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아(32)가 영화 ‘기적’에서 연기한 자칭 뮤즈 라희는 어쩐지 그녀와 닮아 있다. 청순하지만 활발하고, 소심하면서도 주저없이 돌진하는 모습에서 라희와 윤아가 겹쳐 보인다.
윤아가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 2019) 이후 두 번째로 주연을 맡은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블러썸픽쳐스)은 기차역이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고등학생 준경(박정민 분)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윤아는 준경의 친구이자 그의 첫사랑 라희를 연기했다.
8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윤아는 “라희가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저보다 라희가 직진형인 거 같다. 저는 라희보다 좀 더 신중한 편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윤아는 ‘기적’에 출연한 과정을 떠올리며 “저는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가 어떻게 나오든 저는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이번 영화가 만족스럽다고 자신했다.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대본을 읽었을 때 제가 느꼈던 느낌이 관객들에게도 전달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라희의 사랑스럽고 당돌한 매력을 제가 느낀대로 표현해 보려고 했다”라며 “이럴 때 이렇게 하자는 생각보다 제가 느낀 그대로를 연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기적’에 임하면서 윤아가 가장 크게 부딪힌 장애물은 봉화 사투리였다고 한다. 조부모가 경북 봉화 출신이라 익숙한 것은 있었지만 막상 대사로 치려니 부담이 컸다고.

“처음부터 ‘내가 사투리를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사투리가 한몫을 하는 거 같아서 사투리에 대해 정말 많이 공부하고 준비했다. 정말 대본이 빽빽하게 찰 정도로 쓰면서 준비했다. (라희의) 대사나 톤보다, 사투리가 가장 먼저 들릴 거 같았기 때문이다. (제가 말하는 사투리가) 어색하면 관객들이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 거 같아서 사투리를 익숙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웃음) 열심히 했지만 잘해냈는지 모르겠다.”
앞서 배우 박정민(35) 역시 사투리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던 바. 그는 촬영 중 윤아에게 사투리 레퍼런스 영상을 보내주기도 하면서 함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그와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윤아는 “정말 처음 만났는데 원래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친하게 지냈다. 오빠가 먼저 다가와줬고 저도 편하게 다가갔다”고 전했다.
그녀가 라희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게 이장훈 감독과 박정민이라고. “박정민이 준경이었기 때문에, 제가 라희를 연기하는 동안 집중이 더 잘됐고 몰입도 잘됐다. 박정민이 표현한 준경이라, 저는 이 영화가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오빠에게도 ‘준경이 박정민이라 너무 좋았다’는 얘기를 했었다. 박정민이었기 때문에 준경 캐릭터가 훨씬 더 잘 살아난 듯하다. 박정민과 연기한 게 미라클 같다.(웃음)”고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경북 봉화 사투리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두 사람은 “영화의 시작단계부터 라희와 준경의 신(scene)이 있었다. 초반부터 촬영 시점이 비슷하다 보니 현장에서 오빠가 저를 편하게 해주셨다”면서 “제가 라희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했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오빠와 함께 놀다 온 느낌이다.(웃음) 라희로서 연기를 했다기보다 임윤아, 박정민으로 보낸 느낌이다.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을 한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준경은 아버지(이성민 분)와 누나(이수경 분), 마을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간이역 프로젝트에 집중하는데, 라희는 그런 준경이 숨기고 사는 재능을 꺼내보이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

시사하는 시간이 각기 달랐다는 윤아는 “이틀 먼저 본 오빠에게 ‘영화가 어땠느냐’고 물어보니 ‘엉엉 울었다’고 하더라.(웃음) 저도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수정본을 봤을 때, 두 번 울었다. 특히나 대본이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었다”고 영화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앞서 윤아가 출연한 ‘엑시트’는 942만 명(영진위 제공)을 모았던 바. 이에 ‘기적의 흥행에 대한 기대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런 생각은 안 한다. ‘엑시트’라는 작품이 있어서 감사하지만 ‘기적’도 대박이 날 거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아는 “‘엑시트’가 잘됐으니까 이젠 어떤 걸 해야겠다는 마음은 없다. ‘기적’의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작품은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저는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첨언했다.

윤아가 가진 매력 덕분에 라희만의 장점이 배가됐다. “제가 선택한 작품들의 캐릭터 결이 비슷하다. 하지만 그 안에 디테일한 부분이 다르다”며 “저는 그 안에서 새로움을 찾고 조금씩 다른 부분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라희 캐릭터는 제가 했던 것들 중 너무나 순수하고 사랑스러웠다. 다른 인물들도 그랬지만. 라희가 귀여운 순수함이 있는데 충동적임에도 미워보이지 않았던 거 같다. 굉장히 사랑스러운 캐릭터라 저 역시 매력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07년 걸그룹 소녀시대로 데뷔해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가고 있는 윤아. ‘배우로서 자리를 잡은 거 같은가?’라는 물음에 “(데뷔 후) 가수로 활동한 기간이 더 길었다. 아직은 배우로서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은 거 같다. 많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리를 잡았다고 말씀해 주시면 감사할 거 같다”며 “저의 선택으로 차근차근 걸어가고 싶다. 제가 느낀 것을 기준으로 (작품)선택을 해야지 끝내고 나서도 만족감이 크더라”고 말했다.

윤아와 함께 카라 한승연(34), 시크릿 한선화(32), 걸스데이 민아(29)가 비슷한 시기에 새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윤아는 아이돌들의 연기 도전에 대해 “너무 반갑다. 이렇게 같이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이라며 “무대에서 만났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이젠 연기를 하며 만나니 다른 시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땐 어렸는데 나이를 먹었으니 한층 더 성숙해진 상태에서 만날 수 있을 거 같다. 각자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거 같아 기쁘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소녀시대 8명 멤버들은 tvN 예능 ‘유퀴즈’에 출연해 시청자들 앞에 섰다. 완전체 출연에 대해 “저희들끼리 개인적으로 만난 것과 느낌이 다르더라. 방송에 나온 모습을 보니 옛 생각도 많이 나고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주변에서 재미있게 봤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이제는 ‘놀토’의 태연, ‘엑시트’의 윤아가 같은 팀인지 모르는 (어린)친구들도 있더라.(웃음) 그런 점에서 소녀시대의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거 같다. 올해 데뷔한 지 14년이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 모두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쁜 일이다”라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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