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건강이상설 비웃는 96세.."의사가 130살까지 산다더라"('아침마당') [종합]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21.11.09 09: 34

‘국내 최장수 MC’인 96세 송해가 ‘아침마당’에 떴다. 
9일 오전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1TV ‘아침마당’에 송해가 게스트로 나왔다. 몰라보게 살이 빠진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날씬해졌죠? 무슨 일이 있던 건 아니고 그동안 술을 못했다. 여러분들 다 어려운 걸 겪고 있지 않나. 저 역시 돌아다니는 게 직업인데 코로나19 때문에 갇혀 있으니까 자꾸 빠진다. 그래도 더 이상 빠지지 않는 걸 보니 술이 나간 것 같다. 배가 쏙 들어갔다”며 몸무게가 6kg 빠졌다고 밝혔다. 
송해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송해 1927’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최고령 현역 연예인 송해의 화려한 무대 뒤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송해는 “2년을 찍었다. 코로나19 이전에 개봉했어야 했는데 미루다 보니 이렇게 늦어졌다. 처음 제안 받았을 땐 전혀 생각이 없었다. 사양했는데 제작자 눈빛이 뭔가를 해 보자는 눈빛이었다. 아버지가 제 열렬한 팬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감독은 디렉팅이 없더라. 제가 살아왔던 얘기를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게 다큐 영화라더라. 그런데 찍고 나면 한없이 눈물이 났다. 왜 나 같은 사람을 주연이라 앉혀 놓고 스태프들 고생 시키나. 기대에 다 미치진 못하겠지만 내 있는 속 얘기는 다 해줘야겠다 싶더라. 스태프들도 다 울더라.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것처럼 열심히 해야겠더라”고 덧붙였다. 
송해는 북한에서 태어나 6.25 전쟁 때 남한으로 피난 왔다. 그는 “청소년기는 다 북한에서 보냈다. 피난 때 23살이었다. 저쪽 체제를 다 경험했다. 아수라 같은 전쟁통에 나왔다. 산골로 내려와서 연평도까지 왔다. 앞바다에 유엔 군함이 있더라. 2천 명 넘는 피난민들이 탔다. 원래 이름은 복희인데 바다 위에서 떠가는 삶이란 의미로 송해라고 제가 지었다. 그렇게 군대에 갔다. 직접 휴전 전보를 쳤다. 1953년 7월 27일부로 휴전 선언이 이뤄졌는데 38선이 고정 됐다. 내가 때리고 내가 고향을 못 가고 있다. 얄궂은 운명이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그는 유랑극단 단원이 돼 끼를 발산했다. 송해는 “돈이 안 나오면 걸인 신세였다. 규율도 엄했다. 그래도 고생을 낙으로 알고 해야 한다는 각오로 했다. 그때 경험이 없었으면 지금이 없었을 거다. 떠돌이 생활이라 잠자리가 편치 않고 먹는 게 부실하니까 병이 났다. 입원까지 했다. 6개월 있다가 퇴원했는데 주치의가 생명의 은인이었다. 하루에 담배 4갑 피운다고 했더니 위험하다더라. 나를 선택할 건지 담배를 선택할 건지 고르라고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안 피우고 있다. 나한테 고통스러운 게 하나의 희망을 주는 마음 개선의 힘이 되더라”고 미소 지었다. 
유랑극단을 접수한 그는 브라운관으로 무대를 옮겨 지금까지 롱런하고 있다. 송해는 “유랑극단에서 TV쪽으로 스카우트 됐다. 개편 때면 내가 언제 잘릴지 모르니까 3년 계획을 못 세우겠더라. 라디오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는 17년 했다. 통신원 모집해서 좋은 일도 참 많이 했다. 장수 진행 비결 첫째는 술을 잘해야 한다. 담당 연출가를 300명 봤다. 다 정답게 만났다가 헤어지는 게 아니다. 저한테는 다 시어머니다. 술 한 잔 하고 푸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그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다. 3남매 중 유일했던 아들이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 송해는 “가슴에 묻고 간 자식은 잊을 수가 없다. 이런 얄궂은 운명이 어딨나 싶은데 나보다 더한 분들이 더 많더라. 내가 주저앉으면 안 된다. 내가 위로해 드리고 끌어가야 하지 않겠나 싶더라”며 “의사들이 절 진맥해 보더니 130살은 살 거라고 했다”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무엇보다 그는 42년째 KBS 1TV ’전국 노래자랑'을 이끌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노래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송해는 “’전국 노래자랑’은 여러분들이 주인이다. 내 교과서다. 40년이나 할 줄은 몰랐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니까 트로트 명맥 유지하기 힘들 때도 있는데 ‘전국 노래자랑’ 출신이 많다”며 김혜연, 송소희, 송가인, 이찬원 등을 자랑했다. 
그중 최연소 최우수상 출신인 홍잠언은 스튜디오에 깜짝 등장했다. 그는 “제가 제일 존경하는 송해 선생님이 나오신 ‘아침마당’에 나오게 돼 정말 영광”이라며 “7살 때 나갔고 지금은 11살이 됐다. 제가 4살 때부터 ‘전국 노래자랑’을 매주 봤다. 많은 분들이 트로트를 불러서 저도 자연스럽게 트로트를 부르게 됐다. 송해 선생님도 뵙고 노래도 부르고 싶어서 6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노래 연습을 해서 7살 때 최연소 최우수상을 탔다”고 자랑했다. 
송해는 홍잠언 같은 후손들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자 미래라며 함께 노래했다. 그리고는 “전 세계가 지금 고통 받고 있다. 우리 뿐만이 아니다. 인내, 희망은 누가 주고 가져가는 게 아니다. 내가 인내하고 희망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지금도 고생하는 분들 많지만 용기를 내라. 염려마시고 자신을 갖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라. 고통을 끊어서 후대에게 줘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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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침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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