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2’ 조정석-전미도, 20년 엇갈린 마음에 종지부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1.09.10 09: 16

[OSEN=김재동 객원기자] 그날 그 키스로 이익준(조정석 분)과 채송화(전미도 분)는 20년지기 친구를 잃었다. 대신 두 사람은 해묵은 연인을 얻었다.
9일 방송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11화에서 마침내 두 사람의 관계가 새로운 진전을 보였다.
이익준의 퍽치기 사건이 계기였다. 99학번 동기들 중 가장 먼저 달려온 채송화는 익준의 손부터 잡아간다. 미운 마음은 속일 수 있어도 정든 마음은 속일 수 없는 법. 그 모습을 응급실을 맡고있던 동기 봉광현(최영준 분)이 이채롭게 바라본다.

마침 비가 내렸다. 빗속의 차안에서 채송화가 입을 열었다. "너 사고 났을 때 나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뭔 줄 알아? 고백할 걸. 너 좋아한다고 고백할 걸.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 그래서 말인데 너 마음 그대로면 우리 사귈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두 사람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키스였다.차창밖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오랜 갈증이었다. 누구도 고백하지 않았고 누구도 차고 채이지 않았지만 각자가 상대방을 향해 기대하고 실망하고 체념한 세월이 20년이다. 세월이 켜켜이 쌓여갈수록, 그래서 우정이 깊어갈수록 행여나 섣부른 고백이 우정마저 망칠까 조심해온 두 사람이다.
송화의 연정이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20년 전쯤에 익준의 생일날 송화는 익준이 좋아하는 모자를 선물로 정성껏 포장해 들고는 “같이 밥먹을까?” 데이트를 신청했었다. 나름 수줍은 고백이었고 용기내느라 애쓴 고백이었다. 익준은 “소개팅 약속 있어”란 말로 덤덤하게 거절했고 송화는 선물조차 뒤로 감춘채 상처입은 가슴을 안고 물러섰었다. 당시 흔들렸던 익준의 눈동자로 보아 딴에 제법 어른스럽게 ‘우리 사이 친구 사이’란 변명으로 제 감정을 감춘 모양이었다.
그리고 충분히 세월이 흘러 익준 스스로 송화를 향한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이번엔 송화가 “고백하지마!”란 말로 벽을 치고 말았었다.
그리고 이어진 이날의 고백과 키스. 지워도 지워지지않던 해묵은 생채기에 새 살이 돋았다.
두 사람의 이 어리석고 안타까운 긴 세월 심리적 엇갈림을 비웃는 캐릭터가 하나 있다.
추민하(안은진 분)다. 확인하고 확인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 식사와 영화관람이란 고전적인 데이트 끝에 양석형(김대명 분)을 향해 "왜 저한테 고백 안 해요?" 묻고는 양석형의 입도 떨어지기 전에 "저는 예스예요!"하고 답한다.
그러고도 불안한지 "우리 지금 사귀는 건 맞죠? 근데 사귀자는 말도 안 하시고, 고백도 안 하시고, 혹시 저 혼자 착각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요"라는 걱정을 덧붙인다.
그런 추민하의 채근에 양석현은 "그걸 꼭 말로 해야 해? 좋아해. 나도 너 좋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고백해"라며 확인해주고는 그녀를 안아준다.
봄 꽃 다르고 여름 꽃 다르다. 사랑방식도 이 사람 다르고 저 사람 다르다.
세상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인연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아닌 사람들이 더 많다. 이익준-채송화 커플의 젖은 장작처럼 오래 걸린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그리고 양석형-추민하 커플의 수시 확인 사랑법을 보면서 인연이다 싶을 땐 슬쩍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프로 고백러 추민하처럼 취미·습관·특기가 고백일 필요까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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