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이 '국선 변호사' 시절부터 '파산 변호사'라고 불리고 있는 최근까지 자신이 지키고 있는 변호사 신념을 고백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이하 '옥문아')에는 억울한 누명을 쓴 이들의 무죄를 밝혀내는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 계절. 맥주에는 적당한 거품이 필요하다. 나는 드라마나 영화 때문에 이미지 거품이 너무 심해서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한 박준영 변호사는 "나는 거품이 너무 심하다. 영화나 드라마 본 사람을 기피하는 이유가 그 속에서 나는 굉장히 정의롭지 않냐.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이미지에 갇혀 살고 있다. 무료 변호도 하긴 하지만 좋지 않은 일도 많이 했다. 많이 묻혀져있다"며 '옥문아' 출연 소감을 밝혔다.
이어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권상우와 영화 '재심'의 정우가 맡았던 역할의 실제 모델인 박준영은 "영화와 드라마를 본 지인들의 문제 제기가 많다. 배우들의 모습과 굉장히 갭이 크다고들 하더라"면서도 "적당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권상우, 정우와 나의 공통점은 몸짱이다. 나도 몸이 좋다. 몸짱이다. 턱걸이 한다"며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다.
실제로 드라마, 영화가 방영된 이후 사인 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 요청도 많다고. 박준영 변호사는 "특별히 써주는 글이 있냐"고 묻자 "이름만 쓰지는 않는다. 메시지를 꼭 남긴다. 요즘 자주 쓰는 메시지가 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속에서 '나는 내가 애틋해. 너도 너를 애틋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라는 대사가 있다. 그래서 나도 '애틋하게 생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쓴다. 자신의 인생을 애틋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감동을 선사했다.

'옥문아'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 사건을 담당하며 진범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기도. 이와 관련해 박준영 변호사는 "그런 꿈을 꾸며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약촌 오거리 사건' 담당 당시 진범이 따로 있었다. 진범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굉장히 힘들었다. 밤에 혼자 사무실에 있으면 무서웠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올 것 같고, 화장실에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용인에서 잡혔다. 검사가 주시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고충을 토로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박준영 변호사는 국선 변호사 시절 흉악범 오원춘을 변호했던 것을 회상, "호기심도 있었다. 흉악한 범죄가 어떤 이유로 발생하는지 궁금했다"면서 "수사 과정에서 변호했었다. 재판에서의 변호는 아니었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변호했다. 오원춘이 처음 건넸던 말이 기억난다. 내가 조선족인데 불리한 재판 받을 가능성을 물어보더라. 그래서 내가 당시에 '어느 나라 사람이 저지르든간에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이 나올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황당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든 생각은 '도대체 어떤 차별을 받았길래 범죄의 중대함보다 차별에 대한 걱정을 하나' 싶었다. 그 사건 이후 조선족들이 밖을 잘 못 다녔다. 오히려 차별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박준영 변호사에게는 '망한 변호사'를 넘어 '파산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있다. 수임료를 받지 않기 때문. 앞서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이 해결되면 나의 가치가 올라간다. 그러면 방송에서 출연 섭외가 오기도 하고 강의도 하게 된다"며 자신만의 소박한 경제 관념을 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박준영 변호사는 "자존심 상하는 게 안 망할 수도 있었고 파산 변호사란 소리를 안 들을 수도 있었는데 내가 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 모르겠다. 어쩌다 이렇게 됐다"며 "사람들이 좋아해주니까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다. 때로는 응원해주시는 게 울컥할 때가 있다"고 털어놓으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한편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뇌섹'이 각광받고 있는 사회에서 상식이라곤 1도 없을 것 같은 일명 '상식 문제아들'이 10문제를 풀어야만 퇴근할 수 있는 옥탑방에 갇혀 문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지식 토크쇼로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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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