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이 한국배우 최초로 마블의 히어로로 합류한 영화 ‘이터널스’가 11월 극장가에 상륙했다. 그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순간부터 이미 높은 관심을 모았기에 베일을 벗자마자 영화 팬들의 예매 전쟁이 시작됐다.
이달 3일 개봉한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상영한 지 10일 만에 2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2021년 최단 기간 흥행 파워를 보여줬다.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신작 개봉 러시 속에서 예매율 1위를 고수하며 극장가에 활력을 더한 것이다. ‘위드 코로나’ 시기에 개봉한 점도 흥행으로 가는데 유효했다.
관객들의 반응은 실로 대단하다. ‘마블이 선택한 새로운 길’ ‘다양한 히어로들이 보여주는 진정한 휴머니즘’ ‘스스로 뛰어넘은 마블’ ‘의미있는 새로운 시도’ ‘앞으로가 기대 된다’ ‘넥스트 마블에 대한 기대와 확신’ 등 새 옷으로 갈아입은 ‘이터널스’를 향한 관객들의 사랑이 연일 이어졌다.

◼︎마동석, 등장부터 웃음 만발
국내 관객들의 ‘마블 사랑’은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특히나 ‘이터널스’는 히어로로 변신한 마동석을 보고 싶다는 기대심리가 반영됐다. 그가 맡은 길가메시 캐릭터는 맨주먹으로 괴물 빌런을 때려잡는 괴력의 소유자. 마동석만의 장점이자, 강점인 주먹 액션을 MCU에서도 자신있게 내놓은 것이다.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 2016)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그의 이름(외국에서는 돈 리로 불린다.)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에 마블 제작진은 신화 속 캐릭터를 마동석으로 바꾸며 과감한 도전을 시도했다. 유색 인종과 더불어 장애인, 동성애자, 어린이가 히어로로 등장해 백인 남성 중심의 히어로에서 과감하게 탈피했다. 선입견과 편견을 무너뜨린 셈이다.
앞서 연출을 맡은 클로이 자오 감독은 “마동석은 ‘부산행’을 통해 처음 봤는데 서구에서는 인기를 끌며 사랑 받았다. 마동석의 액션이나 유머, 카리스마를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고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며 “시그니처 무비인 손바닥 액션은 일부러 넣었다. 마동석을 위한 헌사”라고 애정을 드러냈던 바. 실제로 영화관에서 해당 장면을 본 모든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릴 정도로 재미있는 모먼트를 만들어냈다. 마동석이 MCU에서도 주먹의 경지를 보여줬다.

◼︎‘어벤져스’ 시리즈와 180도 달라
불멸의 ‘이터널스’ 팀은 7천년 전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온 순간부터 지구를 사랑한 히어로다.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는 빌런 데비안츠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이같은 임무를 부여한 존재는 이들을 만든 천상의 존재 ‘셀레스티얼’. 이터널스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영생하는 존재처럼 보인다. 공간을 기준으로 삼아 연대기를 구성하는데, 전세계 곳곳에 흩어져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다가,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하기 위해 다시 뭉친다.
그래서 ‘이터널스'는 단순 액션 히어로를 넘어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신 못지않게 강력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수천 년간 지구를 지키라는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로서 인간처럼 고뇌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터널스’가 기대만큼 큰 재미를 충족시키지 못 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인간과 히어로를 바라보는 감독만의 시각은 정확히 구현됐으나 히어로들이 오랜 세월을 뛰어넘고,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 스토리 라인이 산만하게 흘러간다.
‘이터널스’는 확실히 ‘어벤져스’ 시리즈의 서사 및 히어로 캐릭터들과 다른 방식을 구사한다. 통쾌하고 시원한 느낌 대신 편견에 맞선 과감한 변화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이에 호불호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마동석이 분한 길가메시 캐릭터만이 배우의 장점을 제대로 살려내며 전세계 관객에게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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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