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송이경, 튜토리얼 끝, 메인 게임 시작?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1.11.21 15: 39

[OSEN=김재동 객원기자]  JTBC토일드라마 ‘구경이’ 7화 방영분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이자 IT업체 피스랩 대표 고담(김수로) 살해를 다뤘다.
‘연쇄살인마 K’ 송이경(김혜준 분)의 이번 살해 목표 고담은 예상치 못하게 송이경이 아닌 용국장(김해숙 분)의 손에 죽임당한다. 정작 송이경이 고담을 위해 마련한 부비트랩에는 송이경의 유일한 가치인 이모 정정연(배해선 분)이 희생된다. K로서도 참담한 실패고 이경으로선 억장 무너지는 실패다.
8화 예고에서 나제희(곽선영 분)는 ‘살인마 K 추적팀’의 해산을 공언한다. 즉 고담의 죽음으로 용국장이 구경이를 끌어들여 송이경을 쫓아왔던 이유가 해소됐다는 말이다. 예상대로 용국장은 K를 자신을 위한 살인의 도구로 쓰려했을 뿐이었다.

고담은 죽기 전 용국장과의 화상통화에서 “아드님들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시다”며 “저 밖에 모르는 일이고, 저만 접근할 수 있다. 새어나갈 일 절대 없다”고 말했고 용국장은 “됐네 그럼”이라며 서슴없이 고담 살해를 지시한다. 그렇게 용국장 아들 허성태(최대철 분)의 시장 경쟁상대 고담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위장돼 살해된다. 이 대화로 고담은 용국장 아들들의 어떤 비밀을 확보해 협박해왔음을 알 수 있고 고담의 전적이 성착취물 동영상 유포이고 보면 불순한 동영상이었을 확률이 제법 높다.
어쨌거나 드라마가 커다란 변곡점을 맞았다. 팀 해체를 명령한 것으로 보아 용국장은 더 볼 일 없다 생각했겠지만 송이경의 생각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의 송이경은 검은 빛을 띠는 나쁜 인간들을 재미로 죽여왔지만 그 명석한 머리로 이내 자신이 고담 살해에 이용 당했음을 알게 될 것이고, 그 희생양이 이모 정정연임을 알게 될 테니 이제는 살인패턴에 큰 변화를 보이게 될 전망이다.
용국장 주변인물 김부장(정석용)을 시작으로 큰아들 허성태, 작은 아들 허현태(박지빈 분), 끝으로 용국장까지도 송이경의 타깃이 될 수 있다. 허성태 형제의 성향이야 드러나지 않았지만 용국장이나 김부장은 송이경의 기준으로 보아도 죽여도 되는 ‘나쁜 인간’임은 분명해 원칙에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즉 송이경이 자행한 지금까지의 살인이 튜토리얼이었다면 이모 정정연의 죽음이 트리거가 되어 이제 송이경은 던전 최종보스 용국장 사냥을 위한 메인게임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8회에서 해체되기로 예정된 팀은 이런 송이경의 도발로 인해 재결성 되기 십상이다. 재결성된 팀은 또한 각성한 구경이로 인해 해체 전 팀과는 다른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절박한 개인 사정에 몰려 용국장 편에 섰던 나제희도 고담 살해 공범이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구경이편으로 돌아설 것이고 팀은 송이경과 함께 용국장까지 추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순차적으로 물음표 던지기에 맛 들인 제작진이 7화에서 던진 물음표는 산타(백성철 분)다. 말 못하고 스마트폰으로 할말만 해온 산타는 7화 시작부터 송창식의 ‘한번쯤’을 구성지게 부르며 구경이 자료를 스크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잠든 구경이가 깨어나면 필히 마실 음료에 수상쩍은 앰플을 깨넣기도 하면서.
프로 의심러 구경이가 유일하게 의심하지 않는 인물 산타는 누굴까? 그의 옆에 자리한 검은 천 인형은 무슨 의밀까? 그가 송이경의 숨겨진 조력자일까?
이경의 조력자로서 산타의 정체를 구축한다면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게임으로 구경이와 만나 무수한 전장을 함께 헤쳐온 산타가 구경이 팀이 되기 위해선 우선 나제희가 보험사기 사건에 구경이를 픽업해야 되는 전제가 있고, 그 구경이가 마침 운전해줄 사람이 필요해야 하며, 구경은 마침 동호회를 통해 그 인선에 나서야 한다. 용국장 역시 구경이 중심의 ‘K추적팀’을 꾸려야 한다.
우연일 땐 개연성이 있지만 의도라면 무수한 우연에 기댈 수 밖에 없어 불가능한 설정이다. 무엇보다 언젠가 꾸려질 팀을 노리고 구경이와 동호회원으로서 무수한 게임을 함께 했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어느 날 밤샘 추격씬 당시 결국 마주한 산타를 이경이 설득하는 것 뿐이다. 마주하고 보니 어린 시절 건욱(이홍내)처럼 이경이 산타를 도와 누군가를 해치워 줬을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보여진 그날의 추격씬은 내내 쫓고 쫓기기만 한 것으로 그려졌었다.
물음표 던지고 바로 느낌표 제공하는 드라마다 보니 곧 산타의 정체도 밝혀질 것이다. 산타 다음엔 ‘알기 쉬운 자’ 경수(조현철 분)조차 비밀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스토리 진행 빠르고 구성도 좋은데 도무지 구경이가 설명하는 이경의 살해방식은 명확하지가 않다. 오르는 계단에 스파크가 일면 그때 폭발하는 것도 아니고 반지가 불씨를 머금고 있다? 또 구두에 칠해진 구두약과 휘발돼 날아갈 알콜이 시차를 두고 불을 붙인다? 구경이가 들여다만 봐도 발사된 석궁인데 어떻게 시간 맞춰 고담의 다리에 가 박힌다는 건가? 정정연을 죽인 부비트랩도 무슨 다리에 걸리는 실이 보여진 것도 아닌데 발사되고 말았다. 설명이 쉽지않아 만화형식으로 꾸며 그럴싸하게 보여주기는 한 모양인데 어쨌거나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살인 수법들이 좀 더 그럴싸 해진다면 드라마가 한결 흥미진진해질 것 같다.
복수는 차게 먹어야 맛있는 음식과도 같다고 한다. 머리 냉정하게 비운 송이경의 용국장을 향한 복수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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