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늘 최상위권 미드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 LOL 황제 '페이커' 이상혁의 맞수로 LOL e스포츠사에 한 획을 그었던 선수. 은퇴 이후에도 눈코 뜰새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 유쾌하게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쿠로' 이서행.
은퇴식도 없는 갑작스러운 이별이었지만 은퇴 이후 분석데스크와 챌린저스 리그 해설 등 방송분야서 이내 자리를 잡으면서 '역시 쿠로'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방송 초반 다소 불안함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차분하면서 기발함 입담으로 자신의 장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이었던 8월 어느 날,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e스포츠 전문 방송인으로 변신한 '쿠로' 이서행을 만났다. 후배들의 치열한 경쟁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면서도 어느 순간 그 승부를 즐기고 있던 그는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은퇴 이후 새 삶에 대한 만족도를 전했다.

이서행은 2021 스토브리그가 한창이었던 작년 12월 개인 SNS를 통해 은퇴를 했다. 팬 들 사이에서 차기 시즌 거취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지던 상황이라 아쉬움이 더 컸다. 최근 근황을 묻자 이서행은 "은퇴를 하고 나서 이제 방송쪽을 하다가 분석데스크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것 저것 자연스럽게 방송이 늘어나더군요. 지금은 LCK 분석데스크와 LCK 챌린저스 리그로 바쁘게 1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러고 환하게 웃었다.
덧붙여 그는 "분석데스크를 하면서 대회를 지켜보니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생각보다 자주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군 입대 문제로 선수 생활을 연장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새로운 자리에서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죠. 사실 프로가 외롭고 힘들다는 잘 알고 있어, 후배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대회를 바라보고 있습니다"고 은퇴 이후 달라진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커뮤니티를 통해 화제가 됐던 은퇴한 베테랑들의 '뇌지컬' 문제에 대해 그는 "종종 뇌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재밌는 사실이 LCK가 프렌차이즈 되면서 나이든 선수들을 배제가 더 심해졌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더 웃기기도 해요. 강등전이 없어져 비용을 줄일 기회가 생겼잖아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인 선수들을 키우면서 나이든 베테랑을도 필요해 찾는다는 이야기요, 제가 그 입장이 된다면 고민은 해보겠지만, 군 문제로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웃음)"고 답했다.
분석데스크와 해설의 다른 점을 묻자 이서행은 방송 초반 자신이 지적당했던 점들에 대해 시원하게 인정하면서도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방송의 재미에 대해 설명했다.
"둘 다 처음에는 힘들었죠. 특히 분석데스크는 짧은 시간안에 경기 핵심을 줄여 말해야 해서 더 쉽지 않았어요. 선수 시절 인터뷰를 능숙하게 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리있게 설명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 초반보다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더 잘하고 싶어요. LCK CL 해설은 (강)범현이 대신 자리를 메우기 위해 들어갔기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말이 더 쉴새 없이 쏟아져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이 해설이 더 쉬웠습니다. 아마 (이)동진 캐스터님과 (고)수진이형이 잘해주셔서 더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둘 다 즐거운 경험입니다."

은퇴한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군입대 문제에 대해서도 이서행은 자신이 세운 계획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은퇴 이후 거취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음을 밝혔다.
"프로게이머를 1년 더 할까, 고민을 했지만 은퇴를 했죠. 계획 상으로는 군 입대는 올해 말쯤 고려하고 있어요. 사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은퇴를 하게 되면 어떤 걸 할까'. '군대를 갔다오면 나는 어떤 걸 할까'. 주변의 코치님들이나 감독님들은 '너는 뭐든 할 수 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지만 틈나는대로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정말 나는 어떤 일을 할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아직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2012년 9월 8일 아주부 프로스트와 CLG EU가 격돌했던 결승전의 추억도 들려준 이서행은 프로게이머 생활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묻자 우승했던 순간이 아닌 프로게이머 이서행으로 지냈던 모든 순간이었다.
"어렸을 때 스타 프로게이머들을 보면서 프로게이머를 꿈꿨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데, 게임하면서 돈을 벌고 이기면서 행복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는 정말 하고 싶던 꿈이었는데, 아쉽게 스타를 못했죠.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우연한 기회에 2012년 9월 프로스트와 CLG.EU 결승전서 '패패승승승'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래서 도전하게 됐습니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제일 기뻤던 순간을 말하면 우승일 수 있지만, 저는 프로게이머 생활하는 자체가 기쁨이었습니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아마 프로게이머를 선택할 것 같아요."
이서행은 지난 10년간 프로게이머로 e스포츠에 몸담았던 사람답게 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후배들에게 팬 분들이 계셔서 프로게이머는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오롯이 프로게이머 본분에 집중해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합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