결국 패배로 막을 내렸다.
케인은 이번 여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이적을 추진했다. 프리시즌 경기를 모두 건너 뛰었고 훈련 복귀까지 거부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려 했다. 케인은 훈련 복귀가 구단의 허락을 맡은 것이라 주장했지만 토트넘 팬들과 전문가들은 진실성과 알문을 제기했다.
토트넘과 맨시티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자 결국 케인은 항복했다. 케인은 25일(한국시간) 자신의 SNS(트위터)에 "지난 일요일 경기(울버햄튼전)에서 토트넘 팬들의 환영과, 지난 몇 주 동안 받은 응원 메시지는 정말 놀라웠다"면서 "나는 이번 여름 토트넘에 남을 것이다. 팀의 성공을 돕기 위해 100% 집중하겠다"고 선언, 이적설의 종료를 알렸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1/08/26/202108260845777751_6126d6c3c3c55.jpg)
'미러' '풋볼 런던' 등 영국 언론들은 이번 이적설의 가장 패배자를 당사자인 케인이라고 지목했다. 케인은 과거 카를로스 테베스, 디미트리 파예트, 디에고 코스타처럼 강력하게 이적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이미지마저 실추됐다. 케인은 팬들로부터 충성심을 잃었고 여러 전문가들로부터는 프로의식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케인은 경력에 또 한 번 무관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은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후 맨시티와 울버햄튼을 잡아 개막 리그 2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토트넘이 리그 우승은 커녕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톱4'도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설사 FA컵이나 리그컵에서 우승한다해도 케인의 13년 트로피 가뭄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또 케인 잔류에 따른 또 다른 패자는 맨시티 사령탑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맨시티는 토트넘과 개막전에서 스트라이커의 필요성을 드러내며 패배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후 생긴 공백을 가브리엘 제수스, 페란 토레스 등이 메웠지만 정통 9번의 부재를 느껴야 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와 연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1/08/26/202108260845777751_6126d6c416cbe.jpg)
스티븐 베르바인이나 루카스 모우라에겐 악재다. 누누 감독 체제에서 케인이 없을 때 베르바인과 모우라의 쓰임새가 컸다. 하지만 케인이 복귀하고 손흥민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베르바인이나 모우라가 쓰임새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지난 시즌 케인은 손흥민에게 9개, 손흥민은 케인에게 5개의 도움을 각각 제공해 단일 시즌 골 합작 기록을 세웠다.
반면 승자는 단연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을 비롯해 파비오 파라티치 단장, 누누 감독이다. 특히 레비 회장은 완고한 자신의 협상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맨시티가 이적 제의에 나섰지만 전화조차 받지 않으면서 완강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맨시티가 케인의 몸값을 1억 2500만 파운드까지 지불할 의사를 내비쳤지만 1억 6000만 파운드를 고수했다.
그밖에도 토트넘 팬들은 잉글랜드 주장인 케인의 기량을 다시 한번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실망스런 지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손흥민이 재계약을 맺었고 케인까지 잔류하면서 이번 시즌 희망을 갖게 됐다.
일부에서는 슈퍼에이전트의 승리라고도 한다. 케인의 에이전트는 형인 찰리 케인이 맡고 있다. 하지만 이적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일 처리 방식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르헤 멘데스나 미노 라이올라와 같은 슈퍼에이전트였다면 케인의 이적은 성사됐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물론 이번 승자와 패자는 바뀔 수 있다. 케인이 떠날 경우를 대비하지 않게 된다면 한순간 승자와 패자는 바뀔 수 있다. 또 레비 회장은 케인을 붙잡아 두기 위해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할 수도 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