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재영이 마지막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며 ‘너를 닮은 사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김재영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지난 2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극본 유보라, 연출 임현욱)에서 서우재 역으로 열연하며 시청자들과 만난 소감을 밝혔다.
‘너를 닮은 사람’은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와, 그 여자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되어버린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너를 닮은 사람’은 최고 시청률 3.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난 2일 방송된 1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드라마 ‘너를 기억해’, ‘용팔이’, ‘마스터-국수의 신’, ‘애타는 로맨스’, ‘백일의 낭군님’, ‘은주의 방’으로 존재감을 보인 김재영은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이후 2년 만에 선택한 ‘너를 닮은 사람’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조각가 ‘서우재’로 열연했다. 한층 더 깊어진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김재영은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어 극단을 오가는 서우재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김재영은 사건의 중심에서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며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배우로 주목을 받았다.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이후 약 2년 만에 ‘너를 닮은 사람’으로 돌아온 김재영을 만났다.

▲ “1년 7개월의 슬럼프.”
‘너를 닮은 사람’에 앞선 김재영의 전작은 2019년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해 KBS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을 받은 김재영의 앞길에는 꽃길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그가 다시 시청자들과 만나기까지는 약 2년이 걸렸다.
김재영은 “주말드라마를 하면서 오랜 기간 촬영하니까 직장을 다니는 느낌을 받으면서 관리에 소홀하고 안심을 많이 했다. 마치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품을 끝날 때 쯤에는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내가 너무 해이해졌구나 싶었다. 연기에 대한 겁이 나고, 내게 가능성이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우울한 시기로, 슬럼프를 겪었다. 자신감도 많이 잃었다”고 말했다.
김재영이 이런 느낌을 받은 이유는 모델로 데뷔한 것과 관련이 있었다. 단타성에 그치는 모델일을 하면서 늘 조바심이 났었는데, 연기를 하고, 그것도 긴 호흡의 주말 드라마를 하면서 조바심이 사라진 것. 김재영은 “모델 일은 긴 호흡이 아닌 단타성이 많았고, 그런 일을 어릴 때부터 해와서 습관이 되니까 연기를 하면서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주말드라마를 하면서 안심을 하니까 내 자신이 많이 해이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랑, 결혼에 대한 고민도 이 기간과 겹쳤다. 그는 “어릴 때부터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이 있었다. 내가 가장이 됐을 때는 집안에 기둥이 되어야 하니까 돈도 그렇고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말드라마를 하니 내가 자리를 잡은 것 같고, 결혼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작품을 마치고 나서 후회로 돌아오고, 불안했고, 나는 왜 행복한 가정이 꿈일까를 다시 생각하면서 사랑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절실했어요.”
김재영은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이후 배우 김재영으로서도, 사람 김재영으로서도 슬럼프에 빠졌다. 그리고 김재영에게 다가온 건 ‘너를 닮은 사람’이었다.
김재영은 “내가 절실했었던 것 같다. 미팅을 하면서 내가 힘들었던 것과 이 드라마를 하고 싶은 이유를 말했고, 내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렇게 두 달 정도를 미팅했다. 감독님께서 얼굴이 그렇게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사람을 원하신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날카롭고 서우재와 비슷해서 캐스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을 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갔다. 처음 연기했을 때로 돌아가고자 했다. 예전에는 디렉팅이나 조언을 받으면 속으로는 ‘저도 다 알아요’라면서 겉으로만 알아듣는 척을 했는데, 이제는 아예 백지 상태에서 하고자 했다. 말씀주시는대로, 조언해주시는대로 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김재영은 비주얼부터 ‘서우재’ 그 자체로 변신했다. 그는 “장발은 감독님 아이디어였다. 내가 출연한 작품들을 보시면서 새로운 사람이었으면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머리를 길러봤으면 한다고 하셨고, 나는 처음하는 장발인 만큼 불편하고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머리를 붙이고 미팅을 했는데 다들 ‘서우재 같다’고 해주셨고, 예술하는 사람의 느낌도 나서 가져가게 됐다”고 말했다.

▲ “서우재, 결핍이 많은 아이.”
김재영은 ‘너를 닮은 사람’에서 서우재로 분했다. 김재영은 “3달 정도 미술 선생님에게 좀 배웠다. 미술하시는 분들은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하시나 배웠다. 다른가 싶었지만 같은 부분이 많았다”며 “기억상실 부분에서는 실제로 그런 분을 본 적이 없어 감독님께서 많이 잡아주셨다. 말투나 눈빛 등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면서 캐릭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김재영은 “처음에는 4부 정도의 대본만 받았는데, 서우재의 과거만 나온다. 시놉시스에서 두 여자의 중간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이라고 해서 당연히 안 좋게 볼 수밖에 없능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연기해야 하는 인물이라 미워할 수 없고, 사랑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 서우재를 사랑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지만 이기적이게 표현하고 감추지 않고 사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예술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게 서우재였으니까. 진짜 사랑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그것만 보니까. 나쁘고 못된 사람 같지만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해야지만 용기가 생기고 아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사들로 이해를 많이 했다. 정희주(고현정)를 왜 좋아하고, 구해원(신현빈)과 왜 사귀었는지 과정이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는다. 서사에서 힌트를 찾았다. 결핍이 있었다. 관심을 받아보지 못했고, 예술을 하면서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본 게 그거고 그마저도 인정 받지 못했다. 구해원이라는 친구는 학교 다니면서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 구해원도 호감을 보여주고 관심을 줬다”며 “정희주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 사람이 처해진 상황, 분위기, 모성애가 있었던 것 같다. 정희주도 결핍이 있는데 그런 걸 그림으로 풀려고 했고, 서우재와 결핍을 채울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김재영은 “서우재를 연기한 사람으로서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했던 것 같다. 유부녀와 사랑하는 건 도덕적으로 잘못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질문해보면 내가 갖고 싶은 것, 목숨보다 소중한 게 그것이라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서우재가 아무 것도 없던 아이였고, 아무 것도 없이 가니까 서우재 또한 피해자가 아닌가 싶었다. 자기가 만든 사건이지만 피해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고현정 그리고 신현빈.”
김재영은 정희주 역을 연기한 고현정, 구해원 역을 연기한 신현빈과 호흡을 맞췄다. 존재만으로도 극의 긴장감을 올리고 쫄깃한 텐션을 만들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먼저 김재영은 고현정과 호흡에 대해 “처음에는 고현정 선배님이 같이 하는 줄 몰랐다. 나는 이 드라마를 꼭 하고 싶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 캐스팅이 된 후 고현정 선배님이 하신다는 걸 들었다. 그 분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고, 그간 보여주신 게 많아 ‘톱배우’,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같이 연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 ‘우재구나’라면서 호의적으로 대해주셨다. 선배님 본인의 이야기를 먼저 많이 해주시고, 내 작품도 찾아봐주셨다. 서우재가 살아야 이 드라마가 산다면서 많이 챙겨주셨다. 그리고 흥이 많으셔서 촬영 중에 지치기 마련인데도 신나게 해주시려고 장난도 치시고 힘을 북돋아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김재영은 고현정과 격정적인 키스신 등을 선보이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그는 “(감독님께서)서우재가 남성미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속으로 ‘내가 남자인데 어떻게 해야 남성미가 더 나오지?’ 싶었다. 부담감도 있고 고민도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자석에 끌리듯이 하라고 하셨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감정에 끌려서 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김재영은 고현정의 에너지를 받아 연기하며 자신도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첫 촬영이 고현정 선배님과 결혼사진 찍다가 피팅룸 들어가는 장면이었는데, 첫 촬영이니까 편하게 해주시면서 내가 하는 걸 모두 받아주셨다. 감정, 에너지를 많이 쏟아주셨고, 귓속말 하는 부분도 있는데 원래 대본에 없던 부분이었다. 그런 느낌을 주려고 순간적으로 만드셨다. 선배님의 연기와 에너지를 받으니 자연스럽게 리액션이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김재영은 신현빈에 대해 “굉장히 유쾌하고, 말을 재미있게 한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많이 배려를 해줬다”고 말했다.
김재영은 고현정과 키스신보다 신현빈과 배드신이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구해원과 베드신이 키스신보다 더 어려웠다. 배드신을 하는데 좋아하진 않는다, 거부는 하는 거 같으면서도 하니까 아리송했다. 그게 좀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 “다시 얻은 자신감, 더 단단해지길.”
슬럼프를 겪은 김재영은 ‘너를 닮은 사람’을 통해 그 터널에서 나올 수 있었다. 김재영은 “‘연기를 잘해야 성공하는거구나’라고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부담도 커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전에는 잔소리처럼 느껴졌던 것들이 돌이켜보면 다 나 잘되라고 해주신 이야기였다. 초심으로 돌아가 연기하고 조언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좀 더 붙었다. 연기를 열심히 하고, 집중하고,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영은 “올해는 1월부터 9월까지 촬영하면서 이걸 잘해내자는 부담감으로 살았다. 시청률을 떠나서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다. 넷플릭스 국내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는 시ᅟᅥᆼ률로 보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다시 자신감을 얻어 ‘배우’로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김재영. 그는 “자신감을 얻었으니 이것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꿈을 크게 잡으면 좋겠지만 실망도 커서 후회도 하게 되더라. 그래서 지금 했던 마음가짐들이 구체화되고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