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차차차’, 홍두식은 무엇으로 사는가?..윤혜진의 사랑![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1.10.11 08: 02

[OSEN=김재동 객원기자]  누군가에 대한 마음의 빚을 덜기 위해선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어떨 때는 평생조차 아주 짧은 시간일 수 있다.
9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공진마을에 태풍이 상륙했다. 보라슈퍼를 찾았던 혜진(신민아 분)은 혼자 진통을 느끼는 윤경(김주연 분)을 발견했다. 태풍으로 인해 산부인과 가는 길이 모두 끊긴 상황에서 두식(김선호 분)과 혜진은 윤경을 혜진 집으로 옮겨 출산을 돕는다.
산모 윤경 내외를 위해 집을 내어주고 휴식차 두식의 집을 찾은 혜진은 아이를 받은 감동에 두식에게 묻는다. “사람들 그런 생각하잖아.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하나를 낳을지 둘을 낳을지. 아들을 낳을지 딸을 낳을지, 그런 바람같은 거 없어?”두식은 그런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잠에 빠져든다.

그런 두식의 반응에 심란해진 혜진은 침실을 벗어나 책장의 책을 뽑아들다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사진 속엔 부모와 아이, 단란한 세 가족이 담겨있다. 그리고 어느새 다가와 그 사진을 메몰차게 낚아채는 두식. 누구인지를 묻는 혜진의 물음에도 대답을 않는다. 혜진은 “왜 자꾸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되려고 해? 왜 낯설어져?”라며 서운함을 표한다.
공진 3대 미스터리의 하나인 ‘알 수 없는 홍반장의 5년’에 대한 서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마침내 10일 방영분에서 미스터리가 풀렸다. 두식은 대학 졸업후 투자운용회사에 다녔고 잘못된 투자로 친형같은 선배 가정을 파탄냈다. 그 후유증으로 선배는 자살하고 누나라고 부르던 형수로부터 한맺힌 원망을 들었다.게다가 그 여파로 당시 회사 경비로 재직하던 지성현(이상이 분)의 조연출 김도하(이석형 분)의 아버지마저 하반신 마비에 이르게 됐다.
그 사건으로 홍반장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가고 싶은 곳도 가야 할 곳도 없어졌고,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없어진 완벽하게 길을 잃은 상태. 그저 고향 공진에서 계획없는 알바인생을 살며 사람들이나 돕는 것이 유일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때 등장한 혜진이 행복을 안겨주고 있지만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싶은 판에 그녀와 남은 인생까지 설계하기에는 아직까지 죄책감이 무겁다.
그런 두식에게 혜진은 말한다. "내가 알고 싶은건 홍반장의 내일에 내가 함께할 여지가 있는 지야. 그렇다면 난 기다릴게" 김감리 여사도 말한다. "이젠 행복하게 살아라. 니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고 치과선생도 행복하고 공진 사람들이 행복해진다"고.
두식이 되묻는다. "내가 그래도 될까?"
장영국(인교진)도 그렇다. “양말 아무데나 벗어놓지 말라고!”라며 절규하던 여화정(이봉련 분)에게 이혼당한 후 희생자 코스프레나 하던 끝에 자신이 여화정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전전긍긍하다  15년이나 뒤늦게 묵혀두었던 사랑을깨우친다.. 여화정은 그런 장영국을 용서했다.
최금철(윤석현 분)도 그렇다. 철없는 시절 사고쳐 보라를 만들고 오히려 윤경의 주도로 결혼해놓고는 만삭이라 굽힐 수도 없는 윤경의 신발 끈조차 묶어주지 못했다. 윤경 좋아하는 두리안을 사자고 헤맸다는 핑계는 있지만 출산의 공포에 사로잡힌 윤경을 홀로 두었다. 그런 금철을 윤경은 “오빠 없어서 얼마나 무서웠는데!”라며 품에 안았다. 비록 머리칼을 쥐어뜯었지만..
혜진이 두식의 선배 가족사진을 발견한 책의 제목이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인간계로 추방당한 천사 미하일은 ‘사람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겐 자기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있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세가지 질문의 답을 찾으라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미하일은 알몸의 자신을 거두어준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과 마트료나 부부를 통해 사람의 마음 속엔 하느님의 사랑이 있음을 깨달았고 1년을 신어도 실밥이 터지지 않는 구두를 주문한 귀족을 통해(그 귀족은 구두를 주문하고 돌아가던 길에 사망했다) 인간에겐 미래를 보는 지혜가 없음을 깨달았으며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부인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승천한다.
사람은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없어 실수를 한다. 하지만 사랑이 있어 살아간다. 실수하고 자책하지만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사랑하는 것이 모든 인간의 굴레일 것이다.
홍두식의 사연, 죽을 때까지 자책할 일이겠지만, 윤혜진이란 사랑을 만나서 다시 한번 행복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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