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야 말로 상상력을 무한하게 발휘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가상세계는 플랫폼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예능 안에 가상의 유토피아를 만들어낸 '신세계로부터' 조효진, 고민석 PD가 새로운 버라이어티의 미래를 그렸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신세계로부터'는 누구나 꿈꾸는 세계, 유토피아에서 일어나는 예측불허의 사건들과 생존 미션, 대결, 반전 등을 펼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신개념 가상 시뮬레이션 버라이어티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 젝스키스, 은지원, 슈퍼주니어 김희철, 코미디언 박나래, 엑소 카이, 배우 조보아가 출연해 지난 20일 1, 2회가 공개되며 베일을 벗었다.
이에 '신세계로부터(약칭 신세계)'를 연출한 조효진, 고민석 PD는 24일 오전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도 동반 참석하며 국내 취재진과 '신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현재 호평받고 있는 '지옥' 등 다수의 드라마로 사랑받는 넷플릭스에서 조효진, 고민석 PD는 꾸준히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제작사 컴퍼니상상 소속으로, 앞서 또 다른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약칭 범바너)' 시즌3와 '투게더'를 함께 했다. 다시 한번 넷플릭스 예능을 선보인 것에 대해 조효진 PD는 "일단 재미있는 예능을 만들자는 생각이 컸다. 출연자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재미를 기본으로 했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느껴서 나온 게 긍정적으로 나온 것 같다"라고 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신세계로부터'를 연출한 조효진 PD](https://file.osen.co.kr/article/2021/11/24/202111241213772681_619db3df1def6.jpg)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이 가장 공들인 것은 '공간'이었다. 이에 고민석 PD는 "집 공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라며 "각자의 '신세계'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회차마다 아이템을 제작했다"라며 디테일 요소까지 신경써서 제작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조효진 PD는 "제작비를 부족하게 받은 것은 아니지만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부족하게 느낀다.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는 소품을 조금 신경 쓰려고 노력했다. 디테일도 중요했다"라고 거들었다.
특히 그는 "섬을 구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 고민석 PD가 대한민국의 웬만한 섬들을 다 돈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유토피아'라는 판타지를 충족시킬 요소가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세트를 새로 지을 수 없으니까. 원래 섬이 예뻐서 멤버들이 원하는 바를 덧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이유를 발혔다. 이에 고민석 PD 역시 "섬 자체가 경관이 아름다웠고, 가장 큰 규모의 세트라고 봤다"라고 덧붙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신세계로부터'를 연출한 고민석 PD](https://file.osen.co.kr/article/2021/11/24/202111241213772681_619db3df946f8.jpg)
멤버들의 합과 케미스트리도 중요한 요소였다. 조효진 PD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멤버들이 대본을 읽고 가는 드라마랑 다르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 멤버들끼리도 합도 모르고 서로 모른다. 의외로 출연자들이 고정 프로그램에서 만난 적이 없더라. 이승기, 은지원 두 사람이 예전에 '1박 2일'에서 만난 게 다다. 그런 와중에 의외로 멤버들이 화합하는 느낌을 보여줬다. 그런데 점점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면서 굉장히 다른, 배신과 모략이 난무하고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된다. 그런 걸 보며 '현실 세계 아니냐'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양면적인 매력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후 회차들에서는 멤버들의 다른 모습이 굉장히 많이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그는 "이승기 씨를 제외하면 모두 고정 프로그램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에는 나름 역할을 예상하고 섭외하기도 했다. 이승기는 나이가 어리지만 누가 봐도 리더, 김희철은 지략가 같은 그런 이미지를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방송에서는 다르게 나오더라. 김희철이 '방송 보면서 충격 받았다'라고 하더라. '이런 거 처음이다. 충격의 연속이다'라고 하더라. 저희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모습, 케미스트리가 나올 것 같다. 그런 다른 모습들이 있었기 때문에 만족도는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신세계로부터'를 연출한 조효진 PD](https://file.osen.co.kr/article/2021/11/24/202111241213772681_619db3e010b98.jpg)
이 가운데 이승기는 '범바너' 시리즈와 '투게더'에 이어 '신세계'까지 조효진 PD와 세 번째로 넷플릭스 예능을 함께 했다. 이에 조효진 PD느 "이 사람들을 묶어줄 수 있는 건 이승기라고 봤다. 이승기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이렇게 밥만 먹어도 되는 거야?'라면서 본인이 이야기를 던지는 게 있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에 기대한 리더같은 느낌들을 준다. 모두가 플레이어지마 보이지 않는 리더로서 모두를 끌고 가는 느낌이 있다. 은지원 씨도 자기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확실히 리더 같은 친구라 믿고 가는 게 있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저도 믿고 계속 같이 일을 하자고 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승기 스스로도 강호동, 유재석과 버라이어티를 하면서 직접 배운 사람은 자기가 유일한 것 같아서 너무 행운이라고 하더라. 제가 보기에도 두 훌륭한 MC들한테 잘 배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판을 끌고나갈 MC이자 리더라고 생각하고 있다. 언제나 기대를 충족시켜준다"라고 극찬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신세계로부터'를 연출한 고민석 PD](https://file.osen.co.kr/article/2021/11/24/202111241213772681_619db3e088796.jpg)
그런가 하면 고민석 PD는 가장 반전이 있던 멤버에 대해 "엑소 카이"라고 답했다. 그는 "엑소 멤버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처음으로 이런 예능을 겪으면서 귀엽기도 하고 순박하기도 하고 어린 남동생 같은 캐릭터로 나오더라. 멤버들이 점점 회차가 거듭날수록 이승기, 은지원한테 배우더라. 그걸 또 자기 것으로 만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카이의 예능감에 대해 멤버들도 많이 칭찬했다. 카이 또한 '신세계'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하더라. 배신도 배우고 안 먹던 아침밥도 먹으면서 달라졌다고. 다른 멤버들도 반전이 있으니 기대해 달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조효진 PD는 "카이가 처음엔 당하고 엉뚱한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거꾸로 형들을 농락하는 게 있다. '카이 예능 진짜 잘하네?', '이렇게 잘하는 애였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의외로 상황을 빠르게 캐치하는 게 있다. 카이는 순식간에 가장 빨리 전략을 짰다”라고 거들었다.
더불어 그는 "조보아도 이렇게까지 잘해낼 줄 몰랐다. 처음에는 모두가 뛰어갈 때 조보아만 혼자 서 있는 게 있다. 그게 실제 조보아의 모습이다. '내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열심히는 할게요'라고 하는. 그런데 점점 갈수록 친해지고 상황을 파악하면서 내면에 감춰진 끼들을 방출하기 시작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출연진의 끼와 케미스트리를 강조하기 위해 '신세계'는 과감하게 스태프들의 존재를 감췄다. 현재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PD와 출연진이 소통하고 스태프와의 대결 등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것을 고려하면 상반된 선택이다. 이에 조효진 PD는 "가상 공간에서 PD가 출연진과 소통하는 느낌을 주면 가상 공간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았다"라며 '가상세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능에 있어서 가상세계의 장점에 대해 조효진 PD는 "사실 예전부터 가상 세계에서 버라이어티를 많이 고민했다. 아무래도 버라이어티가 갈 길이랄지, 버라이어티가 앞으로 뭘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예전에 'X맨' 했을 때처럼 게임만 쭉 보여줬을 때와 달리 시청자 눈높이가 높아졌다. 세대가 거듭할수록 게임이랄지, 메타버스 같은 세계관이 점점 더 확장됐기 때문에 저희도 더 발전하려면 가상 공간을 연결해서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예능이야 말로 상상력의 집합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상력을 더 확장할 수 있고, 상상만 했던 상황이 이 안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런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도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확장하고 싶었는데 이게 잘못하면 유치해질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제작비가 많지 않다는 거다. 실제로 오래된 도전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 이번에는 넷플릭스에서 지원해주셔서 어느 정도는 가상공간을 거부감 없는 디테일로 보여드릴 수 있던 것 같다. 최소한의 가상공간 개념 안에서 저희가 예능을 펼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했다.

나아가 조효진 PD는 리얼리티의 방향에 대해 "'범바너' 때 어떻게 보면 가상 세계였던 건 사실인데 그 때는 과연 예능에서 가상 세계를 어느 정도까지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 그때도 사실 가상 세계에서 예능에서 대본 없이 가상 세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그런 차원에서 현실과 다름 없는 범죄 추적으로 접근을 했다면 이번에는 저희가 만들어보려고 했다. 판 자체를 가상 현실로 최대한 한번 꾸며보려 했다. 그게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멤버들조차 게임속에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조금씩 가상 세계를 발전시켜나가는 중이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또한 "'신세계' 이후의 작품이 어떤 방향이 될지는 모르겠다. 반응이 좋아서 계속 시즌을 쭉쭉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안에서 발전시키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범바너'가 가상현실의 다른 부분인 것처럼 또 다른 가상 현실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토대가 됐기 때문에 매력을 갖고 작품을 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멤버들 반응도 만족스럽단다. 더불어 고민석 PD는 "CG 자체에 공을 들였다. 촬영 자체가 판타지적인 요소도 있어서 그런 감정선을 저희가 쭉 이끌어갔다"라며 사전 제작의 장점을 살려 후반작업까지 공들인 점을 강조했고, 두 PD들 모두 시즌2 등 시리즈에 대한 희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조효진 PD는 "예능도 넷플릭스에 있고, 앞으로 예능도 열심히 할 거라는 생각을 해달라. 다크한 류의 드라마가 잘 되고 있는데, 그 드라마들 보시다가 약간 기분 전환 하고 싶은 분들께 저희의 '신세계'가 기분 좋은 활력제가 되길 바란다"라며 웃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