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메두사의 머리'의 의미는?..살인마 김혜준의 과거는?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1.11.07 10: 10

[OSEN=김재동 객원기자]  ‘구경이’ 3막 제목은 왜 ‘메두사의 머리’일까? 이 화의 피해자는 몰카범이자 성폭력 가해자다. 녀석은 이경(김혜준 분)이 튀김기름과 비누방울과 물풍선에 섞어 넣은 화학물의 혼합작용으로 독살당한 상황에서 몰카 희생자의 칼에 6차례 찔린다. 부검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몰카 희생자는 살인범으로 현장 체포된다.
그리스·로마 신화속 메두사는 본래 아테나 신전의 사제로 아테나 여신에 버금갈만한 미모를 자랑했다. 그 모습에 반한 포세이돈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메두사는 거절하고, 분노한 포세이돈은 아테나 신전에서 메두사를 범하고 만다. 신전에서의 사건을 알게 된 아테나는 메두사의 머리를 뱀으로 만들고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이들을 돌로 변하게 만드는 저주를 건다. 물론 크로노스와 레아의 아들이자 최고신 제우스의 형제인 포세이돈에겐 어떤 저주도 없었다.
‘메두사의 머리’란 3화 제목은 다분히 시사적이다. 끝내 페르세우스의 손에 잘리고 만 메두사의 머리는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비정상적인 사회풍토에 대한 비판일 수 있다. 실제 드라마속 현실에서 이모 정연(배해선)이 뉴스에 등장한 몰카범의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하는 것을 보고 이경은 "저런 놈들 혼내 주고 이모를 지켜주겠다"라고 말한다.

또한 드라마는 피해자가 독에 중독돼 버르적거리다 앉은 채 굳어 죽어버린 모습을 연출, 메두사와 눈이 마주치면 돌로 굳는다는 신화를 재현한 모양새다. 이경이 살인을 기획할 때마다 배달 주문받는 책 제목이 ‘메두사의 머리’이고 보면 이경은 애초에 살해 피해자를 돌처럼 굳혀 죽일 작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건은 이경의 계획을 벗어난다. 몰카범을 성공적으로 죽이는 데는 성공했는데 몰카범 피해자가 나타나 자기 영상 지워달라며 호소하다 칼질을 시작한다. 결국 여자는 현행범으로 현장체포되고 ‘그 죽음을 원한 사람이 용의자가 되지 않도록 만든다’는 이경의 원칙이 어그러진다.
이경은 완전범죄에 대한 자신감과 잡혀가는 여자의 허탈한 표정에 자극받은 듯 도심 전광판을 해킹해 여자가 체포되기 전 이미 죽은 피해자의 동영상을 공개하며 범인이 따로 있음을 세상에 알린다.
3화에서는 괴물이 된 이경의 과거에 대한 단서도 흘린듯하다. 식당에서 몰카범 뉴스를 접한 이경은 이모 정연에게 “이제는 내가 이모 지켜줄거야”라고 말한다. ‘이제는’이라는 표현을 볼 때 과거 한때 이경은 위험한 위기 상황을 겪었고 그 위기를 이모의 도움으로 넘겼을 수 있다. 그리고 당시 그 사건은 이경을 살인에 무감각한 괴물로 만들었을 것이다.
여기에 이경이 남들의 반응에 따라 ‘아 나쁜 놈이구나!’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보아 당시 이경에게 위기를 안겨준 대상은 이경이 평소 전혀 ‘나쁜 놈’으로 인지할 수 없었던 존재일 수 있다. 이경은 자신에겐 그렇게 혼란스런 선악의 기준을 타인의 반응으로 확인하고 ‘나쁜 놈’의 경우 박멸이 마땅하다는 가치관을 소유하게 된 듯 보인다.
가난해야 마땅할 연극배우가 럭셔리한 집을 갖고 사고사나 자살로 위장할 살인수법을 감당할만큼의 재력을 소유했으며 주변 친인척이라고는 달랑 이모 한명 뿐이다. 과거 이경에게 닥친 위기는 그가 소중히 여겼던 이들조차 희생시켰던 모양이고 이경 혼자 남겨져 상속받은 유산으로 생활하는 설정인 듯하다.
살인마 송이경의 정서적 배경은 그렇다치고 어쨌거나 이경을 성공적인 연쇄살인범으로 키워낸 것은 구경이(이영애 분)로 밝혀졌다.
수위살해미수 당시 여고생 이경은 수사관 경이에게 안들키게 사람 죽이는 법을 물은 바 있다.
당시 구경이가 설파한 사람 죽이는 법은 먼저 대상을 파악한다. 뭘 좋아하고 뭘 즐겨먹고 어디를 주로 다니는 지 등을 확인하고 그 일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죽음을 구상한다. 또한 자신의 손으로는 하지 않는다. 피해자 주변에 얼쩡대면 노출돼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으니까. 대신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활용한다.
당시 구경이는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난 사람을 안죽인다”고 말했었다.
경이의 강의는 이경에게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만들 수 있다면 사람을 죽일 수 있겠구나”로 이해됐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경은 자신이 죽인 ‘나쁜 놈’들의 피해자들에게 빚을 안겨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확보해 왔다. 실제 구경이가 접견한 몰카 피해자는 살인범이 접촉해 오면 연락하라는 경이의 충고에 “제가 왜요? 유일하게 내 생각해준 사람인데. 제가 어떻게 배신해요?”라고 물음을 던졌다
구경이는 살해 피해자의 모자에 숨겨진 몰카를 통해 피해자의 동선을 확인했고 대학 대동제 실행위를 통해 물풍선 이벤트가 없던 프로그램임을 확인하면서 ‘K의 연쇄살인’임을 확신하고 추적에 나서고 이제는 일개 보험조사원일 뿐인 구경이의 접근은 이경의 신경을 거슬리기 시작한다.
어쨌거나 3화에서 소개된 “절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는 구경이의 단정은 드라마 말미 이경이 어떤 이유로 몰락할 것인 지를 예언하는 것으로 읽힌다.
/zaitung@osen.co.kr
[사진] '구경이'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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