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숫자가 악평을 이겼다 (종합)[Oh!쎈 초점]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1.09.23 18: 16

 "뛰어난 사람의 기준은 명쾌해. 숫자로 표기되거든"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한 이 대사는 극 중 김다미의 엄마로 출연한 김여진이 딸에게 설파하는 교육관이다. '옳고 그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의 기준은 타인에 의해 어떻게든 변할 수 있다'란 생각을 가진 엄마는"뛰어난 사람의 기준은 명쾌해. 숫자로 표기되거든"이라고 말한다. 딸을 소시오패스로 만든 날카로운 말이었지만, 보는 이에게 공감과 고민을 동시에 안기는 현실조언이기도 했다. 사람을 작품으로 살짝 바꾸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 이 말의 적절한 예시가 된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첫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뚜껑을 열자 국내 언론과 네티즌들에게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혹평이 쏟아졌다. 앞서 공개됐던 한국 오리지널 'D.P.'가 호평일색이었던 것에 반해 '오징어 게임'은 명확한 온도차를 보였다. 심지어 이 콘텐츠가 외국인들에게 소개되고 소비되는 게 안타깝다는 수위 높은 악평이 등장하기도 했다.

드라마는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배우 이정재가 주연을 맡고 공유, 이병헌이 특별출연을 하는 등 그 화려함이 남달랐고 내공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극적인 세계관과 달리 곳곳에서 보이는 허술한 설정들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비판과 여성과 노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묘사가 시대착오적이며 과도한 신파 설정이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것들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만한 내용이었다. 다만 일부에서 지적하는 극의 내용이나 대사의 불편함이, 작품의 질적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해야할 것이다.
어쨌든 더욱 팽배해지는 비판 분위기는 하지만 '숫자'로 인해 반전됐다.  
'오징어 게임'이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에 등극한 것이 가장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어떤 드라마도 해내지 못한 성적이니까. 
또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와 카타르, 오만,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 정상을 차지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등 K콘텐츠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출연 배우들의 광고력과 직결되는 SNS팔로우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와 더불어 국내와는 다르게 해외 평단들에게는 호평들이 많이 눈에 띈다.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다. 6번째 에피소드는 올해 본 TV 프로그램 에피소드 중 최고다"(Forbes), “K드라마의 고전적인 표현에서 벗어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당신의 신경을 자극할 훌륭한 시리즈"(RTL/프랑스) "'오징어 게임'의 미술은 환상적이다. 밝은 색상과 화려한 영상이 게임의 거칠고 어두운 특성과 대조를 이룬다. 틀림없이 올해 놓쳐서는 안 될 작품"(The Review Geek) 등.
이 같은 의미를 갖는 숫자들이 연거푸 등장하자 판도는 전환됐다. 국내 언론들은 앞다퉈 단점을 잡아내는 대신 왜 해외에서 열광하는지 이유를 분석하고,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K드라마로서 갖는 가치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국위선양은 어느 분야에서든 존경심을 가질 만 하다.
'옳고 그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작품)의 기준은 '숫자'에 의해 어떻게든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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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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