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김종관이 배우 신세경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를 내놓았다. 영화라는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던 감독이 OTT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어나더 레코더’(제공 kt seezn, 제작 쇼박스 래몽래인)는 배우 신세경이 서촌거리를 거닐다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시간 속에서,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속마음까지 나누는 다큐멘터리. 신세경이 낯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통해 영화적인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김종관 감독은 2일 오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제가 심각하지 않은 다큐멘터리를 종종 보곤 한다. 그 안에서 삶의 철학을 말한다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며 “제 선에서 다큐멘터리를 창작해낸다는 게 중요했다. 신세경에 대한 매력이 있었고 배우로서 호감이 있었다. 배우로서도 매력이 있었지만 자신의 삶을 사는 모습이 좋더라”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부터 밝혔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신세경에 대해 “보통 일에 대해 강박을 갖고 살아가거나, 힘들어하고 고민하는데 신세경은 그것에 있어서 삶의 균형이 좋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고 봤다”면서 신세경이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을 풀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관은 “저는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비교적 다른 도전을 하는 걸 즐긴다. 극장 개봉에만 의미를 두면 창작 작업을 자주 할 수 없다. 최근엔 여러 매체가 생겼고 전시 상영을 위한 영화도 만들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공개 작품을 만들어보기도 했다”면서 “새로운 기반에서 무언가 보여주고 오픈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기회가 되면 무엇이든 해보자는 입장이었다”라고 연출을 맡은 이유를 전했다.
신세경은 앞서 대본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면서, 김종관 감독의 감각으로 다큐멘터리 안에 있는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던 바.

이에 김 감독은 “보신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한데, 제가 하고 싶었던 창작의 형태 안에서 재미있게 해보고 싶었다”며 “(제가 처음 기획했던 것은 아니고) 제안을 받아서 새로운 분위기 안에서 해보면 어떨지 호기심이 생겼다”고 연출하게 된 이유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나더 레코드’의 주인공은 여자 배우, 남자 배우가 될 수도 있었다. (주인공 선택지는) 자유롭게 놓여있었지만 ‘어나더 레코드’의 이야기 안에서 잘 매칭될 수 있는 게 신세경이라고 느꼈다”고 그녀를 택한 계기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
김종관 감독은 배우가 작품에 출연해 연기를 하는 것을 ‘가면을 쓰고 진짜를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그는 “배우들이 만들어진 이야기의 가면을 쓰는데, 다큐멘터리는 그 가면을 벗고 이야기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짜 이야기를 만들며 진짜 얼굴을 보는 재미도 있다”고 비교했다.

서촌을 배경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는 “제가 애정을 갖고 있는 곳이었다”며 “제가 자주 가서 관찰했고 잘 아는 공간인데, 가장 중요했던 것은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그곳에서 목소리를 담아내는 의미가 있었다. 제가 극 영화 같은 다른 장르를 했었기에 (다큐멘터리 영화는) 처음이라 생소했다. 처음이기 때문에 제가 많이 알고 있고 관찰했던 장소를 매칭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서촌의 얼굴과 신세경의 생각을 놓고, 구조적으로 닮은 부분을 매칭시켜나갔다.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은 중매자가 될지 고민했다”며 “(다큐에 나오는)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삶의 변곡점을 그곳으로 잡은 사람들이다. 치열하게 살며 삶을 고민하는데, 신세경 역시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인터뷰 하면서 들은 이야기, 식당에서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교집합을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전작 ‘아무도 없는 곳’ ‘더 테이블’ 등을 촬영하며 서촌과 인연을 맺었던 바.

관전 포인트를 생각하면서 이번 다큐를 만들었다는 김 감독은 “모든 면이 관전 포인트지만, 저는 신세경에 집중을 했다. 그 사람의 내면을 보는 것인데 공간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서촌이라는 곳에서 그녀가 어떻게 적응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가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공감할 포인트가 많다고 생각했다. 서촌에서 만난 사람들이 전혀 다른 삶을 살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공감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낯선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속 얘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 행복의 가치가 무엇인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같이 고민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신세경의 생각만 듣는 게 아니라 그 얘기를 들으면서 시청자들이 본인의 삶의 기준을 잡아낼 수 있길 바랐다.”
‘어나더 레코드’는 디테일한 구성 없이 진행했다고 한다. 김종관 감독은 “저희 다큐멘터리가 잔잔하다. 너무 스트레스가 많은, 센 자극을 주는 예능식의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저 역시 편안하게 진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고생스러운 것은 없었지만 실은 무더운 여름에 찍었다. 코로나의 공포와 싸우면서 조심스럽게 촬영했다.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촬영 과정을 회상했다.

신세경에 대해 그는 “출연작이나 유튜브, 사전 인터뷰를 통해 만난 신세경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 물론 이 영화에 그 모습들이 다 나오진 않았지만 연장선상이라고 느꼈다. 안전함을 추구하면서 걸어가지만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건강함이 많다는 생각을 들었다. 책, 영화를 보는 취향이 좋았고 같이 애기하기 즐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자신만의 생각을 전했다.
김종관 감독은 “저는 겉보기에 영악한 것은 지양한다. 창작이라는 것은 긴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무언가 만들어나가서 나중에 모였을 때 의미를 갖길 바란다”며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창작하면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한다. 내가 가장 나답게 할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때인가 생각한다. 플랫폼과 관계없이 도전하지만 그 안에서 최소한의 지킬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지향성을 전했다.
‘어나더 레코드’의 시청자들이 신세경과 함께 산책하는 기분으로, 일상 속 낯섦을 마주하고 각자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저는 이걸 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극 영화를 할 때는 2~3개를 배웠다면 이번엔 10~20개를 배운 느낌이 있다. 다른 창작을 할 때도 인풋이 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했다. 세상과 면대 면으로 만나는 느낌이었다. 세상의 이야기를 이렇게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제가 잘 아는 범위 내에서 해봤지만 다음에 할 때는 조금 더 먼 곳에 가서 해볼 수도 있겠다 싶더라. 공부를 하면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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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t seez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