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윤아 '기적', 익숙한 가족극 뒤 예상보다 센 눈물 버튼(종합)[Oh!쎈 초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09.01 17: 50

 ‘포기란 없다. 기차가 서는 그날까지.’라는 포스터 속 카피문구 그대로 ‘기적’(제작 블러썸픽쳐스,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자신의 목표를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희망적인 가족 드라마 영화다.
1986~1988년 정말 ‘쌩시골’에 사는 고등학생 준경(박정민 분)과 그의 아버지 태윤(이성민 분), 누나 보경(이수경 분)이 전하는 가족에 대한 온기는 생각보다 오래 가슴 속에 자리잡는다.

스마트폰의 일상화로 가족들이 식탁에 마주앉아도 인터넷 기사만 보고, 동영상을 시청하느라 서로의 얼굴도 잘 쳐다보지 않는 지금,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함과 동시에 가족을 향한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준경과 태윤, 그리고 보경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흐르는데, 이장훈 감독이 억지로 눈물을 짜내기 위한 속임수를 썼다기보다 처음부터 차곡차곡 쌓인 가족 서사를 담담히 풀어내서다. 중간중간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마법 같은 일들은 '영화적 과장'으로 해석하자. 그러므로 노골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거나 인공적으로 눈물을 쥐어짜내는 것 또한 아니다.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자신이 살고 싶은대로만 살 수 없다고 여기는 순박한 소년 준경의 시야로 일상을 풀어나갈 뿐이다. 아버지, 누나, 친구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의 투박한 진심을 느낄 수 있다. 
가족애뿐만 아니라 첫사랑의 설렘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특별할 것 없던 준경의 일상에 ‘뮤즈' 라희(임윤아 분)가 깨고 들어와 그의 감정을 뒤흔들며 난생 처음 사랑의 감정을 일깨운다. 물론 그 시대의 감성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2021년 현재의 시선에서는 조금 비켜나간, 조금 퇴색한 듯보여 촌스럽긴 하다. 
아직은 순수함이 남아있는 준경과 라희의 모습이 나직하지만 위아래로 통통 튀면서 나름 여운이 긴 파장을 일으킨다. 인기 높은 장르에 밀려 자리를 내줬던 소소한 가족극, 풋풋한 첫사랑 서사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걸 ‘기적’으로 다시 한번 실감한다. 
말하자면 이장훈 감독은 가족드라마와 함께 한동안 맥이 끊겼던 90년대식 멜로물의 감수성을 잇는 시도를 한 것이다. 물론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목표인 시골 소년 준경이 동네 사람들과 힘을 모아 역을 만든다는 스토리 라인이 식상하고 익숙하게 여겨질 수 있다. 예고만 본다면.
이장훈 감독은 1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나이가 많은 분들이 (현재에 만족하는) 생활을 하시는 건 맞다고 보지만 이제 막 시작한 학생들까지 현재에 만족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꿈을 갖고 도전하고 실패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들의 실패까지도 응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들의 뜻밖의 사연과 꽁꽁 숨겨왔던 반전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어찌됐든 유행에 따르지 않는 소박한 가족 사랑 이야기로 잠들었던 정서를 일깨운 영화 ‘기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짠내’가 나기 시작했는데 ‘기적’ 속 준경이 오랜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연민이 아닌 깊은 위로로 다가온다. 개봉은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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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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