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안친해"라던 정정용, 사실은 아쉬운 잠실과 이별[강필주의 36.5]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1.10.03 06: 22

"사실 잠실은 나와 안친한 것 같다."
서울 이랜드를 이끌고 있는 정정용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홈으로 썼던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대한 단상을 장난스럽게 표현했다. 
서울 이랜드는 2일 오후 4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32라운드 경남FC과 홈경기를 1-1로 비긴 채 마쳤다. 전반 19분 유정완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전반 종료직전 윌리안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사진]서울 이랜드 제공

이날 경기는 이랜드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이면서 일종의 주경기장 고별전 성격을 띠기도 했다. 주경기장이 2022년부터 실시하는 ‘잠실 스포츠·MICE 복합단지 조성 계획’에 포함돼 리모델링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몇년이 될지 재개장할 때까지는 목동종합운동장을 써야 한다. 
정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 동안의 잠실 생활을 돌아보면서 "사실 잠실은 나와 안친한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변화를 내년에 줘야 한다. 감독으로서도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겠다. 제가 잘해야 한다. 2년을 했으니 내가 잘 준비하겠다"고 자신을 다그쳤다. 
공식적으로는 잠실과 '정떼기'에 나선 정 감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승격을 공략으로 내걸었지만 올 시즌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려곡절도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여파로 두 차례나 자가격리에 나서야 했다. 지난 7월에는 김희호 코치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나마 고별전 형식의 경기마저 선제골을 넣고도 비겼다. 팬들이 없는 텅빈 구장이었기에 더욱 씁쓸한 마음이 들 수밖에.
하지만 정 감독은 비공식적으로 구단 관계자에게 "섭섭하다"면서 잠실을 떠나야 하는 아쉽고 애틋한 마음을 표시했다. 그 말 속에 정 감독이 잠실에 기대와 애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느낄 수 있다. 
[사진]잠실=강필주 기자 /letmeout@osen.co.kr
정 감독에게는 이랜드의 홈 잠실은 연령별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고 처음 프로 사령탑을 경험한 곳이었다. 많은 클럽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이랜드와 3년 계약을 맺은 정 감독이었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도 K리그1 승격에 집중했다. 
정 감독은 첫 해였던 2020시즌 5위까지 팀을 끌어올렸다. 2019시즌 꼴찌팀을 플레이오프 진출권 바로 밑까지 끌어올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정 감독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다시 하위권으로 내려서 사실상 승격이 불가능해졌다. 정 감독으로서는 잠실에서 승격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목동에서 승격한다면 진짜 홈인 잠실에서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클 수 있다.
섭섭함을 뒤로한 정 감독에게 내년은 이랜드와 3년 계약 마지막 해가 된다. 이랜드는 그동안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단기간 성적을 원하는 조급함 때문에 경질된 감독들이 수두룩했다. 그런 관례를 뒤바꿔 놓은 정 감독이다. 그만큼 정 감독도 승격에 대한 의지가 더 강렬해지고 있다.
이제 참을성을 기른 이랜드도 정 감독의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 시시때때로 정 감독을 둘러싼 이적 루머가 돌았지만 김은영 사무국장을 가교로 그룹의 두터운 신뢰를 보여줬다. 일찌감치 내년 임기 보장을 확약했고 이미 전지훈련지 섭외까지 나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 멘탈 전문가까지 투입하면서 정 감독에게 가중된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정 감독은 "정답은 없다. 제 철학은 그렇다"면서 "2년을 혼자 해보니 부족한 부분 있었다. 멘탈, 피지컬 등 전문가를 통해서도 개인 성장은 이뤄진다고 본다. 내년에는 경기 외적인 일은 전문가들이 할 수 있도록 믿고 가겠다"고 강조, 잠실을 떠났지만 동시에 일찌감치 내년 구상에 돌입했다. 목동에서 승격의 꿈을 이룬다면 그 때 정 감독이 떠올릴 잠실은 어떨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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