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 좋은 사람을 꿈꾼다. '원 더 우먼'으로 호평받은 배우 이원근의 이야기다.
이원근은 6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원 더 우먼'에서 조연주(이하늬 분)를 짝사랑하는 동료 검사 안유준 역으로 열연했다. '원 더 우먼'은 비리 검사에서 하루 아침에 재벌 상속녀로 인생체인지! 빌런 재벌가에 입성한 불량지수 100% 여검사의 ‘더블라이프 코믹버스터’ 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20%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으며 막을 내렸다. 이 가운데 이원근은 안유준 역으로 호평받은 바. 그는 8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원 더 우먼'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그는 작품을 둘러싼 호평에 대해 "작품은 만족하는데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는 건 없는 것 같다. 우리 직업은 끝없이 경험하고 보여줘야 하는데 만족하면 그 순간 안일해지고 성장이 멈추는 것 같다. 그래서 저 자신에게도 채찍질을 하면서 좋았던 부분도 있지만 조금 더 열심히 하고 항상 긴장해서 작품에 임하자고 생각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 더 우먼'은 이원근의 전역 후 첫 작품으로 의미와 무게가 남달랐다. 이에 그는 "무사히 잘 끝내서 감사하다. 코로나19 시기에 '원 더 우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현장에서 매번 코로나19 검사도 받고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코미디에 맞게 감사히 재미있게 마무리한 게 제 마음 속에 크게 항상 남아있다.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라고 했다.
또한 "전역 이후에 첫 작품을 하게 됐을 때 긴장도 많이 했다. 공간도 낯설고 카메라도 무섭고 신기하기도 했다. 현장의 공기가 달랐다. 또 52시간이라는 근로기준법이 생겼고, 그 변화 후에 처음으로 촬영에 임해서 모든 게 낯설고 신기했다. 그래도 적응하자는 생각으로 먼저 다가가서 인사도 하니까 조금씩 긴장도 풀리고 즐길 수 있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이원근은 "안유준 역할을 준비하면서 생각한 건 딱 한 가지였다. 처음에 촬영 들어갈 때 선배님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8부까지 대본을 보고 들어갔다. 캐릭터가 연주(이하늬 분)를 응원하면서 서포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연하남인 건 알았지만 흐름은 생각을 못해서 한없이 키다리 아저씨처럼 연주가 어떤 상황이든 과거에 함께 했던 연주와의 관계를 우선시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하늬 선배님이 연기하는 연주와 유준은 10년 이상 된 관계라 정말 친해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먼저 다가가고 인사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감독님이 저한테 말씀을 하신 게 일단은 착하고 잘 웃는 걸 주문하셨다. 뒤에 조사할 때 장면이 나오는데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야 해서, 연주한테 만큼은 친근하고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따뜻한 시선을 보여줘도 된다고 하셨다. 그런 말을 촬영 들어가고 나서 2부부터 10부까지 촬영 첫 주차에 세트 분량을 다 찍었을 때 들었다"라고도 밝혔다.

쿨한 짝사랑으로 호평받은 안유준의 결말도 이원근의 아이디어로 완성됐단다. 이원근은 "안유준이 포장마차에서 헤어지는 장면도 대본상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응원하는 톤의 감정이었다. 그런데 리허설을 하다 보니 포장마차에서도 감정이 올라왔다. 그래서 감독님께 차인 감정을 가져가도 되냐고 여쭤봤고, 한번 해보고 감정이 과하면 뺀 버전도 가자고 하셨다. 테이크를 보시더니 그게 맞다고 해주셔서 감정이 올라온 채 끝났다. 헤어지는 장면도 덤덤한 감정이었는데 세트장에서 모든 물건이 다 빠지고 촬영을 하면서 말도 떨리고 호흡이 올라오더라. 내가 인물로서도 동화가 됐지만 마지막이라는 것과 이별이라는 걸 어떻게든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건데 그 순간은 동화가 된 것 같다. 나중에는 감독님도 이렇게 해주는 게 유준의 감정도 끝나고 정리된다고 해주셔서 촬영됐다"라고 비화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원근도 안유준처럼 짝사랑한 경험이 있었을까. 이원근은 "짝사랑이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짝사랑 만큼 순수한 감정도 없고 한편으로는 가슴 아픈 감정이지 않나. 저는 그런 짝사랑이 참 아름답고 순수하다는 생각에 좋아한다. 저도 짝사랑 많이 해봤다. 어릴 때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저는 용기 있게 다가가는 성격이 못 된다. 한 발치도 아니도 열 발자국 뒤에서 보는 편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고백을 하면 '날 좋아했어? 전혀 몰랐어’라는 반응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호언장담한다"라며 웃었다.

전역 전후로 이원근에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을까. 이원근은 "전역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가 바라는 건 가족이다. 부모님 좋은 음식 대접하고 좋은 옷 해드리고 싶고 혹시나 사시고 싶은 게 있다면 사드릴 수 있는 아들이 되고자 하는 목표다. 그래서 배우로서는 군대 전이나 후나 제 마음 가짐은 변하기 보다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돼서 나 자신을 조금 더 편안하게 가꾸고 좋은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자는 거다. 예전에도 어머니를 희생, 아버지를 기둥이라고 주장해왔다. 아버지는 우리 가정의 기둥이고 어머니는 항상 저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희생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굳건한 의지 덕분일까.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 걱정도 없었단다. 이원근은 "제가 엄청 훌륭한 배우도 아니고, 제가 어느 정도 위치라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주어진 일에 감사했다. 허투루 하지 말고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은 보이지 말자고 생각했다. 군대에 간다고 제 입지가 줄어든다고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겸손하게 인사 잘 건네면서 나는 어느 정도 위치라는 생각을 안했다. 늘 주어진 일에 감사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저에 대해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군대에 가서 그런 생각을 되새긴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인간 이원근, 배우 이원근으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배우로서도 조금도 조급하지 않고 겸손한 저를 만든 계기가 된 것 같다. 군대는 감사하고 재미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벌써 30대, 데뷔 10년 차를 바라보는 배우로서의 심지도 굳었다. 이원근은 "처음부터 생각한 게 '변하지 말자’였다. 예전에 한 실무진 분이 제게 '뜨거나 나이 있으면 다 변하더라. 원근이도 변하겠지?'라고 비꼬듯이 말씀을 하셨다. 저 23살 즈음에. 그게 정말 상처였다. 마음을 열고 모든 걸 쏟아줬는데 나를 비아냥거리듯이 말하시는 게 정말 마음에 큰 상처였다. 그때 든 생각이 절대 변하지 않아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소심한 복수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그는 "항상 저는 20대, 30대에도 그 모습을 잃지 않으려 한다. 아버지도 '항상 감사하다는 말 반복해라’라고 해주신다. 저는 그런 아버지 모습이 멋지다. 늘 감사함과 긴장감 잃지 않게 교육해주시는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30대가 돼서도 그런 모습 잃지 않고 열심히 변함 없는 모습으로 시청자 분들께 다가가려고 한다"라고 덧붙이며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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