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잠실은 나와 안친한 것 같다."
서울 이랜드를 이끌고 있는 정정용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홈으로 썼던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대한 단상을 장난스럽게 표현했다.
서울 이랜드는 2일 오후 4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32라운드 경남FC과 홈경기를 1-1로 비긴 채 마쳤다. 전반 19분 유정완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전반 종료직전 윌리안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사진]서울 이랜드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10/03/202110030106771723_61588918e269d.jpeg)
이날 경기는 이랜드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이면서 일종의 주경기장 고별전 성격을 띠기도 했다. 주경기장이 2022년부터 실시하는 ‘잠실 스포츠·MICE 복합단지 조성 계획’에 포함돼 리모델링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몇년이 될지 재개장할 때까지는 목동종합운동장을 써야 한다.
정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 동안의 잠실 생활을 돌아보면서 "사실 잠실은 나와 안친한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변화를 내년에 줘야 한다. 감독으로서도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겠다. 제가 잘해야 한다. 2년을 했으니 내가 잘 준비하겠다"고 자신을 다그쳤다.
공식적으로는 잠실과 '정떼기'에 나선 정 감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승격을 공략으로 내걸었지만 올 시즌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려곡절도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여파로 두 차례나 자가격리에 나서야 했다. 지난 7월에는 김희호 코치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나마 고별전 형식의 경기마저 선제골을 넣고도 비겼다. 팬들이 없는 텅빈 구장이었기에 더욱 씁쓸한 마음이 들 수밖에.
하지만 정 감독은 비공식적으로 구단 관계자에게 "섭섭하다"면서 잠실을 떠나야 하는 아쉽고 애틋한 마음을 표시했다. 그 말 속에 정 감독이 잠실에 기대와 애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느낄 수 있다.
![[사진]잠실=강필주 기자 /letmeout@osen.co.kr](https://file.osen.co.kr/article/2021/10/03/202110030106771723_615889194c5da.jpeg)
정 감독에게는 이랜드의 홈 잠실은 연령별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고 처음 프로 사령탑을 경험한 곳이었다. 많은 클럽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이랜드와 3년 계약을 맺은 정 감독이었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도 K리그1 승격에 집중했다.
정 감독은 첫 해였던 2020시즌 5위까지 팀을 끌어올렸다. 2019시즌 꼴찌팀을 플레이오프 진출권 바로 밑까지 끌어올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정 감독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다시 하위권으로 내려서 사실상 승격이 불가능해졌다. 정 감독으로서는 잠실에서 승격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목동에서 승격한다면 진짜 홈인 잠실에서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클 수 있다.
섭섭함을 뒤로한 정 감독에게 내년은 이랜드와 3년 계약 마지막 해가 된다. 이랜드는 그동안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단기간 성적을 원하는 조급함 때문에 경질된 감독들이 수두룩했다. 그런 관례를 뒤바꿔 놓은 정 감독이다. 그만큼 정 감독도 승격에 대한 의지가 더 강렬해지고 있다.
이제 참을성을 기른 이랜드도 정 감독의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 시시때때로 정 감독을 둘러싼 이적 루머가 돌았지만 김은영 사무국장을 가교로 그룹의 두터운 신뢰를 보여줬다. 일찌감치 내년 임기 보장을 확약했고 이미 전지훈련지 섭외까지 나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 멘탈 전문가까지 투입하면서 정 감독에게 가중된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정 감독은 "정답은 없다. 제 철학은 그렇다"면서 "2년을 혼자 해보니 부족한 부분 있었다. 멘탈, 피지컬 등 전문가를 통해서도 개인 성장은 이뤄진다고 본다. 내년에는 경기 외적인 일은 전문가들이 할 수 있도록 믿고 가겠다"고 강조, 잠실을 떠났지만 동시에 일찌감치 내년 구상에 돌입했다. 목동에서 승격의 꿈을 이룬다면 그 때 정 감독이 떠올릴 잠실은 어떨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