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29, 한화큐셀)이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5년만에 우승했다.
이정민은 17일 막을 내린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1억 8,000만 원)’에서 최종합계 51점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라북도 익산 컨트리클럽(파72/예선 6,569야드, 본선 6,525야드)에서 나흘간 펼쳐진 이 대회는 스트로크 플레이가 아닌,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스코어가 집계됐다. 변형 스테이블포드는 일반 스테이블포드보다 가점을 크게 높여 선수들에게 좀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대회 방식이다. 알바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 보기 이하 -3점으로 점수를 매겨 총점을 합산한다.

이정민은 단독 8위의 성적으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후반들어 폭풍 같은 버디 사냥을 퍼부으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특기인 날카로운 아이언 샷 감각이 위력을 떨친 데다 중장거리 퍼트도 노린 대로 제 길을 찾아갔다. 불안하던 짧은 퍼트에서도 실수가 없었다. 전반 9개홀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로 감각을 조율한 이정민은 후반 9개홀에서는 무려 7개의 버디를 뽑아냈다. 특히 12~14번홀, 16~18번홀에서 두번씩이나 3연속 버디 사냥에 성공했다. 이정민의 최종 스코어는 51점(14, 8, 10, 19)이었다.
2016년 3월 중국에서 열린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그 동안 우승 소식을 들려주지 못했던 이정민은 5년여 만에 승수 하나를 보태 개인통산 9승의 위업을 쌓았다.
5년만의 우승만큼이나 우승 인터뷰도 감동적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정민은 “기다리던 우승을 했다고 달라질 건 없을 거 같고, 천재 같으면 쉬엄쉬엄 해도 되겠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매일매일 또 노력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우승이 없었던 오랜 기간 동안 상처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정민은 “골프는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스포츠인 것 같다. 5년 이상 우승을 못하면서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가 두려움이 되고 있었다”며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 그 두려움은 이겨낸 것 같다. 다음 번에도 또 두려움이 찾아오면 이번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이겨낼 것이다”고 말했다.
자신은 “천재가 아니다”고 말하면서 “이번에 우승을 했다고 ‘극복을 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극복이라기 보다는 영원히 안고 가야할 과정인 것 같다. 방법을 찾으려고 무수히 많은 노력을 했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 왔다”고 그 간의 고된 여정을 이야기했다.

그런 노력이 뒷받침돼 우승까지 이르게 됐다는 이정민은 “오늘 대회에서는 15번홀을 지나면서 리더보드를 봤다. 마지막 세 홀은 버디 찬스만 오면 두려워하지 말고 무조건 넣자고 마음먹었다. 공격적인 플레이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이 우승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준우승은 최종합계 47점(12, 13, 11, 11)을 획득한 안나린의 차지였다. 안나린은 3번과 11번홀에서 두 번씩이나 칩인버디에 성공하며 기세를 높였으나 14번홀 이후 버디가 하나도 없었고, 18번홀에서는 보기까지 범하면서 이정민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