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젝스키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영화 ‘세븐틴’. 정병각 감독이 지난 1998년 극장에 이 작품을 내놓은 후 무려 23년 만에 새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최근 OTT 드라마 및 영화, TV드라마, 극장용 영화 등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며 대중을 만나고 있는 대세 배우 박명훈, 전석호와 함께 ‘싸나희 순정’으로 뭉쳤다.
정병각 감독은 16일 서울 이촌동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싸나희 순정’(제작 시네마 넝쿨 인베스트 하우스 에이스 팩토리, 제공배급 마노엔터테인먼트)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제가 기획은 했지만 연출까지 맡게 될 줄은 몰랐다. 저보다 젊고 훌륭한 연출자가 맡아주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각색을 하면서 제가 연출까지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싸나희 순정’은 도시의 고단한 삶에서 탈출해 시골 마가리에 불시착한 시인 유씨(전석호 분)와 동화작가를 꿈꾸는 엉뚱 발랄한 농부 원보(박명훈 분)의 좌충우돌 동거 이야기.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만나 가족을 이루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녹여냈다.
이에 정 감독은 “5년 전에 원작을 접했는데 매력적인 두 주인공을 만났다. 재치, 발랄한 감성이 돋보이는 대사에 매력을 느껴 연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의 ‘현생 탈출 시골라이프’를 표방한 이 영화는 페이스북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연재된 류근 시인의 ‘주인집 아저씨’를 원작으로 삼았다.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우리네 시골을 배경으로 사계절을 담아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촬영이 진행됐음에도 배우들과 제작진이 한마음 한뜻으로 만나 문제없이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시인 유씨 역의 전석호는 “시나리오만으로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감독님, 배우들을 만나면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유씨가 그들과 섞여 다른 의미의 가족이 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고창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배우들과 진행했는데 저희 영화가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만큼 관객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동화작가 지망생이자 농부 원보를 소화한 박명훈은 “배우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시나리오에 반했다. 가슴 따뜻하고 인간적인 대본을 보고 선택을 했다”며 “두 달 가까이 고창에서 촬영하면서 배우들, 스태프와 같이 힐링을 해서 그런지 저에게는 따뜻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고 소개했다.

정 감독은 “‘세븐틴’ 이후 23년 만에 연출작을 내놓게 됐다. 그동안 연출은 안 했지만 촬영현장은 곁눈질 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제가 안 하고 젊은 친구들에게 맡기려한 이유”라며 “각색에 참여하면서 연출까지 맡게 됐는데, 저희가 저예산 영화라 긴장을 했지만 비교적 일수가 지켜져서 좋았다”고 연출 복귀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류근 시인의 원작과 많이 다르다. 새로운 인물들도 추가됐기에 저의 개성이 묻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유씨, 원보가 하나의 가족처럼 이어지는 과정을 세심하게 조명했다. 대안적인 가족의 형태를 모색하면서 정상으로 여겨지는 가족 이데올로기를 허문 것이다. ‘싸나희 순정’은 시골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소박한 사람들의 모습이 정겨움을 안긴다. 다소 평이한 장면들 틈에서도 불쑥 감정에 요동을 일으키는 순간들이 빛난다. 오는 25일 극장 개봉.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