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로 추락한 '명가' FC 서울. 팬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 변곡점이 될 수 있을까.
FC 서울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1 2021 16라운드 순연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홍정호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전북 현대에게 3-4로 패했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승점 50점(14승 8무 5패)를 기록하며 선두 울산 현대(승점 54) 추격에 나섰다. 반면 서울은 승점 25점으로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11위 성남(승점 27)과는 2점 차이.

이날 서울은 지동원-황현수 등 주전 멤버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22세 이하(U-22) 선수 8명을 기용하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꺼내야만 했다.
여기에 팔로세비치-가브리엘-기성용 등 주력 등이 선발로 나서지 못하며 벤치에 대기해야만 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서울은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
젊은 선수들을 앞세워 빠른 압박과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서 전북을 당황시켰다. 시즌 첫 3골을 기록하며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단 2021 시즌 자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니 경기력만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어느 때보다 승점 3이 필요한 서울이지만 홍정호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3-4로 무너졌다.
전북전도 무너지며 서울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서울 팬들의 분노 역시 커졌다. 사실 서울 팬들은 경기 전부터 서포터스석에서 걸개를 빼고 선수단 버스 입구에 안티 문구를 설치한 상태였다.
경기 종료 이후 서울 팬들은 선수들의 퇴근길에 직접 비난 걸개를 들었다. 서울 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박진섭 감독과 주장 기성용이 직접 나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진섭 감독은 확성기를 통해 팬들에게 “감독독으로서 죄송하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진다.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라며 “선수들은 강등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고 뭐든지 다 하고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질책도 많이 하시지만 끝까지 응원해 주시면 선수들이 끝까지 힘내서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다. 응원해주시면 선수들이 더 힘을 낼 것이다.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서포터들이 선수단 분위기에 대해 묻자 기성용은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지 못해 죄송하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변명으로 들릴 것"이라면서 "성원에 보답하는 순위로 보답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기성용은 "그래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다음 경기부터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라면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이기 힘드실 것 안다. 나도 책임을 다 질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서포터들은 기성용과 박진섭 감독과 면담을 가진 이후 선수단이 떠날 때까지 걸개를 들었다. 버스가 떠나자 그들은 자진 해산하며 이날 시위는 마무리됐다.
팬들 대표로 박진섭 감독과 기성용과 면담을 한 서포터는 OSEN과 인터뷰서 "이번 면담은 이전부터 구단에 요청한 것"라면서 "지난주부터 미팅을 요청했다. 전북전을 앞두고 선수나 감독을 만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나 구단이 선수들의 사기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그런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더 기다릴 수 없어서 이 경기가 끝나고 구단에 만남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서포터는 "코로나 이슈를 생각하면 사람들이 곱게 보지 못해도 이해한다. 최대한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걸개를 들고 자체 발열 체크도 했다"면서 "면담 요청 이후 최대한 빠르게 해산하려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포터들은 긴장됐던 분위기와는 달리 특별한 소동 없이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걸개를 들고 있던 한 서포터는 선수들이 퇴근하는 버스를 보고 '아이고, 속상해라'라는 말을 남기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물론 애타는 서울 팬들의 심정을 이해하나 이 코로나 시국에 이런 집단행동은 올바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머리로는 비판해도 가슴으로는 서울 팬들의 애타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
오죽하면 이랬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K리그 최고 명문팀을 응원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서울 팬들이지만 이번 시즌은 부진과 논란의 연속이었다.
이날 걸린 걸개 속에는 팬들의 소리 없는 절규가 가득 차 있었다. 퇴근길에 팬들의 걸개를 본 서울 선수단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늦었지만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서울 팬들의 외침에 선수들은 응답하며 승리로 보답해야 한다. 팬들의 행동을 기점으로 서울이 반격의 신호탄을 터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