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목표가 있지만 나중에 돌아봤을 때 중간중간 체크포인트 같은 걸 세우고 싶다.”
배우 성유빈을 보면 22살, 어린 나이답지 않게 진중하고 느긋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들떠 있는 또래들과 달리 느슨한 대화와 여백을 추구하는 성격을 지닌 듯하다.
그런 그가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 제공배급 NEW, 제작 비리프)를 통해 전에 없던 가볍고, 밝은 면모를 꺼내보였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성유빈이 표현한대로 인생의 주요 ‘체크 포인트’로 남을 터다.
10일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그가 “여태까지 진중하고 어두운 역할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에 비하면 밝다. 성경의 가정사가 복잡하지만 어둡게 풀어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코미디 장르에 국한해 웃기려고 한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의 히스테리를 내 나이에 맞게 풀어냈다”고 표현한 걸 보면 이미지 변화의 기회를 맞이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달 17일 개봉하는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현(류승룡 분)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코믹 로맨스물. 성유빈은 김현의 아들 김성경 역을 맡았다. 성경은 고3이라는 나이에 뒤늦게 사춘기를 겪는 캐릭터. 이웃집 여자 정원(이유영 분)에게 관심을 갖고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진지한 성경의 마음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변화하는 캐릭터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성유빈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을까.
그는 “성경이 가족들과 있을 때, 정원과 있을 때 차이를 두려고 했다. 성경이 가족들과 있을 땐 예민한 사춘기 소년인데 정원과 있으면 밝은 모습이 크게 나온다. 두 부분에 차이를 뒀다. 이유영과 로맨스에서는 억지로 무언가 만들어내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경이가) 정원과 친해지는 과정이 있듯, 현장에서도 저와 이유영이 친해지려는 과정이 있었다. 나중엔 친해졌다”며 “촬영 마지막에 가서 감정이 터지는 장면을 찍었는데 가까워진 상태였기 때문에 튀지 않게 보이려고 했다”고 이유영(33)과 호흡을 맞췄던 과정을 회상했다. 이 영화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촬영을 진행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짝사랑 했던 경험을 떠올려 성경에게 담으려한 시도는 없었느냐’고 묻자, “짝사랑 경험을 담았다. 성경을 보면서 찌질하다 싶었다. 촬영할 당시 제 나이가 20살이었다. 성경과 1살 차이였다. 촬영하면서 감독님에게 ‘성경이 찌질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귀엽다고 하시더라.(웃음) 하지만 저는 ‘아 나도 이랬었지…나도 이만큼 찌질했나?’ 싶더라. 저와 성경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도 고2~고3때 사춘기가 왔다. 그때 연애의 감정을 처음 느끼면서 사춘기가 온 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새롭게 경험하고 싶고 지키고 싶은 게 생겨서 엄마와 자주 싸우기도 했다. 가족간에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고 그걸 지키려다 보니 오히려 엄마와 많이 싸웠던 것”이라며 “(웃음) 그때 성경과 비슷했던 거 같다. 엄마와 싸우다가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잘해줬다. 지금 생각하면 찌질하게 보인다. 성인으로 넘어오기 직전까지 (사춘기가) 심했다. 최근 들어서 그런 게 없어진 거 같다”고 부끄럽게 웃으면서 털어놨다. 올해 그는 22살이다.
이어 성유빈은 “(둘 사이가 관객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게 위험한 게 아니라는 얘기를 현장에서도 나눴다. 성경과 정원을 통해 귀여운 맛이 있는, 순수한 사랑을 표현해보자 싶었다”고 정의내렸다.
‘장르만 로맨스’는 배우 조은지가 연출을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2박 3일’(2016)과 공동 연출한 장편 ‘오늘, 우리’(2019)에 이은 조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자, 첫 번째 상업 장편영화이기 때문.

조은지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 연기에 도움을 받았다는 성유빈은 “저는 영화를 2번 봤는데 처음엔 제 위주로 봤고 두 번째 봤을 때 전체적으로 보면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면서 “(국내 극장가에) 오랜만에 코미디 장르가 나온 거 같다”라고 자평했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 편견을 갖지 않고 ‘나도 이런 사랑을 했었지’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힘을 얻었으면 한다. 영화 안에 여러 가지 사랑 얘기가 있지만 현과 유진의 관계에서 특히 누군가에게 힘, 위로, 공감을 줄 수 있을 거 같다.”
성유빈은 영화 ‘완득이’(2011)에 아역으로 출연하며 연기에 발을 들였다. 이후 ‘아이 캔 스피크’(2017) ‘신과 함께 죄와 벌’(2017) 등에 출연했고 ‘살아남은 아이’(2018)를 통해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생일’(2019) ‘봉오동 전투’(2019) ‘윤희에게’(2019)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이에 “초반엔 진지하고 어두운 캐릭터가 많았다. 그런 역할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항상 생각했던 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점이다. 영화나 드라마마다 자신에게 맞춤옷을 입은 거 같다는 말을 듣는 배우들처럼 저도 그런 말을 듣고 싶다”고 털어놨다.
출연작 선정에 대해서는 “좋은 시나리오가 온다면 당연히 하고 싶고, 캐릭터 위주로 보려고 한다. 이 영화도 지금까지 안 해 본 신선한 캐릭터였고 시나리오도 좋아서 했다. 앞으로도 이 기준이 변하지 않을 거 같다”고 답했다.
성유빈은 자신이 바라고 추구하는 목표에 대해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친근함을 느꼈으면 한다. 그 어떤 역할을 맡아도 어색하지 않은 느낌을 주고 싶다. 또한 저에 대해 안 좋은 얘기가 없게끔 바르게 행동하려고 한다. 내 말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게 됐을 때, 좋은 영향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린’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이재규 감독님이 저에게 ‘때묻지 않은 연기를 하는 거 같아서 마음에 든다’고 하시더라. 앞으로도 그런 말을 듣고 싶다”고 바랐다.
성유빈은 “몇 년 전 한 시상식에서 디카프리오가 수상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점이 많다. 저렇게 유명한 배우인데 큰 상을 처음 받는다는 것부터, 물론 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감사하다면서 새롭게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보여줘 놀랐다. 그날 ‘나도 저 배우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잘해나가야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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