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만 로맨스' 이혼·불륜·성소수자…막장 소재도 호감 가는 이유(종합)[Oh!쎈 초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11.17 13: 54

 전처에 현처, 전 남편의 절친과 교제, 그리고 유부녀와 고등학생의 묘한 관계,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하기 힘든 성소수자……
어쩌면 막장 불륜 드라마에서 볼 법한 소재들이 하나로 뭉치며 코믹 드라마 영화의 폭을 넓혔다. 이들은 선입견과 편견에 맞서 우리의 코믹 드라마 로맨스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듯 보인다.
오늘(17일) 개봉한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 제공배급 NEW, 제작 비리프)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섯 남녀들의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담은 코믹 드라마 영화.(※스포일러가 일부 있습니다.)

스타 작가로서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김현(류승룡 분)은 7년째 신작을 내놓지 못해 좌불안석이다. 영감을 받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떠나보지만 대중성과 상업성을 갖춘 산뜻한 이야기로 이어지지 못한다.
누구나 아는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그 역시 매일이 힘들고 구차하게 밥 벌어먹고 사는 생활인이다. 사람들의 기대와 사랑을 받아도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는 신세. 무엇보다 전처 미애(오나라 분)와 고3 아들 성경(성유빈 분), 현재의 아내 혜진(류현경 분)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계 취급을 당하고, 그것도 서러운데 출판사 대표 순모(김희원 분)에게는 무시받는다.
어느 날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유진(무진성 분)이 쓴 습작을 보고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는다. 자신을 뛰어넘을 정도의 대단한 후배를 발견했다는 기쁨과 함께 ‘나는 곧 은퇴 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머리를 짓누른 것이다. 현은 어쩌면 우리네 가장들의 자화상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힘겨운 중년남성 현의 일상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아들을 키워야 하지만 자식보다 자신의 삶을 중시하는 중년여성 미애, 그런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친구에게 비밀을 털어놓기 어려운 순모. 이혼했으면서 여전히 연락을 이어가는 부모가 싫은 아들 성경, 청소년에게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는 4차원 이웃집 여자 정원(이유영 분)까지 복잡한 관계에 놓여 인정과 욕망, 사랑을 꿈꾸는 여섯 인물들의 저마다의 속사정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민감한 소재들이긴 하지만 더이상 드라마 영화에서 금기의 영역은 아니다. 또한 성소수자, 동성애자를 자극적으로 그리지 않았고 수많은 사랑의 형태 중 하나로 여겼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인정했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의 사랑도 진심으로 다뤄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열린 사회가 됐다는 의미다.
엔딩에서는 현과 유진의 거리를 확 좁히는 대신, 외국의 거리에서 두 눈을 마주보고 선 두 사람 사이에 여전히 유지되는 거리감을 보여준다. 편견 어린 마음만 사라진다면 이성애자, 동성애자의 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상상을 남겨둔다.
각색 및 연출을 맡은 배우 조은지는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단편 ‘2박3일’(2016), 공동 연출한 장편 ‘오늘, 우리’(2019)에 이어 세 번째 연출작 ‘장르만 로맨스’를 내놓았다. 이번 작품이 그녀의 첫 번째 상업 장편영화인데, 앞으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가 생긴다면 꾸준히 연출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인터뷰를 통해 조 감독은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 그들과의 관계가 관객에게 불편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친근하게 접근하려고 했다”며 “제가 이 영화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관계 안에서 성장하는 모습이라 그 관계선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러닝타임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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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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