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김지운이 첫 드라마로 애플TV+의 첫 한국어 작품 'Dr.브레인'을 선보인다. 달라진 K콘텐츠의 위상이 독보적인 필름메이커를 만나 더욱 꽃피는 모양새다.
지난 3일 애플TV+ 첫 한국어 작품 'Dr.브레인'이 공개됐다. 'Dr.브레인'은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 뇌동기화 기술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뇌과학자 고세원(이선균 분)이 사고로 가족을 잃는 비극을 겪으며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홍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삼아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로 각색됐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10일 화상 인터뷰로 국내 취재진을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악마를 보았다',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으로 영화 팬들에게 독창적인 미장센을 보여주는 필름메이커로 각인된 김지운이다. 그의 첫 드라마인 만큼 'Dr.브레인'에 대한 국내외 팬들의 기대도 컸던 터. 김지운 감독은 첫 드라마를 선보인 소감에 대해 "여러 가지 장르들이 매 에피소드마다 나오게 돼 있다. 1화에서는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 분위기를 조성해서 서스펜스와 미스터리, 호러적인 분위기가 많았다. 매회가 다른 장르를 구사했던 것 같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매회 가진 이야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보니까 매회가 장르가 조금씩 달라졌다. 액션이 강화된 회도 있었고, 누아르 느낌이 강화된 회도 있었고, 미스터리 스릴러 느낌이 강한 회도 있었고, 마지막에 가다 보니 휴머니즘이 강화된 것고 있었다"라고 연결성에 가장 신경 쓴 점을 밝혔다.

또한 그는 "사람의 뇌를 들여다본다는 소재가 무척 흥미를 끌었다. 그림을 봤는데 그래픽 노블체의 그림이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누아르 풍 음영과 명암이 강조되면서 스타일과 극과 인물의 심리를 조금 더 과감하게 보여주는 그림체의 스타일이라 마음에 들었다. 소재와 그래픽노블과 같은 높은 완성도의 스타일리시한 그림체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 웹툰의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가기만 해도 성공하지 않을까 싶었다.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Dr.브레인' 선택 과정도 설명했다.
이어 "1부에서 슈퍼 히어로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걸 DC나 마블처럼 슈퍼 히어로처럼 보여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의 뇌를 스캔했을 때 신체적인 행동의 변화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그런 한계를 갖는다는 전제를 가졌다. 한 시퀀스가 있다면 이 시퀀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집중하다 보면 제가 했던, 여태껏 많이 구사하고 활용했던 장르적인 것들이 자연스럽게 세팅이 됐다. 그러면서 매회 조금씩 다른 여러 장르가 혼합된 것 같다. 그런 걸 분절적이거나 단절된 감 없이 톤과 매너에 맞춰서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을 유지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밝혔다.
뇌과학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다루며 연출적으로 고민한 지점도 있었다고. 김지운 감독은 "처음에는 '이게 가능한가?'라는 지점에서 고민하는 태도로 임했다. 뇌과학 서적을 찾아봤다. 그리고 한국에 뇌과학이라는 분야를 대중적으로 친숙하게 전달해주신 카이스트 정재승 박사님께서 많은 부분에 자문을 주셨다. 일단은 '사람의 뇌와 기억을 들여다 보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한가?'에 대해서 그 문제를 풀어야 했다. 또 쥐 실험까지는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험자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생각을 하라고 하고 뇌파를 연결해서 모니터에 띄우는 실험이 있었는데 사진과 80% 흡사한 그래픽이 모니터에 떴다고 한다. 이런 가설과 실험을 가져와서 스토리와 플롯에 조금 더 로직하고 말이 되게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애플TV+는 매주 1회씩 공개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어 작품에 대한 평가가 매회 달라질 여지를 남기고 있는 상황. 이에 김지운 감독은 "OTT를 생각하면 익숙하지 않은 방식인데, 매회 한 편씩 에피소드를 푸는 게 애플TV+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에게 주말드라마도 있고 수목드라마 같은 것도 있지 않나. OTT에서 새로운 관객 형태를 갖는 점에 대해서는 이런 시스템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 개인적으로는 한번에 이야기를 보여드려서 총평을 듣고 싶은 소망이 있는데 이건 애플TV+ 포맷에 맞춘 거니까 그에 따른 현상은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일주일이 기다려질 수도 있고, 아니면 기다림에 지쳐서 감흥이 늦어질 수도 있는데 똑같은 것 같다. 좋은 것도 있고 반면에 아쉬운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전체를 다 보게 되면 지난 회들을 기억하고 환기하고 그런 효과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했다.
음악이 극의 호러 분위기를 돋운다는 평도 있던 터. 이에 김지운 감독은 "음악감독은 모그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음악감독이고 저화 단편을 했는데 장편 데뷔를 '악마를 보았다’로 저와 같이 했다. 유명한 재즈 베이스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많은 재즈 풍 음악을 연주한 음악감독이다. 이번에는 매회 장르적인 결들이 조금씩 미묘하게 변하기 때문에 장르에 맞는 분위기를 요구했다. 음악을 여태껏 저와 작업하면서 잘 사용하지 않은 성질의 소리와 음들을 찾아보자고 했다. 그래서 노이즈, 인더스트리얼한 소리들을 음악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그래서 이 것이 음악인지, BGM인지, 효과음인지 작은 혼란을 주고 그 혼란이 어떤 텐션을 줄 수 있도록 그런 음악적인 구성을 했던 것 같다. 끊임없이 화면과 인물과 스토리가 서로 주고받고 연결해주고 넘어가는 걸 쉴새없이 끊이지 않고 가져가려고 했다. 그 부분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출을 넘어 프로듀서로도 활약한 그는 "한 작품을 기획하고 프로듀서로 담당하거나 크리에이티브한 중심에 있는 역할을 이번에 처음 해봤다. 각본도 같이 쓰고 프로듀서도 하고 연출도 했다. 한 편을 통째로 알게된 느낌이 다른 작품에 비해서 크다. 조금 더 폭 넓게 알게된 것 같다. 프로듀서 마인드로 연출을 했기 때문에 감독만 했을 때 신경 안 써도 될 부분들이 눈에 맞게 들어오는 것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계속 가져가야 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집중에 방해되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의 드라마, 영화 콘텐츠가 나오는 전 과정을 꿰뚫게 되면서 작품의 균형을 갖는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그게 드라마의 경우에는 역할이 조금 더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한 편을 만들어내는 데에 영화 전체를 관장할 수 있었다. 제가 드라마를 하면서 제일 압박을 받은 것은 영화와 같은 제작 기간에 3배의 내용을 촬영하고 담아야 하는 거였다. 이러다 보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우선 찍어야 한다고 염두에 두게 돼서 이야기가 선명해졌다. 분위기가 모호해지는 것들을 만든 지점도 있었는데 이제는 스토리가 또렷하게 선명해지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김지운 감독은 애플TV+와의 작업 방식에 대해 "할리우드에 가서 상업영화 작품을 했었고 그 구조가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한국의 영화 현장은 전통적으로 감독이 제왕적으로 정점에 있고 수직적인 관계였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긴 했다. 그런데 애초부터 미국 같은 경우 감독, 작가, 배우, 제작사가 수평적인 구조였다. 서로 모은 것을 도출할 때 의견들을 조율하면서 뭔가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Dr.브레인’은 그런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에 맞춘 시리즈 드라마였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고 애플TV+라는 콘텐츠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방식의 작업방식을 가져온 것 같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한 개인의 판타지를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전제로 들어가면 창작에 있어서 크리에이티브한 것에 있어서 누구나 공유되는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에 의문과 질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대상이 어차피 대중이지 않나. 대중의 확장성과 침투성,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는 게 목적이다. 출발이 영화랑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개인의 스타일과 그 스타일이 관객들과 만나는 부분을 고민한다고 하면, 드라마라는 특성과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의 제작 시스템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제작 시스템이 모두 합쳐져 있기 때문에 모든 의견과 과정들이 서로 끊임없이 조정해나가는 거였다. 일단은 감독에 대한 리스펙트가 존중되고 표현과 비전을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제작하긴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 큰 이견이나 불만들은 없던 것 같다"라고 했다.
김지운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듣고 싶은 대중의 반응에 대해 "평들을 많이 안 보는 편이긴 하지만, 초반에 대충 분위기가 어떻게 가나 궁금한 차원에서 보기는 한다. 이번 드라마는 이야기의 전달성이 좋았고, 김지운 감독 특유의 음악이나 화면이나 캐릭터를 다루는 스타일이 잘 섞여있고 잘 버무러졌다는 얘기가 제가 가장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거기에 다른 영화에 비해서 분위기나 모호함이 조금 더 부각됐다고 하면 그 스타일을 신경 쓰면서 이야기 전달에 신경 썼다는 평을 들으면 가장 듣고 싶고, 의미가 남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드라마 도전을 비롯해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는 김지운 감독은 "남들이 들으면 재수없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제가 장르를 계속 바꿔왔다. 내가 현재 액션을 했다고 하면 다음에는 누아르를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이미 완성되고 성공한 장르를 편안하게 하는 것보다는 다음 장르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호기심이다. 익숙해진 걸 다시 한다는 건 지겹고, 성공을 보장한다고 해도 영화, 드라마를 작업하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 다음이 궁금해서 영화적 감수성이라고나 할까, 새로운 궁금증과 호기심 때문에 그것이 힘이 되고 동력이 되는 것 같다. 궁금증과 호기심이 아직도 이 나이가 먹도록 다음 작품을 하는 동력의 이유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 이후 김지운 감독의 도전은 어떻게 변할까. 김지운 감독은 "영화 감독이니까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영화 산업이 다시 위축되면서 점점 더 보수적으로 되고 안정성을 생각하게 됐다. OTT산업은 활성화되면서 다룰 수 있는 소재들이 더 모범적인 게 있었다. '시네마틱’을 큰 화면에 구현할 수 없다는 게 큰 아쉬움이긴 하다. 물량을 많이 투입하는 게 아니다. 감정의 스펙타클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영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화를 병행할 것 같다. 영화 작업을 하려는데 지금의 위축적인 분위기 때문에 시도하고 싶었던 것을 못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OTT나 드라마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를 하다 보니 드라마가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한 편을 완성하면서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관객들과 맞아떨어지면 그때 오는 쾌감도 있다. 실시간으로 영화보다 빠르게 피드백 되는 것도 다이내믹해지는 것 같다. 그런 경우에 드라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영화와 드라마를 같이 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라고 했다.
나아가 그는 시즌2 가능성에 대해 "시즌1의 엔딩을 그렇게 끝내서 시즌2를 예고한 게 아니냐는 것보다는 이야기는 끝났지만 다른 의미의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이어가고 싶다. '이게 또 다른 누군가의 뇌 속이 아닐까?'라는 생각처럼 이야기가 종결되면서 또 하나의 사이드로 드라마의 스토리와 별개의 재미로 쿠키 영상처럼 트렌드를 생각해봤다. 지금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 건 아닐지, 흥미와 재미를 위해 생각해봤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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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애플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