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주장’ 손흥민(29, 토트넘)의 달달한 브로맨스에 후배선수들이 살살 녹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에서 전반 37분 터진 황희찬의 페널티킥 결승골에 힘입어 아랍에미레이츠(UAE)를 1-0으로 이겼다. 3승2무의 한국은 이란(4승1무)에 이어 조 2위를 달렸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완벽한 리더였다. 손흥민은 황희찬과 좌우측면을 휘저으며 최전방 조규성을 지원했다. 손흥민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환상적인 드리블에 UAE 수비진은 우왕좌왕했다. 손흥민은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추는 등 골이나 다름없는 절묘한 슈팅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손흥민을 직접 보기 위해 추운 날씨에 비싼 입장권 가격을 치른 팬들은 눈호강을 제대로 하고 갔다.


손흥민의 리더십이 돋보인 장면이 있었다. 전반 37분 황인범이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었다. 국가대표팀에서 코너킥과 프리킥, 페널티킥은 가장 킥이 좋은 주장 손흥민이 전담하고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차겠다고 나섰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은 깔끔하게 슛을 성공한 뒤 ‘하트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손흥민은 자기가 골을 넣은 것보다 더 기뻐하며 황희찬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경기 후 취재진이 벤투 감독에게 혹시 손흥민에게 페널티킥을 황희찬에게 양보하라고 지시했는지 물었다. 벤투는 “특별히 요청한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선수들끼리 자율적으로 키커를 바꿨다는 의미다. 황희찬은 “(손)흥민이 형이 페널티킥을 양보해줘서 고맙다”며 웃었다.

주장 손흥민은 동료들을 더 먼저 챙겼다. 경기 후 손흥민은 후반 36분 근육통증으로 먼저 교체된 김민재에게 다가갔다. 손흥민은 검은색 점퍼차림의 김민재의 품에 두 손을 집어넣고 애교를 부렸다. 동생이지만 마치 형같이 듬직한 김민재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형의 장난에 김민재도 괜찮다면서 엄지척을 했다.
세계정상급 기량을 갖춘 손흥민이지만 대표팀에서 권위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손흥민의 수평적 리더십과 달달한 브로맨스에 대표팀 조직력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반 마르베이크 UAE 감독 역시 “손흥민은 누구나 아는 좋은 선수다. 매주 프리미어리그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실력을 알고 있는 선수”라고 손흥민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양=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