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돈을 투자한 선수가 그에 걸맞은 활약을 할 때 '이 맛에 현질한다'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줄임말로 하면 '이맛현'. 요즘 V-리그 여자부 KGC인삼공사가 이소영(27)을 바라보며 느끼는 기분이 그렇다.
지난 시즌 5위에 그치며 4년 연속 봄 배구가 좌절된 KGC인삼공사가 올 시즌 확 달라졌다. 1라운드에서 5승1패 승점 15점을 쌓으며 단독 2위로 마쳤다. 시즌 전 다크호스로 예상이 되긴 했지만 1라운드 시작부터 선두권 경쟁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성적이 오르니 인기도 쑥쑥 오른다. 대전 홈 4경기 모두 매진으로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다.
그 중심에 'FA 모범생' 이소영이 있다. 지난 시즌 GS칼텍스를 사상 첫 트레블로 이끌며 챔프전 MVP를 수상한 이소영은 FA 시장에서 끈질기게 구애한 KGC인삼공사로 이적했다. 계약 기간 3년에 매년 연봉 4억5000만원과 옵션 2억원 포함 총액 19억5000만원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9시즌 연속 '연봉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연봉 4억5000만원, 옵션 2억5000만원 총액 7억원)에 이어 여자부 두 번째 가는 특급 대우. 투자에 인색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KGC인삼공사의 대형 투자라 놀라웠다. 그만큼 변화와 도약에 대한 의지가 간절했다.
1라운드에서 이소영은 거액의 몸값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치며 FA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국내 선수 득점 1위(104점), 공격 성공률 2위(39.35%)로 외국인 선수 알레나와 함께 공격을 이끌고 있다. 확실한 국내 공격수가 없어 알레나, 디우프 등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너무 높았던 KGC인삼공사가 이제는 분배 배구를 한다.

공격보다 더 빛나는 부분은 수비다. 1라운드에서 흥국생명(7점), 현대건설(6점) 상대로는 한 자릿수 득점으로 막혔지만 이영택 KGC인삼공사 감독은 "공격이 안 되더라도 수비 리시브 등 나머지 부분에서 기여해주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리시브 효율이 전체 3위(42.15%)로 리베로를 제외한 선수 중 가장 높다. 세트당 디그도 6위(4.545개)로 레프트 중 1위에 빛난다. 웬만한 리베로 못지않은 수비력을 갖춘 이소영의 가세로 KGC인삼공사의 리시브 라인도 눈에 띄게 안정됐다. 팀 리시브 효율이 지난 시즌 6개팀 중 4위(33.62%)에서 올 시즌 7개팀 중 2위(35.21%)로 상승했다.
이영택 감독은 이소영 효과에 대해 "어느 한 부분을 꼽기 어렵다.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톱클래스' 선수로 나머지 선수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기둥이라는 점도 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다. 후배 선수들이 "우리 팀은 이소영 보유국"이라고 말할 만큼 팀의 든든한 구심점이 되어주고 있다.

팀을 옮겼지만 이소영의 '위닝 멘탈리티'는 변함없이 그대로. KGC인삼공사에도 고스란히 전파된다. 1라운드 5승1패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이소영은 "전승을 하고 싶었다"며 "오늘로 1라운드는 끝났다. 이걸로 만족하지 않고 선수들이 전부 더 책임감을 갖고 좋은 모습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영 선배'와 함께하는 KGC인삼공사도 빠르게 패배 의식을 걷어내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