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배우로서 저를 항상 신선하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전 작품의 이미지가 다시 차용되길 원치 않는다.”
배우 이제훈(38)이 7일 오후 부산 우동 KNN 시어터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에서 자신의 연기 철학에 대해 “매 작품마다 새로움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같이 털어놨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설된 코너 ‘액터스 하우스’는 이제훈을 시작으로 엄정화, 조진웅, 한예리, 변요한, 전종서가 팬들을 만나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론과 소회를 털어놓는 자리다. 이제훈이 이날 포문을 열며 첫 시작을 알렸다.

이날 이제훈은 “2010년에 ‘파수꾼’이라는 영화로 부산영화제에 왔었다. 그해가 가장 두근거리고 가슴이 뛰던 해였다. 독립영화고 많이 모자란 상황에서 만들었음에도 뿌리가 됐고 배우로서 방향성이 잡힌 작품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감을 잡았다”고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장편영화를 찍고 뉴 커런츠 부문에 올랐던 때인데, 그게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이제훈은 ‘파수꾼’을 통해 각종 영화제에서 남자신인상을 휩쓸며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어 이제훈은 “제 연기 방향성은 리얼리티다. ‘연기하는 나의 모습이 진짜일까?’ 물어보고 그것이 정말 진실 되게 담겼는지 돌아본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한다. 감히 100% 진실이라고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것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해서 작품마다 확장이 된 거 같다. 작품마다 사람들이 저라는 배우를 다르게 느끼길 바랐다. 스스로도 저를 새롭게 발견하고 싶었던 마음과 욕심이 컸다”고 데뷔 후 현재까지 걸어올 수 있었던 마음가짐을 전했다.

‘활동 시기마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느냐’는 물음에 “초창기엔 리얼함을 원했다. 내가 정말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가 싶었다. 소위 말해서 ‘난 가짜로 하지 않았다’는 마인드를 갖고 했다. 제 기준에서 그런 걸 표현했는데 많은 배우들을 보며 내가 하면 어떤 모습일까, 하고 대입을 하며 도전의식을 가졌다”고 신인 시절과 현재를 비교했다.
“대중에게 ‘이제훈이 저런 장르에서 저런 모습도 있구나’ 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람들의 ‘저 모습 지난번에 봤던 거 아니야?’라는 말이 가장 무섭다.”
최근 배우 구교환의 작품을 보며 자극받았다는 그는 “최근 ‘디피’와 ‘모가디슈’를 보며 ‘내가 꼭 구교환님과 같이 연기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다. 근데 실제로 뵌 적은 없다”고 털어놨다.

그가 연출한 ‘언프레임드-블루 해피니스’는 도시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 배우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의기투합한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제공 왓챠, 제작 하드컷)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네 배우가 마음 속 깊숙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했다.
“영화 만드는 걸 항상 꿈꿔왔다. 한 영화의 각본과 연출까지 맡게 됐는데 부산영화제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굉장히 떨린다.”
첫 연출작 ‘블루 해피니스’에 대해 그는 “이 영화를 봤을 때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 행복이라고 하면 선홍빛 이미지가 떠오를 텐데, 저는 그것과 상반된 푸른 이미지를 넣어보고 싶었다”라고 제목의 의미를 밝혔다.

기획의도에 대해 그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 게 무엇인지 낱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러고나서 제가 경험을 했었거나, 사람들이 봤을 때 공감하는 부분을 담고 싶었다”며 “연출자로서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다 싶더라.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디렉팅을 드려야 하는데 제가 과연 현장 디렉팅까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밝혔다.
이제훈은 “보시는 분들이 저라는 배우와 작품을 어떻게 봐주실지 들으며 만들어가고 싶은 게 크다. 예전엔 연기를 잘하고 싶으니까 몰두하며 미친 듯이 숙제처럼 탐구했었는데, 점점 틀을 부수며 확장을 시켜가고 있다. 결국엔 즐기는 자를 못 이기는 거 같다. (대중의) 평가는 감당해야 할 숙명이지만, 한 사람의 관객이라도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신다면 죽는 순간까지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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