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과 천박이 흐르는 ‘하이클래스’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1.09.08 10: 09

[OSEN=김재동 객원기자] 뭉치면 강하다는 건 약자의 논리다. 그리고 그렇게 뭉친다는 건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혼자 떨어지면 겁이 나기 때문이기 십상이다.
그렇게 약한 것들끼리 모여서는 저보다 더 약한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곱씹으며 안도한다. 그런 무리의 헹동양식에는 그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아무도 흉내내고 싶어하지 않는 비겁과 천박이 흐른다.
tvN 월화드라마 <하이클래스>엔 그렇게 무리짓는 엄마들이 즐비하다. 스스로 ‘하이클래스’라고 자부하는 그들은 깔아보는 시선과 허세로 젠체하며 그들의 우월함을 증명해줄 약한 상대를 겨냥한다.

그 무리의 우두머리는 호텔사장이자 학부모대표 남지선(김지수 분)이고 행동대장은 배우출신 셀럽 차도영(공현주 분)이다. 무리 구성을 끝낸 그들 앞에 때맞춰 송여울(조여정 분)이 나타난다.
첫 스캔부터 남지선은 송여울이 동류가 아님을 눈치챈다. 그렇다고 뜯고 씹고 맛볼 먹잇감도 아닌 듯 하다. 힘 과시 겸 무리에 받아들이려던 차도영 영입이 송여울로 인해 자칫 무산될 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송여울에게는 자신에 버금갈만한 드러나지 않은 배경이 존재하는 듯 싶다
전쟁은 원한 때문에 벌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불안때문에도 벌어진다. 저쪽이 오히려 나를 핍박할 수도 있다는 불안. HSC국제학교는 호텔 외에 남지선이 공고히 쌓아온 아성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카리스마 있는 막후였고 조율자였다. 그런 위상이 송여울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에 남지선은 차도영을 부추겨 간을 본다. 그 선에서 처리되면 그대로 좋고 아니라면 제대로 무리의 힘을 결집해 매운 맛을 보여주면 된다.
그 와중에 드론 사건이 벌어졌다. 차도영의 아들 곽시우의 드론이 망가졌다. 현장에는 송여울의 아들 안이찬이 있었고 목격자는 자신의 딸 이준희다. 너무 완벽한 상황 탓에 섣불렀다. 그 동안은 적의와 호의 사이 애매한 스탠스를 유지해 송여울의 방심을 유도해 왔는데 상황에 휩쓸려 본의를 드러냈다. 이제 송여울 측도 남지선을 명백하게 적으로 인지하게 될 것이다.
송여울로서는 이 무리의 모든 행태가 “참 너무들 하네”하고 넘길만큼 유치하고 우습지만 아들 이찬이 피해 입는 모양새가 자꾸 신경쓰인다. 정평있는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약했던 그녀다. 법정이란 전장에서 충분한 전과를 올린 유능한 전사란 방증이다.
예고편 영상속 “이 개막장에서 너랑 나 누가 남을 수 있는지 한번 가보자”는 송여울의 포효가 만약 남지선 무리를 향한 것이라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 호랑이와 이리떼 사이에 스멀스멀 전운이 피어오르는 기분이다.
무리짓기와 왕따 현상이 학교와 사회, 군대에까지 만연된 요즘 드라마상에서나마 비겁하고 천박한 사이비 하이클래스 대신 인간에 대한 존중과 품격을 갖춘 진정한 하이클래스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zaitung@osen.co.kr
[사진] '하이클래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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