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이영애가 못 가진  세 가지[손남원의 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21.11.05 08: 46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가 가장 ‘핫’한 주말극으로 뜨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서는 ‘오징어게임’에 이어 전세계 시청자를 사로잡는 한국 드라마로 인정받는 중이다. 지난 2일 기준 넷플릭스 ‘오늘의 TOP10' 한국 2위, 글로벌 18위에 랭크됐다. 3, 4회가 방영될 이번 주말을 지나면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할 정도의 빠른 상승세다.
‘구경이’ 돌풍의 중심에는 이영애가 있다. 30여년 오랜 세월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녀스타, 바로 그 이영애다. ‘산소같은 여자’도 어느덧 50대에 막 들어섰건만 나이는 간 곳 없다.한 마디로 TV 화면 속 얼굴과 표정이 자연스럽다. 요즘 중년 여배우들 미모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무공해’를 여기서 찾았다. 역시 산소는 순수, 그 자체다.
무엇보다 ‘3척’이 없어 더 돋보인다. 잘난 척, 예쁜 척, 착한 척이다. 그래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이영애조차 못가진 세 가지가 등장한다.

첫째는 연기력 논란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성공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멜로와 스릴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면서 꾸준히 자기 개발에 매진한 결과다. 일찍 자기 잘난 맛에 빠졌으면 절대 얻지 못했을 성과물이다.
둘째는 성형 논란이다. 기자는 이영애를 1990년대 초반에 처음 스치듯 만난 인연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영애의 미모에는 아우라가 넘친다. 세월의 흔적도 맑은 시냇물 조약돌에 이끼처럼 살포시 잦아들었다. 그래서 앳된 미녀스타들이 넘쳐나는 2021년 현재에도 이영애의 명성은 ‘넘사벽’이다.
셋째는 악플 공격이다. 스타의 삶은 겉과 속을 같이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누군가는 기자에게 “집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저의 모든 모습은 연기라고 생각하시라”고 술자리에서 토로한 바 있다. 세간의 인식과 다른 속 모습이 조금이라도 밝혀지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만큼 힘든 직업이 연기자다. 외부 노출을 극히 꺼리는 이영애는 알게 모르게 기부와 선행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잘난 척없이 할 일만 하겠다는 소신이니 악플러조차 피해가는 모양새다.
이영애는 과작을 하는 연기자다. 결혼 이후 자녀를 키우면서는 출연작이 더 줄었다. CF도 가려서 일정 편수 이상은 거절한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작품 선정이 더 까다로워서 많은 제작자들의 애간장을 키우고 있다. 그러니 그가 한 번 출연을 결심하면 평균 이상은 분명하다.
이번 ‘구경이’는 그 수준도 넘어선 느낌이다. 2회까지 본방을 사수한 결과, 오랜만에 다음 주말 저녁이 일찍부터 기다려졌다. ‘구경이’ 전개가 어찌될지 궁금해서. 다음 회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이유로 절대 안보던 예고까지 챙겨봤다.
‘구경이’는 시청률 무덤이나 다름없는 JTBC 주말 오후 10시 시간대에 방영된다. 대작 드라마들이 연달아 막을 올리면서 첫 방송 전까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이영애 출연이 아니었다면 그냥 묻혔을 가능성이 컸다.
이영애는 여기서 그냥 이름값만 내세우지 않고 실력으로 승부했다. 파리가 꾈 정도로 꾀죄죄한 몰골로 온라인 게임에 목숨거는 여자, 구경이 역할이 그에게 어울릴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500cc 생맥주를 원샷하며 우동 면치기로 배를 채우는 이영애라니.
‘구경이’를 시청할 때는 허진호 감독의 2001년 멜로 명작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는 잊어야한다. 남자친구의 상우(유지태 분)에게 “라면 드실래요”를 무심하게 말하는 은수(이영애 분). 영화 속 유행어의 생명이 길어야 2~3년인데, 남녀 이성간의 “라면 드실래요”의 오묘한 속뜻은 아직도 유효하다. 이영애의 힘이다./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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