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구교환이 올 한 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에 호감을 높였다. 고대하던 남우조연상은 수상하지 못했어도, ‘올해 최고의 대세 남자배우가 구교환’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구교환은 드넓은 극장 스크린, 손 안의 세상 OTT 등 플랫폼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배우로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너무나 캐릭터 폭이 넓어서 다음에 어떤 인물로 나타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시청자들과 관객들이 그를 기대하고 좋아하는 이유다.
보통의 배우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대중이 크게 좋아했던, 높은 수익을 냈던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기 마련.

하지만 구교환은 현실에 발을 붙인 캐릭터든, 상상 속 인물이든, 악역이든 선역이든, 캐릭터에 경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것도 재주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아신전’과 ‘D.P.’(디피)만 놓고 비교해봐도 명징하게 그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용맹하고 잔혹한 얼굴로 북방의 국경지대를 달리던 ‘킹덤’ 아이다간으로, 군대라는 폐쇄적 집단 안에서 위에서 아래로만 향하는 폭행 및 협박, 성폭력 등 병영 부조리를 꼬집는 ‘디피’에서는 상병 한호열로 분해 극이 무겁지 않게 자신만의 유머코드를 녹여냈다.
같이 연기한 배우들까지 배꼽을 잡았을 정도로 구교환만의 대사톤과 표정이 코믹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시청자들은 그의 연기력에 호평을 보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반도’(감독 연상호)를 통해 한국영화 기대주로 떠오른 그는 올 여름에도 텐트폴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로 관객들을 만났다.
구교환의 장점은 독특한 목소리와 함께 변신의 폭을 가늠할 수 없는 캐릭터 소화력. 그의 개성 넘치는 소리와 비주얼은 한 번만 봐도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출연작마다 능수능란하게 변신하고, 또래 남자배우들이 갖지 못한 아우라가 있어서다. 이게 구교환만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모가디슈’에서 구교환은 북한 대사관 참사관 태준기 역할을 맡아 선배 연기자들과의 대면에서도 뒤처지지 않은 에너지를 발산했다.
구교환은 26일 열린 42회 청룡영화상에서 ‘모가디슈’로 남자 인기 스타상을 수상했다. 이날 그는 “‘모가디슈’에서 인기가 높은 줄은 알았지만 밖에서도 인기가 높은 줄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며 파이팅을 외쳤다.
구교환의 팔색조 변신 덕분에, 오는 2022년에는 한층 더 다양해진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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