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선수도 생각한대로.. 부천, 완벽했던 최하위 탈출[오!쎈현장]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1.08.29 05: 43

부천FC가 '생각한대로'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
이영민 감독이 이끄는 부천은 28일 오후 7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27라운드 대전 하나시티즌과 홈경기에서 박창준의 멀티골과 이시헌, 조수철의 추가골을 앞세워 4-2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부천은 승점 26(6승 8무 13패)이 돼 서울 이랜드(승점 25)를 밀어내고 9위로 올라섰다. 서울 이랜드가 두 경기를 덜 치른 상황이지만 부천은 이번 시즌 처음 최하위에서 벗어나는 감격을 누렸다. 

[사진]부천FC 제공

승리가 절실했기 때문일까. 흥미로운 것은 이날 승리가 감독과 선수가 생각한대로 됐다는 것이다. 
이영민 감독은 경기 후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면서 "꼴찌는 탈출했지만 최근 경기력이나 팀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볼 때 무거운 마음은 여전히 있다. 아직 9경기가 남아 있다. 거기에 집중하겠다"고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감독은 "우연치 않게 경기 전 선수들에게 말한 것이 그대로 됐다"고 말해 궁금증을 일으켰다. 이 감독은 "그동안 경기 초반 득점 찬스가 많았다. 그래서 '경기 초반에 좀더 집중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득점 후 흔들리는 경향이 있는 데 득점하든 실점하든 기본 플레이를 하자고 했다. 공교롭게 그게 딱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부천은 경기시작 33초 만에 박창준의 선제골이 터져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오른쪽을 파고 든 이시헌이 빠르게 크로스를 올리자 박창준이 왼발로 정확하게 골문에 차넣었다. 이 득점은 부천 구단 역대 최단 시간 득점 기록이 됐다. 지난 2014년 7월 27일 광주전에서 박용준이 세운 38초를 5초 앞당긴 것이었다. 
부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반 9분에 추가골을 넣었다. 조현택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공을 이시헌이 머리로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순식간에 두 골 차로 앞선 부천은 좀더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이 감독의 말대로 초반 집중한 것이 득점으로 이어진 셈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 감독은 실점 장면을 아쉬워했다. 2-0으로 앞서던 부천은 전반 35분 공민현에게 골을 내줬다. 왼쪽 측면에서 김승섭이 올린 크로스를 막지 못했고 쇄도하던 공민현을 놓치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 감독이 우려한 장면이었다. 
이를 이 감독은 완벽했던 경기의 '옥의티'로 평가했다. 그는 "두 번째 실점은 굴절이 돼서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첫 실점은 아쉽다. 위치 선정의 간단한 문제인 데 실점했다. 중앙 수비수가 커버하지 못했고 크로스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쉽게 실점했다. 수비수들이 자꾸 깨우치고 이겨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윙백에게는 "상황에 맞게 공격을 하라"고 주문을 넣기도 했다. 조현택이 측면에서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이시헌의 골로 연결됐다. 안태현 역시 특유의 기동력과 돌파력으로 부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선수들도 생각한대로 골을 넣었다. 이날 선제골과 쐐기골을 기록해 멀티골을 올린 박창준은 경기 후 구단 기록으로 남게 된 선제골 장면에 대해 "경기를 뛰면서 장내 아나운서가 한 말을 듣고 놀랐다. 경기 전 (이)시헌이와 말한 것이 골로 연결돼 좋았다"고 밝혔다. 
박창준과 이시헌과 경기 전 주고 받은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박창준은 "수비 지역으로 내려서 있다가 기회가 나면 보지 말고 바로 수비 진영에 침투하자고 했다. 그런데 시헌이가 2개나 줘서 고맙다. 시헌이에게 맛있는 것 사줘야 할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박창준은 경기 전 말한대로 이시헌이 공을 잡자 골문 앞으로 쇄도했고 이시헌의 크로스를 골로 연결했다. 쐐기골 역시 마찬가지. 이시헌이 중원에서 공을 잡자 수비 사이를 뚫고 달리던 박창준을 향해 전방 패스를 내줬다. 박창준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골을 성공시켰다. 
감독도 선수도 간절했기에 가능했던 승리였다. 이기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최하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어린 친구들이다. 타팀에서 이적해 온 친구도 많고 다들 절실하다. 안좋은 경험도 경험이다. 10경기 남았다고 동기부여가 떨어지지 않는다. 훈련도 열심히 하고 한 경기라도 더 뛰고 싶어한다. 성적을 제일 밑이지만 열망은 갖고 있다"면서 "아무리 리빌딩 과정이라도 꼴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감독 맡은 첫 해 꿀찌를 하고 싶지 않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숨은 독기를 애써 숨기지 않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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