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문성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를 떠나보낸 소감을 전했다.
정문성은 30일 오전 화상 인터뷰를 통해 OSEN과 만나 지난 16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에서 흉부외과 레지던트 도재학 역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정문성은 흉부외과 늦깎이 레지던트 ‘도재학’으로 분해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전공 교수인 김준완(정경호)의 구박에도 능청스러움과 해맑음으로 받아치는가 하면, 곁에서 그를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으로 티격태격 케미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환자의 말들에 귀를 기울이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의사로서의 진지함은 물론, 정 많고 인간적인 면모로 잔잔한 울림을 안겼다.
이하 정문성 인터뷰 일문일답
Q. 종영 소감은?
너무 많이 사랑해주셔서 현장도 너무 따뜻하고 분위기도 좋았다. 우리도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다. 오래 전부터 준비했어서 모두가 가족 같았다. 현장에 있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 공간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모두가 아쉬워하고 서운해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런 행복한 작업을 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섭섭하다기보다는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더 크다.
Q. 배우들, 지인과 있을 때의 모습과 신원호 감독님과 있을 때의 모습이 어느 정도 비슷하고 달랐나요
감독님은 사실 저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할 때 내가 정해인의 형 역할이었다. 뒤늦게 합류했고, 누굴 만나도 울어야 했어서 가서도 감정을 잡고 있어서 그러다보니까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지 못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진중하고 무겁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내가 낯을 가린 영향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나를 아는 전미도, 조정석, 정경호, 유연석 등은 내가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서 감독님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좋은 말을 해준 사람이 드물다고 하더라. 의심스럽지만 보고 싶다’고 하셨다. 지금은 감독님과도 많이 친해졌다. 좋아합니다^^
Q. 정경호와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
처음부터 신뢰가 있었지만 점점 쌓였다. 어떤 장면이든 서로 믿었다. 걱정을 한다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도울 거라고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를 돋보이게 하게끔 배려했던 것 같다. 정경호가 다정하고 스윗하다. 빨리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다.
Q. 애드리브로 탄생한 장면이 있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대본을 지키는 편이다. 애드리브를 추가해서 하려고 하는 작품이 아니다. 어떤 말을 하면서 행동을 추가하는 정도인데, 정경호가 열난다고 했을 때 감독님이 컷을 안해주셔서 이마를 댄 장면이 있다. 그게 그대로 나갔다.
Q. 일상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비법은?
멋있는 연기가 더 힘들다. 완벽함에 가까운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 힘들 수 있다. 도재학이라는 인물 설정 자체가 훌륭한 교수님, 의사들 사이에서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대본에 있는 그대로 연기를 하는 것이 실감 나는 사람의 모습이다. 교수님들처럼 멋있고 완벽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런 쪽에서 좋게 보여진 게 아닌가 싶다.
Q. 무대와 매체 연기를 함께 하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매체 연기 같은 경우는 부분을 나눠서 촬영한다. 결과적으로는 하나로 모여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매체는 캐릭터들이 변화해서 등장하고 내가 연기하는 호흡의 구간이 길지 않다. 무대를 하게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가져간다. 매체만 하다보면 호흡이 짧아지는 느낌이 있어서 무대를 하고 돌아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자연스럽게 갈 수 있는 힘이 내게 생기는 것 같다.
Q. 도재학을 연기하면서 시즌1과 시즌2의 차이점은?
시즌1 때는 조금 더 미숙하고 김준완 교수와 관계도 시즌2보다는 만들어가는 단계였다. 시즌2에서는 관계가 형성되고, 도재학도 경력이 쌓이면서 능력치가 올라왔다. 그런 점에서 다른 부분이 있었다. 달랐던 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게 달랐다. 내 와이프가 누구인지, 실제로 있는건지 궁금했다. 그 분을 직접 만나 뵙고 부부로 연기를 하면서 더 인간적인 도재학의 모습을 나도 느끼고, 공부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는 점이 달랐다. 시즌1은 의사로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면.
Q. 연기를 하면서 참고한 부분은 있는지?
대본을 옳게 분석하고 최대한 의도에 가깝게, 장면의 목적, 캐릭터가 해야 할 것을 집중해서 그걸 해결하고 연기하는 것이 내게는 중요했다. 처음에는 부담이 있었다. 재미도 있어야 하고 감동도 있어야 하고 불쌍해야 하고 여러 가지가 있었다. 결국에는 대본을 잘 분석하고 분석한 것을 최대한 달성하는 게 내게는 가장 큰 숙제였다. 그 부분을 많이 신경 썼다.
Q. 도재학과 정문성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닮은 점은 사람처럼 보여지길 바란다. 말하는 것도 그렇고 비슷한 면이 있다.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싶어하는 면도 있다. 나름의 고민도 있다.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사람인데 내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 긍정적이고 좋은 사람이더라. 자기에게만 그런 게 아니고 주변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 같다. 그걸 보고는 도재학처럼 되고 싶을 정도의 마음이 들었다.
Q. 신원호 감독이 어떤 면을 보고 캐스팅한 것 같은지?
굉장히 많이 고민하셨다고 하더라. 뻔한 캐릭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짠한 부분을 살려야 하는데 뻔하게 보이는 건 싫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하면 그러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이건 네가 하면 돼’, ‘이건 네가 하면 쉬워’라는 말보다 ‘고민해주고, 나는 어려운데 이걸 같이 풀어볼래?’라는 걸 더 좋아한다. 부담은 됐지만 좋았다. 의욕이 불탔던 기억이 있다.
Q. 극 중 도재학이 다른 과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디를 가고 싶은지?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흉부외과 의사 역할로 하다보니 애정이 생기고 자부심이 생기더라. 내가 의술을 배우고 공부한 건 아니지만. 다른과가 싫고 흉부외과가 좋다.
Q. 시즌1과 시즌2를 겪으면서 개인으로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도재학이라는 인물이 어디에 있고 어떤 상황이든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시즌2에 오니 도재학은 이랬을 것이다가 아니라 도재학으로 그 상황을 내 몸 속에 집어 넣으면 말이 나오고 제스처가 나왔다. 그게 달라진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연기할 때 달라진 점이다.
Q. 정경호와 브로맨스, 시즌2 케미 중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시즌2에서는 둘의 케미가 보였던 장면은 너무 많다. 내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김준완이 SNS를 못 하는 상황이었는데, 도재학이 나중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시즌1 때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김준완과 이야기하는 장면을 좋아하는데,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있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장면 같아서 좋아한다.
Q. 전세 사기 극복 스토리가 공감과 눈물을 줬는데, 촬영 분위기는?
당시 두통이 심했다. 편두통이 있는 편이다. 여러 번을 찍어야 하는데 우니까 머리도 아프고 눈이 튀어나올 것 같더라. 그날따라 내가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스태프 분들도, 정경호도 많이 신경을 써줬다. 그때 생각하면 많이 죄송하다.
Q. 실제로 그런 힘든 사건을 겪은 적이 있는지?
다들 힘든 때가 있지 않느냐. 대학로에서 공연 처음 시작하고 했을 때는 돈을 많이 벌 수 없으니까 어머니와 둘이 살았는데 그때는 많이 힘들었다. 다른 일과 병행을 할까 했는데 친한 친구가 내게 ‘너는 그 꿈의 공간에 힘들어도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도움을 조금씩 줬다. 고마운 마음에 수첩에다가 다 적어놨다. 그리고 돈을 조금이라도 벌게 됐을 때 수첩에 있는 액수가 모이는 순간 친구를 만나서 갚았다.
Q. 도재학에게 김준완이란? 정문성에게 정경호란?
도재학에게 김준완은 도재학이 진짜 의사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좋은 의사가 어떤 의사인지는 모르겠다. 도재학 기준에서 진짜 의사는 환자 입장에서 환자가 낫기를 바라는 사람, 환자가 나을 수 있게 집중해서 도와주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김준완은 굉장히 그런 사람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나 격려보다는 진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이야기를 주고 받고 지내면서 좀 섞이는 느낌이 있는데, 도재학에게는 부족할 수 있는 냉정함과 이성적인 판단을 한번에 강력하게 줄 수 있는게 김준완이다. 진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도재학에게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 정경호는 작품을 같이도 했었지만 항상 내 윗사람이었다. 내가 형인데. 어떤 작품에서든 윗사람이었다. 연기할 때 기가 막히게 아랫사람 대하듯 하면서도 카메라 밖에서는 굉장히 나를 많이 좋아해 준다. 사람들에게도 내 자랑을 해줘서 고맙고 귀엽고 다정한 동생이다.
Q. 도재학 외에 도전해 보고 싶거나 탐나는 역할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김준완이 너무 좋았다. 차가운데 엄청 따뜻한 사람을 연기해보는 것도 매력있고 재미있을 것 같다. 도재학이 엄청 존경하고 사랑하는 그 인물을 정말 누군가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인간으로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배우로서 있다.
Q. 연기를 시작했던 당시의 초심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과 달라지지 않은 점?
좋아진 것이 있고 안타까운 게 있다. 안타까운 건 처음에는 내 몸이나 마음이 힘든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연기하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잘 하고 싶어서인지 그저 재미만 있는 건 아니다. 내 부족함이 느껴지고, 해결하고 싶은데 잘 안될 때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게 조금 아쉽다. 긍정적인 건 칭찬받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배우를 할 때도 그런게 좋아서 남들이 칭찬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하는게 옳다고 생각하고 하려고 했다. 더 중요한 건 연기할 때 내가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그게 크게 달라진 부분 중에서 긍정적인 점이다.
Q.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어떤 의미로 남을지?
새로운 한 울타리의 가족이 생긴 것 같다. 언제 다시 볼지, 만날지 모르겠지만 어쩃든 이들을 어디서 봐도 가족일 거 같다. 그런 사람들의 울타리를 내게 선물해준 작품이다.
Q. 주연 배우들과 캐릭터는 얼마나 닮았는지?
조정석은 많이 비슷하다. 똑똑하고, 재미있고 리더십도 있다. 김대명도 비슷한데 인싸다. 아싸가 아니다. 유연석도 비슷한데 세상을 많이 공부한 부분이 순수한 안정원과는 다르다. 제일 다른 건 정경호다. 정경호는 도재학이다.
Q. 시즌3에 대해서는?
감독님께서 시즌2가 끝나고 나면 다른 스케줄들을 자유롭게 하라고 하셨다. 시즌3는 절대 없다, 반드시 있다는 이야기를 한 건 아니다. 배우들은 시간이 지나서도 한다면 다들 할 것 같다. 물론 그때 상황을 봐야하겠지만. 시즌3까지 구상했다는 건 자세하게 들은 건 없다. 시즌3까지도 갈 수 있다고 처음에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한편, 정문성은 MBC 드라마 ‘검은 태양’에서 베일에 가려진 인물인 ‘장천우’역으로 이전 작품과는 180도 다른 반전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