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장준환 감독과 정재은 감독이 심사 기준에 대해 “이런 자리에서 멋진 작업을 맡게돼 영광이다. 편견 없이 영화들을 만나려고 한다”고 전했다.
두 감독은 7일 오후 부산 우동 KNN시어터에서 아시아영화 경쟁부문 ‘뉴 커런츠’ 기자회견을 열고 “침체된 영화의 바다에서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우리를 흥분하게 만드는 새로운 생태 교란종 같은 영화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는 장 감독과 정재은 감독,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위원장 크리스티나 노르트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리고 인도 출생의 디파 메타 감독이 심사위원장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디파 메타 감독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 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에 오지 못 했다.
이에 디파 메타 감독은 화상통화를 통해 “작년엔 코로나 때문에 극장이 문을 닫아서 갈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 영화를 제가 집에서 봤었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극장뿐만 아니라 (집에서도)흥미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고 말했다. 불참했지만 온라인을 통해 시청하고 충분히 심사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디파 감독은 이어 “물론 극장에서만 이뤄지는 마법이 있기 때문에 세 명의 심사위원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그동안 제가 집에서 영화를 보는 일을 학습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 사람은 한국, 이란, 일본, 인도,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국가에서 출품해 최종 후보로 선정된 작품들을 감상하고 평가한다. 두 편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면 뉴 커런츠 상을 받게 되며 각각 3만 달러의 상금도 획득한다.
2019년부터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노르트는 “부산에 올 수 있게 된 게 너무 기쁘다. 멋진 심사위원들과 같이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기대가 된다”며 “제가 베를린영화위원회 포럼위원장인데 이번에 뉴 커런츠에서 새로운 영화들을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상을 통해 연결된 디파 메타 감독은 “코로나로 인해 변화와 성장을 앞둔 모멘텀의 순간에 심사를 할 수 있게돼 기쁘다. 저는 새로운 시선, 신선한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 기뻐서 날아갈 거 같은데, 같이 아시아 영화의 새로운 작품들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뉴 커런츠 부문은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 영화를 심사하는 경쟁 부문이다. 지난 1996년 열린 1회를 시작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매년 선정해왔다. 과감한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전세계에 소개해 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모았다.
이날 심사위원장인 디파 메타 감독은 “심사위원으로서 편견 없이 영화를 대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제가 인도 출신이지만 한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는 국가가 아니라 젊은 감독이 제시하는 비전을 보고 싶다”면서 “모든 편견을 버리고 영화를 보려고 한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겠다. 제가 인도 영화를 좋아하고, 다른 감독님들이 한국 영화를 좋아할 수 있지만 저는 최대한 편견 없이 심사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티나 노르트도 “선입견을 없애고 영화를 봐야 한다”면서 “편견을 극복하고 안전지대를 벗어나 자신의 지평을 넓히는 게 영화를 감상하는 방식 같다. 제가 생각하는 (심사)기준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이다. 새로운 스타일의 내레이션, 미학적 수단에 관심이 있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를 지켜라’(2003)를 연출했던 장준환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이후 저 스스로 괴짜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저를 향한 저의 편견이었다”며 “그래서 저는 기준이 없다.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고 산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런 것에 흥미를 느끼는 제가 심플하게 접근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만의 기준을 전했다.

정재은 감독은 “내가 지지한 영화가 뽑히지 않으면 굉장히 속상하고 섭섭하다. 마치 내 영화가 수상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웃음) ‘지금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데 가까운 시간, 먼 시간이 지나도 좋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심사하겠다. 나중에 또 봐도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보려고 한다”는 자신의 기준을 설명했다. 2001년 개봉했던 정 감독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가 뉴 커런츠 부문에 선정돼 소개됐던 바.
이에 그녀는 “20년 전 부산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을 통해 제가 이 영화제를 처음 경험했었다. 제가 제 영화를 해외에 소개할 수 없었을 때인데 그때 부산영화제에 왔던 해외 게스트들이 대신 소개하셨다”며 “그래서 저는 뉴 커런츠가 아시아 감독들이 세계로 나가기 위한 일종의 창구라고 생각한다. (선정 받았던) 내가 같은 부문을 심사하며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고 의미심장한 감정도 느낀다. 한 편 한 편 정말 열심히 보면서 좋은 작품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장 감독은 “코로나 2년 동안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새로운 영화를 통해 그걸 발견하고 다시 한번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영화는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영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보게 될지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최종 선정작 2편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식이 열리는 15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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