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한국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과 부임 한 달 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략대결서 웃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지난 2017년 6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치른 친선전 0-0 무승부 이후 4년여 만에 만난 이라크와 또 득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카타르 월드컵 진출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홈에서 열리는 3연전 중 첫 경기서 승리를 통해 분위기를 끌어 올릴 계획이었지만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이라크에 아쉬움이 큰 결과를 얻었다.
승점 1점을 따낸 것은 벤투호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이날 경기 전 '오만쇼크'를 당한 일본에 비해서는 좋은 결과였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과 벤투 감독의 지략 대결은 완패였다. FIFA 랭킹 38위 한국은 최정예 멤버로 경기에 임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다만 FIFA 랭킹 70위 이라크는 전지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다졌다. 큰 차이였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에 일관된 전술을 사용해 왔다. 포백 수비진을 기반으로 중원과 최전방의 인원을 바꾸는 전술이었다. 플랜B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황의조 등이 공격에 나선다. 문제는 수비적인 전술로 경기를 펼치는 팀과의 경기서도 똑같은 전술이라는 점이다. 철저하게 후방에서 빌드업을 한 뒤 전방으로 이동한다.
물론 문제는 아니다. 철저하게 포백을 기반한 전술이 팀에 녹아들었다면 문제가 될 수 없다. 다만 역대 국가대표팀 감독 중 가장 오래 감독을 맡고 있는 벤투 감독의 전술은 여전히 완벽하게 녹아들지 않고 있다. 선수 구성의 변화도 거의 없고 색깔이 다른팀을 만나도 대부분 비슷한 전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간파 당하기 쉽다.
이라크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 초 이라크 대표팀에 부임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짧지만 알차게 준비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경험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감독으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짧지만 최종예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정확하게 파악했다.
전력이 한 수위인 한국을 맞아 이라크는 전반서 선수비-후역습을 펼쳤다. 수비만 펼치는 전술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의 핵심인 손흥민을 철저하게 막았고 결국 실점 없이 전반을 마쳤다. 치열한 한국의 공격을 잘 막아낸 이라크는 후반 중반 수비수를 교체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경기 막판인 후반 40분에는 공격수를 투입, 골을 노렸다.
이미 전술적으로 한국의 플레이를 잘 막았기 때문에 마지막 기회를 살리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한국은 특별한 전술적인 변화가 없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남태희를 투입했다. 2선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였지만 효과가 없었다. 또 오른쪽 측면 라인을 정리했다. 번뜩이는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다. 선수를 바꿨지만 똑같은 상황이었고 상대는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그 결과는 무승부였다.
최종예선 첫 경기를 펼쳤지만 부담이 커졌다. 홈에서 최강의 전력을 갖고 무승부를 기록했기 때문에 원정으로 열릴 2차전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철저한 분석이 절실하다.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