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물 하고파"…'싸나희' 박명훈의 '순정' #연기 #아들 #봉준호(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11.24 17: 51

 원보(박명훈 분)는 낯선 서울사람에게도 방 한 켠을 내어주는, 요즘 같은 시대에 참 보기 드문 시골 청년이다. 오지랖은 어찌나 넓은지 처음 만난 유씨(전석호 분)에게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를 하기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씨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모습에서 영화 ‘보이스’ 속 악역 천 본부장의 무서움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둠이 싹 가신 해맑은 얼굴을 보니, 앞으로 배우 박명훈(47)이 보여줄 캐릭터 변화가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박명훈은 24일 오후 서울 북아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싸니희 순정’은 ‘어른이’(어린이+어른)들을 위한 힐링 영화다. 제가 집에 있을 때는 TV에 무조건 드라마 ‘전원일기’를 틀어놓고 있다. 요즘엔 세 개의 채널에서 재방송을 해주더라. 그걸 보면 저도 모르게 힐링이 된다. ‘싸나희 순정’도 그런 느낌이다. 세상살이에 지친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신다면 편안함을 느끼실 거 같다. 어렵게 흘러가는 내용이 아닌, 굳이 안 봐도 틀어놓고 있는 작품처럼 마음이 편하다.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힘든 분들이 ‘싸나희 순정’을 통해 힘을 얻어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 박명훈 2021.11.24 /sunday@osen.co.kr

배우 박명훈 2021.11.24 /sunday@osen.co.kr
박명훈이 주연을 맡은 영화 ‘싸나희 순정’(감독 정병각, 제작 시네마 넝쿨 인베스트 하우스 에이스 팩토리, 제공배급 마노엔터테인먼트)은 도시의 고단한 삶에서 탈출해 마가리에 안착한 시인 유씨가 동화 작가를 꿈꾸는 엉뚱한 농부 원보의 동거 이야기.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의 시골 라이프를 그린 ‘싸나희 순정’은 페이스북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연재된 류근 시인의 ‘주인집 아저씨’를 기반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퍼엉 작가의 일러스트가 결합된 ‘싸나희 순정’을 원작으로 각색했다.
일부러 원작을 찾아보지 않았다는 박명훈은 “제가 원작을 기반으로 재해석하는 입장인데, 촬영 전에 미리 보면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었다. (각색된)시나리오만 보고 제가 상상한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출연을 결정한 이유로 재미와 캐릭터의 매력을 꼽았다. “원보는 요즘에 보기 드문 따뜻한 심정을 가진 인물이다. 그 마음의 원천이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다. 알고 보면 저도 원보와 비슷한 면이 있다. 오지랖도 넓고.(웃음) 무엇보다 원보가 마을 사람들을 위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배우 박명훈 2021.11.24 /sunday@osen.co.kr
박명훈은 ‘출연하기로 결정하고 제일 먼저 준비한 게 무엇이냐’고 묻자, “외향적인 것도 있지만 마음가짐을 가장 먼저 준비했다. 유씨를 맡은 전석호와 지방에서 두 달 정도 같이 살았다. 메소드 연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발을 붙여보는 느낌으로 원보의 정서를 담았다”고 말했다. 또한 푸근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살을 찌우기도 했다고.
이날 그는 “‘기생충’ 할 때 체중을 감량했었는데, 사실 이 모습이 거의 제 몸무게에 가깝다.(웃음) 너무 마르면 인간적이지 않을 수 있겠다 싶어서 핑계 아닌 핑계로 평소보다 조금은 살을 찌웠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면서 원보는 요즘 세상에서 만나기 힘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는 그 인물을 표현함에 있어서 그의 마음가짐을 한 번 들여다봤다. 시나리오를 다 읽은 후에는 이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싶더라. 나이가 많아도 순수한 마음이 남아있는 사람이다. 본업은 농부지만, 동화작가가 꿈이라고 얘기하는 지점에서 원보의 마음에 빠져들었다.” 
‘싸나희 순정’은 유씨와 원보가 하나의 가족처럼 이어지는 과정을 세심하게 조명했다. 대안 가족의 형태를 모색하면서 정상으로 여겨지는 가족 이데올로기를 허문 것. 무엇보다 ‘싸나희 순정’은 시골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소박한 사람들의 모습이 정겨움을 안긴다. 평이한 장면, 대사들 틈에도 감정에 요동을 일으키는 순간이 있다.
배우 박명훈 2021.11.24 /sunday@osen.co.kr
이날 박명훈은 “순박하고 재미있는 역할이 제 정서에 더 가깝다. 물론 모든 연기가 어렵지만, 특히나 악역은 굉장히 어렵다. 어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더 편한지 물어보신다면, 저는 순박하고 코믹한 역할이 더 편하고 익숙하다. ‘기생충’ 근세 때문에 아직도 저를 무섭게 보실 수 있겠지만 저는 ‘싸나희 순정’ 원보의 정서에 가깝다”고 비교했다.
박명훈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사회와 인간 관계를 단절한 채 지하실에 머무는 근세 역할로 성공적인 상업영화 데뷔전을 치른 것. 하지만 박명훈은 지난 1999년부터 연극무대에 섰던 베테랑 배우. ‘클래스’를 시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15년동안 대학로 무대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독립영화 ‘산다’(2015) ‘스틸 플라워’(2016) ‘재꽃’(2017)에 출연했고, 봉 감독이 그의 개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작품에 발탁했다. 이후 상업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보이스’(2021)로 관객들을 만났고 향후 ‘경관의 피’, ‘1승’, ‘휴가’, ‘리미트’, ‘비광’ 등 다양한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 박명훈 2021.11.24 /sunday@osen.co.kr
이에 박명훈은 “요즘 너무 행복하다. 봉준호 감독님은 정말 은인이다. 어마어마하신 분”이라고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기생충’ 출연을 전후로) 감독님이 저희 집 앞에 여러 번 오셨었다. 같이 밥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작품, 역할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영화가 끝나고도 만났는데, 정말 인간적이고 소탈하다”고 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면 언제든 출연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모든 배우들이 다 그렇겠지만, 저는 좀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변화무쌍한 배우가 되고 싶다. 한 가지 이미지에 올인하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저 배우는 나올 때마다 다르네? 희한하다. 저 사람이 박명훈이었다고?’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렇게 변화무쌍한 배우로서 다가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 나이대에 맞는 멜로물도 해보고 싶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바쁘게 활동 중인 그가 새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기쁨, 설렘, 걱정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을 갖지만 아들과 여가 시간을 보내며 힐링한다.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됐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와 시간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친구들, 동료 배우들과 만나서 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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