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같은 급인줄 알았다. 그들의 일상과 삶,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며 웃고 울었다. 어렵게 장만한 집 한칸, 물론 자기 집도 아니었다. 이렇게 꾸미고 저렇게 꾸미고, 혼자 살지만 든든한 친구들이 있어 알콩달콩 외롭지 않은 인생이다. 조금씩 나아지는 생활을 보며 시청자는 감정이입에 더해, 미래의 희망을 함께 꿈꿨다. 자! 이제 꿈 깨세요. 애시당초 돈 버는 수준 차가 플라이와 헤비급입니다.
MBC 간판 예능 ‘나혼자 산다’에 슬슬 비호감이 누적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자나 출연자의 잘못이 아니다. 단지 기획 의도를 더이상 살리기 힘들 정도로 너무 오랫동안 방송을 계속한 탓이다. 출연진의 소시민적 삶에 동질감을 느꼈던 시청자가 이제 수십억 고가주택에 살거나 빌딩 하나씩 미래 보험으로 장만했다는 출연진의 연예뉴스에서 무엇을 느낄 것인가. 배신감이다. 원래 사돈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지 않나요.
연예인은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벌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샐러리맨 연봉 인상의 속도와는 따릉이 대 수퍼카 차이랄까. 대신에 이들의 고충은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젓지 않다가는 한 순간에 훅 간다는 것. 일부 스타들이 돈 벌면 바로 빌딩에 눈독 들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나혼산’은 ‘무한도전’ 이후 날개없이 추락하던 MBC 예능의 단비이자 구세주였다. 몇 년을 이어가는 동안 출연자 대부분은 매출 레벨이 몇 단계 상승했다. 인기와 명예, 그리고 부를 챙겼다. 소득이 늘은만큼 삶의 질을 올리려는 이들의 행동을 과연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나혼산’은 이 대목에서 출연자를 다시 전면 교체하던지 과감하게 기획 자체를 바꾸는 게 더 좋았을 듯 싶다.
지난 2013년 설 파일럿 ‘남자가 혼자 살 때’가 얼마 후 정규 편성되며 ‘나혼자 산다’의 기틀을 다졌다. 이후 성장과 침체를 거듭하면서 초창기 출연 및 제작진이 다 바뀌고 프로그램 컨셉트도 180도 달라졌다. 전성기는 2017년부터 결성된 전현무, 박나래, 기안84, 한혜진, 이시언, 헨리의 6인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 멤버로 최고의 해를 맞이했고 이후 전현무-한혜진의 하차 등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멤버로 높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 잘 날 없는 법. 인기 높은 프로는 구설수도 많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방송중 기안84의 왕따 논란이 더해지면서 제작진은 깜짝 카메라가 담긴 클립 영상을 포털 사이트에서 삭제했다. 박나래와 기안84는 '나혼산'으로 병 주고 약 주고, 두 역할 합니다.
정작 제작 및 출연진 호흡은 여전히 찰떡이고 굳건한 동료애로 ‘나혼산’ 항해를 이어간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논란의 당사자였던 기안84가 “내가 아니라는데 다들 왜 그래”라는 직격탄으로 논란도 잠재웠고. 하지만 문제는 시청자 인식이다. ‘나혼산’을 지금의 컨셉트로 밀고 나가려면 한 번은 출연진의 레벨업의 배경을 설명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어떨까 싶다. 차라리 부러워하면서 응원해주세요 라고./mcgwire@osen.co.kr
<사진> MBC '나혼자 산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