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용국장이 K를 잡으려는 이유는?..‘보이지 않는 칼’?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1.11.14 09: 44

[OSEN=김재동 객원기자]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는 드라마 초입부터 주인공 구경이(이영애 분)의 사연과 안타고니스트 송이경(김혜준 분)의 정체를 공개, 알기 쉽게 시작하며 시청자 친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아직까지 베일을 벗지 않은 인물이 있다. 용국장(김해숙 분)이다. 그저 ‘푸른 어린이 재단’이란 곳을 소유·운영중인 인물로만 나온다. 무슨 국장이고 왜 연쇄살인마 K(김혜준 분)를 잡는 데 연연하는 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리고 5회에서 그녀의 아들들 허성태(최대철 분)와 허현태(박지빈 분)가 등장했다.
뭔가 감이 잡힌다. 큰아들 허성태는 차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차기 서울시장에 도전 중이다. 연예계로 진출한 작은 아들 허현태는 푸른어린이재단 공식 홍보대사로 ‘국민 아들’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5화에서 K가 송이경임을 눈치챈 구경이는 외조모의 위독상황을 듣고 이모 정연(배혜선 분)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하려는 송이경을 잡으려 하고 나제희(곽선영 분)는 이 사실을 용국장에게 알린다. 용국장은 ‘증거불충분’에 대한 나제희의 우려에도 불구, 경찰력과 상관없는 개인 사조직을 동원해 K를 낚아채려 한다. 결국 용국장은 K를 잡아도 공권력에 인계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런데 왜 굳이?
먼저 정치인 아들 허성태가 눈에 띤다. 걸음걸음이 지뢰밭인 정치판이다. 아들에게 대권을 안겨주고 싶다면 ‘보이지 않는 칼’도 필요하다. 용국장이 캐치한 K의 살인 수법은 맘에 쏙 들게 깔끔하다. 경찰은 인지도 못한 채 넘겨버린 수많은 사고사와 자살 등이 맘에 든다. 허성태의 정적들도 언제든 사고를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는 일이다.
다음으로 짤막하게 등장한 둘째 아들 허현태다. 그저 해맑게 밝아 보이는 얼굴에서 어딘지 송이경이 오버랩된다. 혹시 그 해맑음 속에 송이경이 숨겨둔 ‘K의 본색’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허현태가 K처럼 많은 사건들을 저질렀다면 송이경의 범죄와 버무려 어느 결정적 순간 송이경에게 다 덮어씌울 수도 있다.
용국장 스스로도 ‘전대 K’일 수 있다. 경찰도 모르는 K의 수법을 살인으로 단정해 추적할 수 있었던 것은 혹시 본인이 비슷한 수법으로 비슷한 사건들을 벌여왔던 까닭은 아닐까 싶은 합리적인 의심을 부른다. 그러고보면 그녀의 수다스럽고 수더분한 아줌마 이미지 역시 송이경의 해맑음과 일맥상통한 것으로도 보인다. 나제이를 윽박지르는 모습에선 건욱(이흥내 분)을 윽박지르는 송이경의 모습도 보이고.
또한 재단 이사장임에도 불구하고 국장이란 호칭을 애용하고 아무리 재력이 있다손 공항통제시스템을 스스럼없이 지휘하는 것으로 볼 때 재단 이사장은 위장신분이고 무슨 정보기관쯤에 몸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 지도 의심된다.
어쨌거나 구경이는 용국장을 내켜하지 않는다. 프로 의심러답게 그 드러나지 않은 꿍꿍이가 못내 의심스럽다. 그런 구경이를 알기에 용국장은 구경이를 옭아맬 수 있는 나제이의 목줄을 쥐고 구경이를 통제한다.
용국장의 부각은 탐정 구경이와 연쇄살인마 송이경의 대결구도로 진행돼온 드라마의 터닝포인트다. 죽이고자 하는 의지와 잡고자하는 의지의 충돌. 그 틈을 비집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잿빛 의지가 끼어든 것이다.
5회에선 살인마 송이경의 과거도 드러났다. 시애틀에서 5살 이경은 엄마를 죽인 아빠에게서 검은 빛을 보았다. 누군가의 반려견을 삶아먹은 할아버지에게서도 검은 빛을 보았다. 처음 검은 빛으로 투영된 대상이 아빠이기에 이경은 그 의미를 몰랐다. 그래서 판단유보. 남들의 의견을 듣게 되고 남들도 나쁘다하면 그 검은 빛을 지워버린다. 이모에게서 그 할아버지가 반려견 주인을 마음 아프게한 나쁜 짓을 했다는 말을 듣고 그 할아버지 집에 방화도 저질렀다. 검은 빛을 없애려고.
남겨진 의문은 시애틀 산속에 혼자 남겨진 5살 이경이 일주일만에 아무런 탈도 없이 발견될 수 있었다는 사실. 그 일주일간 이경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건욱으로부터 마약소지 혐의로 잡혀갔던 경찰서까지 구경이가 다녀갔음을 알게 된 이경은 구경이 자신을 범인으로 특정했음을 알고 거짓으로 이모 정연을 미국으로 떠나보내고 아지트인 한강변 컨테이너에서 건욱이 중계해주는 공항 상황을 전해들으며 희희낙락하고 있던 중 용케도 찾아온 구경이와 눈이 마주친다.
드라마 ‘구경이’는 스피디한 전개가 매력이다. 시청자가 궁금하면 알려주고 진도를 뺀다. 스토리가 풍부하단 얘기다. 이제 용국장이 본 무대에 나섰다. 어쩌면 구경이와 송이경의 합작까지 필요할지 모를, 돈 있고 권력 있고 속은 모를 최종보스급의 등장이다. 그래서 한결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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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구경이'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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