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같지만 젊은이들까지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장훈 감독이 1일 영화 ‘기적’을 통해 관객들에게 주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생활을 하시는 건 맞다고 보지만 이제 막 시작한 학생들, 젊은층까지 현재에 만족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꿈을 갖고 도전하고 실패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들의 실패까지도 응원해주고 싶다”라며 이같은 생각을 전했다.
이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기적(제작 블러썸픽쳐스,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 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목표인 준경(박정민 분)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날(31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에서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따르기 위해 이튿날인 오늘 온라인을 통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이장훈 감독과 이성민, 박정민, 임윤아, 이수경 등 배우들이 참석했다.
이 감독은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보다 불가능하게 보여도 큰 꿈을 갖길 바란다는 의도를 전했다. 영화 ‘기적’은 가능성 많은 고등학생 준경을 통해 가슴 속 원대한 꿈을 갖고 사는 사람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이장훈 감독은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도전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해놓고 그 다음엔 손놓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며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그 역시 불가능해 보이는 영화감독의 꿈을 가족 덕분에 이뤘다고 한다.

“‘기적’은 뻔한 맛의 영화가 아니다”라는 이 감독은 “음식에 비유하자면 우리가 아는 뻔한 맛이지만 맛을 보면 ‘이게 뭐지?’ 싶을 거다. ‘기적’이 이런 영화일 것이라고 예상하지 마시고 보시면 극장 문을 나설 때 기분 좋게, 이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답게 보일 거라 생각한다”고 극장 관람을 추천했다.
박정민이 꿈 많은 준경 역을, 이성민이 준경의 아버지이자 기관사 태윤 역을, 윤아가 준경의 친구 라희 역을, 이수경이 준경의 친누나 보경 역을 맡았다.
이성민은 자신이 연기한 태윤에 대해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실제 저의 고향이다. 과거의 제가 ‘배우를 해야겠다’고 꿈을 가졌던, 배우의 꿈을 키웠던 그곳”이라며 “제가 꿈을 가졌던 곳이 바로 그 장소였는데 ‘기적’이 운명처럼 제가 다가와서 이 영화는 해야겠다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성민의 고향은 경상북도 봉화인데, 우연찮게 ‘기적’의 배경이 된 곳도 같다. 이에 감독과 이성민은 “기적이었다. 운명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성민은 “실제로 저도 아버지와 대화가 없었다. 저와 비슷한 게 있었다. 그런 부분은 태윤과 준경이 밥만 먹는 장면으로 표현했다. 지금도 제 기억 속에 아버지와 제가 대화했던 기억이 많지 않다. 그러한 기억들이, 그 정서가 제가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성민은 ‘기적’은 필연이었다며 “이 영화에서 제게 어떤 역할이 주어졌어도 다 했을 거다. 제가 역할을 선택했다기보다 제게 주어진 축복 같은 캐릭터를 잘해야겠다 싶었다”고 설명을 보탰다.
준경을 소화한 박정민은 고등학생 역할을 제안받고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나리오의 힘에 넘어가 출연하기로 했다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고 보면서 굉장히 눈물을 많이 흘렸다. 고민하다가 다시 한번 더 읽었는데 눈물이 많이 나서 해야겠다 싶었다”라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준경 캐릭터에 대해 그는 “처지가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어떤 꿈이 있다. 하지만 (그 앞에) 장애물이 있기 마련이고 저 또한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준경 캐릭터에 마음이 가서 해야겠다 싶었다”고 부연했다.

임윤아도 ‘기적’이 운명처럼 찾아왔다고 비유했다. “라희가 매력있고 좋았지만 시나리오부터 너무나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다. 저 역시 이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바로 해야겠다 싶은 확신이 있었다. 이런 작품에 내가 함께 참여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의미가 커서 망설임 없이 결정을 했다”라고 했다.
이어 그녀는 “라희가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귀엽다. 당찬 면이 있는데 제가 처음 느꼈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느낀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커서 집중해서 편하게 연기했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을 전했다.

윤아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 박정민은 “윤아가 초반 분량을 많이 찍고 있었다. 제가 가서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며 “제가 옛날부터 소녀시대 팬이었는데 같이 하게돼 너무 꿈 같았다.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보경을 연기한 이수경은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캐스팅 됐다.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하고 싶었다. 감독님의 요구에 부응하고 싶어서 안 나오는 눈물을 짜내느라 노력을 많이 했다.(웃음) 그 정도로 하고 싶었던 캐릭터였다”고 털어놨다. “보경을 연기하면 그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 싶더라”는 설명도 보탰다.
이 감독은 “유머와 감동, 실화와 판타지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출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가 준경의 이야기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 그의 마음과 인물들과의 관계를 따라가고자 했다. (여러 가지 사이의) 밸런스를 조절하려고 애썼다기보다 준경의 감정을 따라갔고 관객들이 그에 이입해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정민은 그러나 “고등학생 역할은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감독님과 첫 미팅시 ‘제가 고등학생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상의를 드렸다. 저는 ‘운동장이나 교실에 있는 친구 역할을 뽑으실 때 실제 고등학생을 모집하지 말라’고 요청을 드렸다. 그러면 좀 괜찮을 거 같더라.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오셔서 영화를 보는 데 무리가 없었지만 다시는 고등학생 역할을 하지 않겠다. 죄송하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에 이장훈 감독은 “처음 만난 날 박정민이 (출연을) 거절하러 왔더라. 하고 싶은데 고등학생 역할 때문에 안 될 거 같다고 하더라. 제가 우겨서 시킨 거다.(웃음) 저 때문에 억지로 했다”고 전해 주변에 웃음을 더했다.

박정민은 “개인적으로도 착하고 따뜻한 영화를 본 지 꽤 오래 된 거 같다는 생각이다. 장르물에 취해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라며 “마침 추석에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기적으로 잘 맞겠다 싶었다. (코로나)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적극적으로 극장에 와달라는 말씀을 드리기 죄송하지만 지지를 보내주시면 감사할 거 같다”고 극장 관람을 바랐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를 연출한 이장훈 감독의 신작 ‘기적’은 오는 15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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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