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을 떠난 ‘캡틴’ 허일영(36, SK)의 빈자리가 크다.
고양 오리온은 14일 상주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21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B조 예선’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89-79로 이겼다. 오리온은 첫 승을 신고했다. 오리온은 16일 KT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오리온이 승리했지만 썩 만족스러운 경기력은 아니었다. 두 팀 모두 외국선수 없이 경기에 임했고 KGC의 핵심 오세근, 양희종, 전성현도 명단에서 빠졌다. 김철욱마저 이적한 KGC 골밑은 한승희가 지켰다. 몸상태가 한결 좋아진 이종현이 13점, 8리바운드에 덩크슛까지 터트리며 KGC 골밑을 접수했다.

오리온의 문제는 외곽이었다. 허일영이 떠난 뒤 3점슛을 믿고 던질 수 있는 슈터가 없다. 이날 오리온의 3점슛 27개 시도 중 5개만 성공되며 성공률이 19%에 그쳤다. 허일영의 자리에서 뛴 최현민(1/2, 50%), 조한진(1/5, 20%) 모두 3점슈팅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김강선(2/5, 40%)은 슛이 괜찮았지만 사이즈가 작아 3번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최진수와 허일영이 차례로 떠나면서 '장신포워드 군단’으로 불렸던 오리온의 장점은 사라졌다.
외곽수비도 문제였다. 오리온은 176cm 우동현에게 3점슛 9개 포함, 31점을 내줬다. 우동현은 단신임에도 공을 잡고 주저하지 않는 과감한 슈팅으로 오리온 수비를 초토화했다.
경기 후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허일영의 빈자리에 대한 대책을 묻자 “허일영은 우리 선수가 아니다. 내가 평가하기는 그렇다. 남은 선수들이 슈팅을 잘했다”고 평했다.
강 감독은 선수들의 슛부진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그는 “선수들이 수요일 백신을 맞고 3일간 운동을 못했다. 변명은 아니지만 (슛이 안 들어간 것은) 후유증이다. 근육통을 호소하다보니 페이스가 떨어졌다. 너무 외곽이 안 좋은 것은 인정하고 있다. 선수들을 믿고 있다. 부족한 슈팅연습을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단순히 한 경기에서 오리온의 슈팅성공률이 낮아서 문제일까. 오리온은 슈팅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마무리 모두 매끄럽지 못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허일영이 빠졌다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강을준 감독은 이에 대한 대책을 분명히 갖고 시즌에 임해야 한다.
오리온은 신인드래프트 3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다. 강을준 감독은 “순리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가치로 보면 3순위 후보는 연세대출신 센터 이원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오리온이 이원석을 뽑는다면 센터진 교통정리가 불가피하다. 오리온은 최진수 트레이드를 통해 이종현을 데려왔다. 지난 시즌 신인으로 수비형센터 박진철을 뽑아 센터진이 이미 포화상태다.
남는 자원인 센터를 내주고 슛을 쏠 수 있는 포워드를 보강할 계획은 있을까. 강 감독은 “거기까지는 생각 안했다”며 말을 아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