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차차차 정식’먹고 ‘인정(人情)허기’ 달래볼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1.09.02 18: 44

[OSEN=김재동 객원기자]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넓디 넓은 세상이지만 알고 보면 의외로 좁다.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된다.
그래서 치과의사 윤혜진(신민아 분)과 만능백수 홍두식(김선호 분)도 만났다. 갯마을 공진에서.
지난달 28일 첫 방영된 tvN 새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연출 유제원, 극본 신하은,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지티스트)가 가슴 따뜻한 힐링 로맨스를 시작했다.

故 김주혁·엄정화 주연의 2004년 개봉작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바닷마을 공진 마을 사람들의 유쾌하고 정겨운 스토리에 신민아·김선호의 로맨스를 버무렸다. 가을 브라운관에 한가위 차례상처럼 풍성한 한 상이 차려진 느낌이다.
명품 좋아하는 치과 페이닥텨 윤혜진은 원장의 과잉진료에 히포크라테스 정신으로 맞서고 자진 퇴사하는 순진녀다. 도시의 현실은 그녀를 갯마을로 내몰았고 그렇게 내려온 공진에서 그녀는 새 출발을 시작한다. 그 시작을, 열 두 폭 오지랖쟁이 공진의 홍반장 홍두식이 함께 한다.
초면의 홍두식은 무례하다. 반말은 기본, 기다려주는 법도 없고 계산은 동전 몇 개까지 칼 같으며 대우 받아 마땅한 치과의사 명함까지 휴지 취급한다.
서핑보드 위에서 출렁이는 한량인줄 알았는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공진항을 누빈다. 심야엔 찜질방 데스크로 사람 놀래키더니 새벽엔 수산물 경매사 옷을 입고 있다. 부동산중개사로 병원자리를 소개하는가 하면 인테리어 업자로 개보수까지 끝내준다. 최저시급 8720원으로만 움직이는 전천후 알바다.
그런 홍두식의 권유로 병원홍보차 찾은 마을 경로잔치. 춤바람이 일으킨 먼지 속에서 삶아지고 썰어지는 돼지 수육과 그 고기를 맨손으로 싸서 건네는 늙은이의 손, 들어본 적 없는 전직 무명가수 카페주인의 추근거림을 피해 들어간 마을회관서 혜진은 서울 친구에게 전화 하소연중 아뿔사, 외부 스피커가 켜져버렸다.
그렇게 도시의 순진녀, 도시의 피해자는 한 순간에 배려없는 이기주의자, 온 마을 사람들 가슴에 비수를 꽂은 가해자로 전락한다.
이 드라마의 상차림은 시작부터 근사하다. 캡틴 김감리(김영옥 분)여사를 필두로 한 할매 3인방이 있고 ‘서태지만 아녔다면’을 입에 달고 다니는 ‘오윤’이란 예명의 전직가수 카페주인 오춘재(조한철 분)가 있다. 애 딸린 여장부 돌싱 여화정(이봉련 분)과 그녀의 전 남편인 동장 장영국(인교진 분)도 있다. 이들 공진 사람들이 이야기가 윤혜진-홍두식의 로맨스에 버무려진다.
여기에 혜진의 대학시절 인연이자 현직 스타예능PD 지성현(이상이 분)이 조만간 등장해 홍반장의 대항마로 존재감을 뽐낼 예정이다.
혜진의 껌딱지 절친 표미선(공민정 분)은 벌써부터 달콤쌉싸름한 감초역을 충실히 해내고 있고.
낙향한 도시 사람들이 시골생활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어려움이 과도한 얽힘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1’자로 곧추세워진 채 살아가던 도시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게 서로 기대오는 ‘人’자형 인간관계는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사람(人)이 원래 그리 생겨먹은 걸. 또 낙향의 이유도 정작은 그런 그리움 때문일텐데...
코로나 시대다. 사람 사이 단절감이 임계점에 육박하는 요즈음 힐링포인트는 여지없이 사람이다. 제작진은 그래서 사람이야기를 잔뜩 상에 올린 모양이다. 이 가을 악당없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정식’을 다 먹고나면 ‘정(情)’이란 허기가 제법 달래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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