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플레이어상? 제가 받아도 되겠는대요?” 설영우의 이유있는 자신감 [울산톡톡]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1.12.07 06: 13

설영우(23, 울산현대)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울산은 5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개최된 ‘하나원큐 K리그1 2021 최종 38라운드’에서 대구FC를 2-0로 이겼다. 같은 시각 전북현대가 제주 유나이티드에 2-0으로 승리하면서 승점 76점으로 K리그1 5연패를 확정지었다. 울산은 승점 74점으로 3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울산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설영우였다. 그는 전반 18분 골키퍼의 움직임을 읽고 침착하게 오른발 선제골을 뽑았다. 도움도 좋았다. 전반 47분 추가시간 설영우의 크로스를 오세훈이 머리로 방향을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울산이 2-0으로 리드하며 전반전을 마쳐 역전우승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올 시즌 설영우는 31경기에 출전해 2골, 3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 14경기 출전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미드필드와 수비를 가리지 않고 다 뛰는 설영우의 멀티플레이 영향이다.
홍명보 감독은 “일년간 성장세를 보면 설영우가 가장 많이 성장했다. 어린 나이지만 경기운영과 멀티플레이 능력이 다른 선수들보다 좋다. 향후에 더 뛰어난 선수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경기 후 설영우는 “내가 골 넣는 포지션이 아닌데 열심히 뛰다보니 1골, 1도움을 했다. 아직 2년차 밖에 안됐다. 축구하면서 이렇게 좋은 한 해가 될까 싶을 정도로 많이 얻고 배웠다. 감독님에게도 그런 것을 배웠다. 올림픽이라는 좋은 무대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돌아왔다. 더 많이 성장했다”며 웃었다.
감독 입장에서 어떤 포지션도 척척 소화해내면서 열심히 뛰는 설영우가 예쁘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홍명보 감독은 물론이고 김학범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도 설영우를 애지중지 키웠다.
설영우는 “저만의 특색이 없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다. 욕심을 버리고 튀지 않게 항상 경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저보다 축구 잘하는 형들은 많다. 난 뒤에서 막아주고 한 발 더 뛰고 헌신하는 플레이를 해야 프로에서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경기에 임하다보니 많은 감독님들이 좋게 평가해주셨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설영우는 차기 국가대표팀도 예약했다. 울산과 대표팀의 좌우를 책임지는 홍철과 김태환은 설영우에게 살아있는 교과서다. 그는 “모든 축구선수들이라면 국가대표가 꿈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내가 생각해도 (홍)철이 형이나 (김)태환이 형보다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런 형들과 한 팀인 것만 해도 영광이다. 때가 되면 나도 좋은 자리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K리그1 시상식이 오는 7일 오후 개최된다. 설영우는 엄원상과 함께 가장 강력한 영플레이어상 수상후보다. 엄원상은 6골, 1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지만 소속팀 광주의 2부리그 강등이 변수다.
설영우는 “올 시즌 시작 전부터 우리 팀 우승만 보고 달려왔다. 열심히 뛰다보니 많은 분들이 영플레이어상을 탈 수 있겠다고 하셨다. 후보들을 보니 다들 너무 잘하고 팀의 주축이다. 저 또한 욕심은 없었는데 시즌 마지막 경기 끝내고 보니 ‘내가 받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솔직고백을 했다. / jasonseo34@co.kr 
[사진] 울산=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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