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전날 잠을 못 잤는데 잘 봤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났다.”
배우 조은지(41)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새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앞서 지난 2016년 단편 ‘2박 3일’, 공동 연출한 장편 ‘오늘, 우리’(2019)에 이은 세 번째 영화지만 첫 번째 상업 장편영화이다.
내일(17일) 극장 개봉하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 제작 비리프, 제공배급 NEW)는 7년째 신작을 내놓지 못 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류승룡 분)을 중심으로 다섯 명의 인물들이 펼치는 각기 다른 사랑에 대해 말한다.
조은지는 16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처음에 각색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을 했다. 제가 한 달 정도 각색을 해보고 (제작사) 대표님께 보여드렸는데 ‘결이 맞다’는 얘기를 듣고도 2~3일간 고민했다.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해야겠다 싶어 하게 됐다”고 연출을 맡은 이유를 밝혔다.
“배우로서 섰을 때는 내가 표현할 것을 고민한다면, 감독으로서 카메라 뒤에서 모니터 할 땐 앞뒤 상황이 잘 흘러가는지 고민했다.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펼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극을 봤을 때 관객들이 한번에 알아보고 쉽게 다가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계속 연출을 할 생각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관계와 성장에 대해 풀어낸 조 감독은 “서로에게 바라기만 하는 관계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는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비춰질 수 있지만, 투명하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좋다”고 겉과 속이 같은 관계를 지향한다고 털어놨다.
이날 조은지는 ‘연출과 연기를 병행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전작을 통해 연출을 하고 연기도 했는데 그때 ‘나는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이번엔 연출만 하게 됐다. 이번엔 제가 두 군데서 목소리만 출연했다”고 말했다.
영진위 실시간 예매율 집계를 보면 이날 오후 1시를 기준으로 ‘장르만 로맨스’는 예매율 1위(19.2%)를 달리고 있다. 조은지는 이에 “예매율 1위라고 하는데 너무 감격스럽고 꿈 속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2000년 영화 ‘눈물’로 데뷔한 조은지는 ‘후아유’(2002) ‘그때 그 사람들’(2005)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쩨쩨한 로맨스’(2010) ‘내가 살인범이다’(2012)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악녀’(2017) ‘카센타’(2019)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2020) 등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이날 그녀는 “제가 연기를 해봤고 다른 감독님도 마찬가지였지만, 배우들과 혹시라도 소통이 안 됐을 때 어쩌나 걱정했다”며 “제가 한 디렉션이 불편하지 않을까, 이런 지점을 오해하지 않으실까, 생각하면서 저 스스로 힘들었던 것은 있다. 현장에서는 저 자신과의 싸움을 많이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됐지 않았나 싶다. 더 여유있게 그들과 소통을 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20대부터 글 작업을 해왔다는 그녀는 “어느 날 이별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어서 썼고 주변에 보여줬는데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하시더라. 그땐 흘려 들었다. 이미지를 떠올리며 연출을 해야겠다 싶었다. 그게 ‘2박3일’이라는 단편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부부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 너무 잘 알지만 잘 알고 있다는 어떠한 확신 때문에, 알지 못하는 부분이 더 커지지 않나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현의 전처 미애(오나라 분)는 현의 절친 순모(김희원 분)와 비밀 연애 중. 현과 미애의 고3 아들 성경(성유빈 분)은 사춘기를 겪으며 학교 대신 이웃사촌 정원(이유영 분)과 어울린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괴로워하던 작가 현은 어느 날 작가 지망생이자 대학생 유진(무진성 분)이 쓴 습작을 읽은 뒤 새 소설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이날 조은지 감독은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도 전했다. 앞서 조 감독은 각색 작업부터 류승룡을 떠올리며 썼다고 밝혔던 바. 이어 김희원에 대해서는 “순모를 보고 김희원 선배가 떠올랐다. 너무 잘 표현해주실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이웃집 여자 정원을 연기한 이유영에 대해 “전작들을 봤는데 묘한 매력이 있더라. 표현해야 할 서사와 캐릭터가 명확해야 했는데, 이유영이 표현을 잘 해줬다. 그 묘한 모습이 4차원 정원을 만났을 때 굉장히 사랑스럽겠다 싶더라”고 전했다.

고3 성경 역의 성유빈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그 친구가 갖고 있는 연기 열정이 있다. 그게 화면에 잘 담겼다. 어린 나이에 비해 내공이 있다는 걸 느꼈다”며 “성유빈이 어둡고 밝지 않다고 느끼는 캐릭터를 연기해와서 다른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서로 얘기를 나누며 진행했는데 성유빈은 물론 저에게도 너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더라”고 했다.
끝으로 예비작가 유진을 소화한 무진성에 대해서는 “오디션 후 집에 돌아가는 진성씨를 붙잡고 다시 한번 보게 됐고 ‘이 사람이 유진’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진성이 유진을 연기하며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저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 그들과의 관계가 관객에게 불편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 친근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그래서 각자 나이대의 고민을 녹여냈다”며 “제가 이 영화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관계 안에서 성장하는 모습이라 관계선에 중점을 두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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