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그려내 로맨스 장르에서 자신만의 인장을 새긴 정가영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로 돌아온 배우 전종서. 지난해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 이후 1년 만이다.
이번 작품에서 전종서는 잘 다니던 방송국을 그만두고 팟캐스트 운영을 꿈꾸는 29세 무직녀 자영 역을 맡았다. 데뷔작부터 독특한 매력으로 얼굴을 알린 그녀였기에,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200% 담아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연애 빠진 로맨스’(제작 트웰브져니, 배급 CJ ENM)에서 전종서는 현실에 발붙인 일상적 캐릭터로도 ‘포텐’을 터뜨렸다.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간 자의 애환과 괴로움, 친구는 많아도 남자친구 없는 외로움은 못 참겠다는 자유분방한 20대의 일상을 소화했다.
자영 역의 전종서는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또는 이성 앞에서 쉽게 말하기 힘든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구렁이가 담 넘어가는 듯한 능청스러움을 보여줬다. 박우리 역의 배우 손석구와 함께 ‘썸’ 타는 캐릭터를 소화하며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빚었다.
전종서가 영화계에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을 통해서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해미 역할을 통해 그간 다른 여성 배우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날 것의 매력,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를 확립했다.

‘콜’에서도 그녀의 미(美)친 연기가 돋보였다. 출구 없는 집에서 신엄마(이엘 분)에게 모멸감을 느끼며 살아가다가 뒤틀린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광기의 여자, 사각지대의 어딘가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전종서의 얼굴로 표현했다. 페이소스 짙은 연기를 선보이는 그녀의 명연만으로도 필견의 영화였다.
전종서는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2021), 부일영화상(2021)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충무로 블루칩(우량주)로 떠올랐다.
최근 이충현 감독과 열애를 시작한 전종서는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은 배우가 됐다. ‘버닝’과 ‘콜’ 단 두 편으로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전종서. 판타지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감독 애나 릴리아미푸르)에서는 어떤 인물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더불어 넷플릭스 ‘종이의 집’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한국 드라마 ‘종이의 집’에서 도쿄로 분하며 또 한번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했다.
하나의 이미지를 고집하지 않고 매 작품 변신을 거듭하는 전종서. 공개할수록 더 궁금해지는 그녀의 연기 세계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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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