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의로운 형사였지만 윗선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옷을 벗은 서준(변요한 분)은 건설현장의 인부로 살게돼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아내(원진아 분)를 사랑하는 남자다.(*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늘도 별다를 것 없이 하루가 마무리 된 듯 보였지만 외국인 노동자 한 명이 난간에서 추락할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작업반장인 서준은 재빨리 기지를 발휘해 그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그러나 이는 보이스피싱 단체의 의도적 행동이었다.
서준이 가슴을 쓸어내릴 사이,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서준의 아내에게 전화해 단 몇 분 만에 수천만 원을 빼앗아 달아나버렸다. 해당 단체의 본거지는 중국 선양.

경찰이 검거에 뜸을 들이자 서준은 오직 아내와 동료들을 돕겠다는 일념 하나로 중국으로 향한다. 결국 그는 피싱 피해자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 프로(김무열 분)를 마주한다.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 제작 수필름, 제공배급 CJ ENM)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 프로를 만나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극.
‘보이스’의 서사가 마치 현실을 실시간으로 반영한 것 같은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남편이자 전직 형사 서준의 시점으로 바라본 피해 현실이 참으로 처참해서다.

과거에는 자녀의 전화번호로 발신자 번호를 변조하는 수법을 쓰거나 단순히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납치 상태인 것처럼 꾸며 자금을 편취했었지만, 요즘엔 공공기관 혹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면서 피해자를 기망해 금전을 편취하는 수법이 늘고 있다. 또한 결제 문자를 보내 URL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금전을 편취하거나, 대출을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엔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 및 백신 접종 등을 빙자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하거나 악성앱 설치를 유도해 자금을 편취하는 보이스피싱 시도가 증가했다고 한다. 영화 ‘보이스’는 이 같은 현실 범죄를 사실성 높게 담아 보는 내내 잔인한 씁쓸함을 안긴다.
그동안 다뤄진 적이 없었던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재로 한 ‘보이스’에는 변요한, 김무열, 박명훈, 김희원 등의 배우들이 출연해 자신만의 매력을 살려 가감 없는 연기력을 발휘했다.

사기꾼 역을 맡은 김무열, 박명훈의 개성 있는 비주얼과 대사 처리를 통해 실제 범죄자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변요한은 정의감 넘치는 전직 형사를 맡아 액션 장면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 범죄 사건과 액션을 동시에 잡아냈는데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이다. 변요한은 진정성을 담은 눈빛과 말투로 복수심에 불타오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김무열 역시 그간 보여줬던 캐릭터에서 벗어나 비열하고 저열한 얼굴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현재 진행형 범죄 보이스피싱 과정을 담는 리얼리티였을 터. 사기범들이 치밀하게 대본을 짜고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해 전화 사기를 치기까지의 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져 경각심을 높인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형사 및 금감원(금융감독원)의 증언을 토대로 심혈을 기울여 범죄자들의 유형을 담고자 노력했다고. 범죄의 현장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김선, 김곡 감독의 복귀작 ‘보이스’는 이달 15일 극장 개봉한다. 러닝타임 1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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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