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같은 감독 없나요' 맨유, 시간·돈 쏟았지만 더 멀어진 명가재건의 꿈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1.11.23 08: 03

여전히 암흑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전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013년 물러난 이후 4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금의 맨유를 만든 고(故) 맷 버스비 경, 퍼거슨 감독과 같은 존재의 출현이 절실하다.
▲바닥 없이 추락하던 맨유 살려냈던 ‘버스비 경’
14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맨유에 황금기는 크게 2번 있었다. 가장 먼저 맨유의 전성시대를 연 감독은 버스비 경이다.

[사진] 알렉스 퍼거슨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선수 시절 맨체스터 시티 유스팀과 리버풀 등에서 뛰었던 버스비 경은 수석코치직을 제안한 리버풀보다 선수 관리 전권이 포함된 감독직을 제안한 ‘라이벌팀’ 맨유를 택했다.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가 1945년이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맨유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심지어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가 독일 나치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고 구단의 경제적인 상황도 좋지 못했던 때다.
버스비 경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수장이 됐지만 1969년까지 24년간 장기 집권하며 맨유를 강팀으로 키웠다. 부임 초 팀을 3시즌 연속 리그 2위로 올려놓는가 하면 37년 만의 FA컵 우승(1947-1948시즌) 컵까지 차지했다. 유소년 육성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고,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잉글랜드 전역에 있는 재능 있는 유소년을 긁어모은 버스비 경은 1951-1952시즌 41년 만에 맨유의 리그 우승을 이끌어내며 리빌딩에 성공했단 평가를 받았다.
마냥 성공 가도를 달리진 않았다. 차디찬 시련도 있었다. 강팀으로 부상하던 맨유는 1958년 원정경기에 참가하다 선수 8명과 코칭스태프 등 15명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뮌헨 비행기 참사’를 겪었다. 버스비 경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원정경기를 강행했단 죄책감에 크게 괴로워했다.
그 여파로 한때 리그 19위까지 떨어졌지만 버스비 경이 다시 맨유를 일으켜 세웠다. 잘 닦아놓은 유소년 시스템을 바탕으로 팀 재건에 성공했다. 스트라이커 유망주였던 데니스 로와 영국 최고의 재능으로 손꼽히던 윙어 조지 베스트를 1군 무대로 불러 ‘레전드 공격수’ 바비 찰튼과 삼각 편대를 구축했다. ‘구단 역사상 최강의 공격 라인’이란 평가를 받았던 맨유는 뮌헨 참사 7년 만인 1964-1965시즌 리그 정상에 올랐다. 1967-1968시즌 땐 잉글랜드 클럽 최초로 빅이어까지 들어 올려 유럽 무대까지 제패했다.
[사진] 맷 버스비 경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버스비 경은 실로 대단했다. 그가 집권하는 24시즌 동안 맨유는 리그 5차례, FA컵 2차례,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 1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없었다면 맨유의 첫 번째 전성기는 물론 지금의 맨유도 없었을 것이다.▲다시 찾아온 암흑기 그리고 ‘명장’ 퍼거슨의 등장
큰 족적을 남기고 1969년 지휘봉을 내려놓은 버스비 경의 빈자리는 너무 컸다. 윌프 맥기니스-프랑크 오패럴-토미 도허티 등이 차례로 맨유 감독직에 올랐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선수단을 다잡지 못했다. 선수들이 불만이 쌓일 때면 감독이 아닌 구단 이사로 직함을 옮긴 버스비 경을 찾아갈 정도였다. 분위기가 붕괴된 맨유는 한 차례 강등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해 맨유의 암흑기를 깬 인물이 바로 퍼거슨 감독이다. 1986년부터 2013년까지 맨유 지휘봉을 잡은 퍼거슨 감독은 무려 38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7년 동안 팀을 이끌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13회, FA컵 우승 5회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를 차지했다.
특히 1998-1999시즌 잉글랜드 클럽 역사상 최초 트레블(리그+컵+챔피언스리그)을 일궈냈다. 스토리까지 완벽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만난 맨유는 90분 내내 0-1로 끌려가다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천금 같은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따냈다. 기적의 승리로 자주 회자되는 ‘캄프 누의 기적’이 바로 이 경기다. 이 공로로 퍼거슨 감독은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고 이후부터는 ‘알렉스 퍼거슨 경’으로 불렸다.
1992년 EPL 출범 이후 퍼거슨 감독의 맨유는 리그 순위가 3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선수단을 고르게 사용하며 전력을 비축하다가 중요한 순간 터트리는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능력이 주효했다. 맨유에 제2의 전성기를 선물한 퍼거슨 감독은 EPL ‘최장수 감독’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사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무너지고 있는 맨유…제2의 버스비·퍼거슨 절실하다
맨유를 넘어 EPL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퍼거슨 감독이 2013년 떠난 후 맨유는 다시 암흑기와 마주했다. 데이빗 모예스-라이언 긱스(대행)-루이스 반 할-조세 무리뉴가 차례로 사령탑에 올랐지만 퍼거슨 감독이 일궈놓은 맨유의 명성 잇지 못했다. 2018년 12월 감독대행으로 부임해 2019년 3월부터 정식 감독이 된 맨유 레전드 출신인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1일 경질됐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까닭이다. 솔샤르 감독은 부임 첫 시즌 3위, 지난 시즌 2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올 시즌을 기대케 했다. 특히 여름 이적 시작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제이든 산초, 라파엘 바란 등을 영입하며 공수를 보강했기에 기대는 더 컸다. 하지만 영입한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치른 리그 7경기에서 1승 1무 5패 초라한 성적이 이를 대변한다. 리버풀전 0-5 대패, 왓포드전 1-4 패배가 카운트 펀치였다.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후 3년을 채운 맨유 사령탑은 없다. 맨유가 암흑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방증이다.
시즌 도중 감독을 끌어내린 맨유는 우선 마이클 캐릭 코치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기고 신중하게 차기 감독을 물색하고 있다. 지네딘 지단, 브렌든 로저스(레스터 시티), 에릭 텐 하그(아약스), 훌렌 로페테기(세비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파리 생제르맹) 감독 등을 주시하고 있다. 
맨유는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 지단을 강력하게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고, 포체티노가 맨유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사우스햄튼, 토트넘 홋스퍼를 거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토트넘을 이끌던 지난 2019-2020시즌엔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제는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야 하는 맨유가 제3의 전성기를 열어줄 감독을 품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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