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박정민x이성민x이수경 이끈 가족애…첫사랑을 닮은 윤아 [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8.31 23: 05

 전국수학경시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초등학생 준경(박정민 분)은 누나 보경(이수경 분)의 자랑거리다. 일찍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대신해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보경을 준경은 믿고 의지한다. 하지만 자로 잰듯 매사 철두철미하고 무뚝뚝한 아버지 태윤(이성민 분)은 준경이 극복하기 어려운 존재다.(※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자랑스럽고 멋진 아들이 되고 싶었던 준경은 소박하지만 엉뚱한 꿈을 키운다. 대통령이 자신의 시골마을에 작은 간이역 하나 만들어줬으면 하는 것. 꾹꾹 눌러쓴 준경의 편지는 오늘로서 벌써 54번째. 포기를 모르는 그 숫자가 진득한 준경의 성격을 드러낸다.

내달 15일 개봉하는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 제작 블러썸픽쳐스,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 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목표인 준경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대한 간이역 프로젝트를 돕는 그의 ‘뮤즈’ 라희(윤아 분)와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써보지만, 변수들이 발생해 계속 꼬인다. 꾸준히 시도한 끝에 기적적으로 정부 허가를 받아내지만 역 착공까지 난관이 예상되자, 준경은 결국 마을 사람들과 힘을 모아 양원역을 세운다. 이후 준경과 아버지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고민과 진심을 나누게 된다.
영화 스틸사진
‘기적’은 지금 이 계절에 꼭 어울리는 청량한 가족 성장 영화다. 파릇파릇 설레는 봄부터 무성하게 자란 여름, 노랗게 무르익은 가을, 가슴 시리게 추운 겨울까지 사계절의 계절감을 첫사랑, 가족사, 이별로 치환해 준경의 성장기를 오롯하게 전달한다. 준경과 라희와 보경, 그리고 동네사람까지 각 인물들의 순수함과 귀여움을 닮은 맑은 화면, 파스텔 톤 색채가 보는 동안 편안함을 선사한다. 
영화는 가능성 많은 한 소년을 통해 가슴 속 말 못할 꿈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루지 못할지라도 한번쯤 시도해 보고 싶은 용기가 샘솟는다.  
영화 스틸사진
준경에게 가족은 출발역이자, 종착역. 무모한 듯보이지만 결코 헛되지 않은 준경의 성장기를 밝지만 묵직하게 표현했다.간이역을 만들고 싶었던 준경, 아들에게 무뚝뚝할 수밖에 없었던 태윤의 속내가 점점 경청할 만한 일대 ‘사건’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따뜻하지만 슬프게 그려졌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이 된 1986~1988년, 추억을 자극하고 생활감이 묻어나는 소품과 공간에 집중함으로써 준경의 일상이 무작정 슬프게만 보이지 않는다. 
준경과 라희, 준경과 보경, 준경과 태윤이 만나는 일상이 평범하게 흘러가면서도, 극 중간 기막힌 사연이 밝혀지면서 준경의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누구나 겪어봤을 첫사랑은 미소를 머금게 하며, 숨겨졌던 태윤의 스토리는 눈시울을 붉힌다. 박정민, 이성민, 이수경의 가족 케미스트리가 빛을 발한다. 윤아의 존재 자체가 뭇남성들이 가슴 속에 품었던 첫사랑이다. 
악역 없이 하루하루 진행되는 소소한 일상, 이 세상에 내 편은 가족 밖에 없다는 뜨거운 가족애를 녹여낸 ‘기적’의 서사구조가 안정적이라 불편함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만 이미 현실에서 가족의 슬픔도, 가족의 감동도 다 받은 상황이라면 심심할 수도 있겠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를 연출한 이장훈 감독의 신작 ‘기적’의 개봉은 9월 15일. 러닝타임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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